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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평점 :
[한국시/서평] 「한시 러브레터」 한시에 담긴 멋과 정취, 그리고 마음

나는 편지를 모아 엮은 책, 일명 서간집을 무척 좋아한다. 편지는 주로 안부 인사를 주고 받는 용도로 쓰는 도구이기 때문에 흥미나 자극 위주, 극적인 사건과 같은 이야기가없어 간혹 지루해질 때가 있지만, 편지는 편지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감정 전달 때문에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츠지 히토나리는 본인이 편지 대필을 할 때 썼던 편지와이야기를 엮은 책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를 통해 편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편지로밖에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고, 또 편지이기 때문에 마음을 토로할 수 잇는 경우도 많다' 나는 이 말에 온전히 동의한다.
말없이 바라보며 그윽한 난초를 주노라
이제 하늘 끝으로 떠나면 어느 날에나 돌아올까?
함관령에 올라 옛 노래를 부르지 마시오
지금까지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P. 138 「헤어지며 주다」<죽마유고>
요즘은 군대가 아니고서야 편지 보기가 힘들지만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주류를 이루는 통신 수단이었다. 그때는 편지밖에 없었다. 카톡으로 이모티콘을 보낼 수도 없고 멀리 떨어진 이와 영상 통화를 할 수도 없었다. 오로지 편지만이 물리적인 거리감을 줄여주는 유일한 감정 전달이었다. 편지도 그냥 편지가 아니라 서정시로 편지를 대신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한시로 편지 중에 특히 볼만한 편지를 모은 게 「한시 러브레터」다. 한시 특유의 멋과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편지의 위상(?)에 새삼 놀란다.
옛 문인들은 편지를 두고 '마음 속 정회를 털어놓아 만남을 대신하는 것'이라 이르면서 편지 쓰기를 즐겼다. 때문에 옛 문인들은 편지를 보낼 때 대개 두 벌을 썼는데, 하나는 상대에게 보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소중하게 간수하였다. 또 편지에 서린 상대의 음성은 물론이거니와 종이에 남은 필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해 편지만을 따로 묶어 작은 책자를 만들기도 하였다.
P. 8
벗끼리 우정을 논한다 하여 동성 남자끼리 편지를 주고 받는 모습은 지금의 상식으로는 조금 징그러운 면마저 있었으나, 우리가 가끔 동창에게 전화해 "언제 밥 한 번 먹자!"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자. 나는 편지를 주고받음에 여자친구밖에 경험이 없어 그런지 사랑하는 사이, 주로 연인이 주고 받았던 한시가 특히 애틋해 보였다. 편지라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리움을 채워주는 도구라, 그들이 마음을 전하는 한수 한수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인다. 남의 편지를 보는 일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둘만이 쌓아온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은밀한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란 얼마나 멋진가. 요즘 유행하는 카톡이나 SNS서비스에서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단문으로 과연 이런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손편지를 통해 내 마음을 전달해보는 게 어떨까?
옛 문인들이 남겨 놓은 편지시에는 맑고 깨끗한 마음의 선물이 무궁무진하게 담겨 있다. 편지시에 담긴 그 선물들을 하나하나 끌러 보이니, 마음의 선물은 오직 마음으로만 받을 수 있으리라.
P.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