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 45
김동인 외 지음, 오대교.조정회 외 엮음 / 생각뿔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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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우야다가 그래 됐노?˝
˝전쟁하다가 이래 안 댔심니꼬. 수류탄 쪼가리에 맞았심더.˝
˝응, 그래서?˝
˝그래서 얼릉 낫지 않고 막 썩어 들어가기 땜에, 군의관이 짤라 버립띠더, 병원에서예.˝
<수난 이대, 하근찬, 1957>

징용 가서 왼쪽 팔을 잃은 아버지 만도는, 기차역에서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 진수와 만나고 위로를 건낸다.

˝진수는 목구멍을 왈칵 넘어오려는 뜨거운 기운을 꾹 참노라고 어금니를 야물게 깨물어 보기도 하였다.˝처럼 나도 진수의 마음에 동하여 어금니를 물었다. 장애로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서러운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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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오발탄, 이범선, 1956>

전쟁 후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 찌든 생활, 정신 이상의 어머니, 상이 군인 동생 영호와 양공주 명숙, 비극의 모든 조건을 가진 철호는 과연 어떻게 살아갈까? 24번의 고향에 ˝가자!˝란 어머니의 괴기스런 외침은 페이지마다 등장하고, 머리 속을 강하게 헤짚어 놓는다. 이 벗어날 수 없는 비극에 끝은 있을까?
1950년대 비극, 내가 꼽은 최고의 한국단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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