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을 그리다 - 반려동물,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
김혜정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2월
평점 :
[포토에세이/서평] 「마음을 그리다」
존중하는 마음을 그리워하다

이 책을 어디서 읽어야 할지,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곤란했다. 자꾸만 고이는 눈물에, 옥죄는 먹먹한 마음에 읽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괴로워 보일까 다른 사람이 곁에 있을때는 읽지 못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지하철이나 직장 내에서도 읽기 힘들었다. 자기 전에 잠시 책을 펼쳐보려해도 다음 날 부어버린 눈이 두려워 읽지 못했다. 반려동물에 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마치 눈물이 고인 눈으로 바라본 것처럼 흐릿한 그림체로 그려진 「마음을 그리다」를 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르고 마치 도망가듯 읽어버렸다.
누군가 말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착해
누군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 많은 동물등른
다 누가 버린 거죠?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예 사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P. 56
반려동물이라는 개념과 사람과의 공존을 이야기 할 때면 항상 그 기준과 가치가 애매하다. 마치 판타지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에게 순문학과 판타지의 차이점을 말할 때처럼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보편적인 가치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논쟁이 끊이질 않고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생물을 키운다는 발상 자체의 오만함에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생겼지만 우리의 절반이 될 거라는 생각 또한 건방진 생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과연 진정으로 그들을 배려하고 있고 행복한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일찍이 장자 형님이 말씀했던 것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세상일 중 하나다. 「마음을 그리다」에서 작가는 대체적으로 반려동물에 관한 옹호의 입장이지만 독자에게 판단을 강요하기 보다는 공감과 이해라는 키워드로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꾸리가 처음 왔을 때 배변 실수를 한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일이 있었다. 대소변을 참는 버릇은 신장에 무리를 줘 건강에 안 좋은데 그 뒤로 꾸리는한동안 절대로 집에서 변을 보지 않았다. 반려동물의 배변습관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틀에 적응하기 위해 동물들은 정말 애쓰고 있다. 게다가 애초에 내가 먼저 함께 살기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그들이 애쓰는 만큼 우리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살 때부터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고 직접 물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1년 이상의 연습과 교육 기간을 거쳤었다.
P. 141
책을 읽으며 한참을 울먹이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과연 이들을 그리며, 쓰며 혼자서 얼마나 울었을까? 「마음을 그리다」는 다행히도 작가가 먼저 울고 독자에게감정을 강요하는 '감상적인' 책이 아니라, 독자를 먼저 울린 후에 작가가 그제서야 눈물 짓는 '감성적인' 책이다. 작가의 마음을 이해한 독자는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이기 마련이다. 「마음을 그리다」의 작가가 그린, 그리워한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무엇일까?
예전에 크리스티앙이라는 사자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영국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난 크리스티앙은 런던의 한 백화점을 팔려 가게 되고 호주에서 온 형제 존과 앤서니가이를 다시 사간다. 형제는 크리스티앙과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베풀며 정성스레 키우지만 성년이 된 크리스티앙이 무척 커지고 행동의 파괴력이 커져 이웃의 원성이 높아졌다.결국 형제는 크리스티앙을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1년이 지나고 크리스티앙이 그리워진 형제가 크리스티앙을 찾아갔다. 주위 사람들은 야생을 돌아간 사자는 무척 위험하다. 그들을 못 알아보고 공격할 것이다, 라고 걱정과 우려의 말을 건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들의 재회를 담은 유튜브 영상은 한때 무척 화제가 됐었다(유튜브 영상
보기). 크리스티앙은 형제를 발견하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그들을 껴안고 재롱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과연 「마음을 그리다」에서 우리가 존중해줘야 하는 마음이, 예쁘고 귀엽거나 아무런 조건없이 우리에게 꼬리를 흔드는 '반려동물'에게만 한정해야 하는 가치일까?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은 수많은 애매한 일들로 가득 차 있는 세상에서 내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이다.
저 멀리서 개가 달려온다. 그러곤 와락 가족의 품에 안겼다. 개의 가족들은 눈물을 글썽였고, 개는 팔짝팔짝 뛰고 뽀뽀를 퍼부으며 반가운 마음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지켜보는 우리의 가슴도 뜨거워졌다.
P.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