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그런지 알겠는데, 내가 독일에서 아랍계독일인으로 사는 동안 익숙해진 게 하나 있거든.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하나로 몰아붙이면 편하다는 거."
- P63

한국은 소용돌이 같은 곳이었다.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버텨도, 살아남으려면 결국에는 함께 휩쓸려야 했다.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고, 모르는 척하면서, 그들은 거기서 간신히 벗어났다.
- P68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독일 민담집에 나오는 한스들도 행복한 결말을 위해 약삭빠르게 눈치를 보거나 가여운 척 동정을 구하고 시치미를 떼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한수라고 해서 못할 건 없었다.
- P73

폭력은 감염병과 비슷했다. 기민하게 먹잇감을 찾아내서 목덜미를 물고 휘두르다가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내팽개쳤다. 
- P81

폭력이약탈한 건  뼛가루나 살가죽 몇 점이 아니었다. 전부였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폭력을 먼저 용서하라고 종용했다. 용서를 바라지 않는자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 P82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공평을 찾는 건 순전히 화풀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함께할 편을 만들고, 탓해도별 탈 없을 만한 대상에게 비난을 쏟아 부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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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은이) 한겨레출판 2016-10-27, 에세이, 328쪽

#독서모임 #냥냥독서모임 #경기인천독서모임
#밀린독서리록기록중

🍂 9월 시흥에서 진행한 독서모임 도서. 예상치 않게 많은 말이 오간 도서이고, 그 시작은 나 였으며 (나의 얕은 지식의 설파에 깊은 반성중), 그럼에도 이 또한 독서모임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긍정&명랑의 결론을 내려본 책. 작가님의 유명세와 호불호만큼 이번 도서도 그랬다. 하지만 모든 것은 결국 아름답고 자유로운 토론 문화의 하나라고 생각해 본다는.

🍂 지리산학교 이후 다시 지리산에 모인 박남준 시인의 요리와 지인들이 가지는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인 식단과 사진,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오는 요리들은 화려하기 보다는 정갈하고, 슥삭 만들기보다는 정성이 있을 것 같다. 사진에 나오는 풍경과 음식에서는 도시적이고 바쁘거나 효율 대신 시골의 한가하고 느리며 여유낙낙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너무 나이들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인생의 지혜가 느껴지는 60대 초반 전후의 친구들이 있다.

🍂 열띤 토론이 있을 게 없을 시간이었는데, 나의 무신경한 말에 다들 냥냥냥이 시작. 저 정성과 여유, 분위기도 있는 집 사람들, 엘리트 적인 기반에서나 가능할 것 같다는 내 소감이 시작이었다. 이후 삼시세끼 같이 세팅된 기반이라는 의견이 작가의 작법 등등. 9월에도 열띤 토론이었으나, 이번엔 너무 주제를 벗어났고, 나는 깊은 반성을🥲 그래도 독서모임은 이래서 더 즐겁다.

🍂 더 남았던 구절들

🌱그러면 ‘아,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구나. 우리 세대는 힘들 것 같으니 다음 세대에 기대를 해보자‘ 하고 호박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지.
사람하고 똑같아.˝
23

🌱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밤에
두그릇 뚝딱 굴밥
109

🌱 한번은 송이버섯이 한 상자가 도착해 왔기에 전화를 해서 대뜸 ˝벼룩의 간을 빼먹지, 내가 이걸 어떻게 받아?˝
하니까 최도사 형이 천천히 말했다.
˝나...... 벼룩 아니야. 그리고 나 네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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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그는 위험한 미치광이를 시중드는 사람이느꼈음 직한 감정, 즉 미치광이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그와 함께 있는 동안 자신의 정신마저 걱정해야 하는 그런 느낌을 계속 맛보았다. 브론스키는 경멸을 받지 않으려면 엄격하고 공적인 경의를 단 한순간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늘 느끼고 있었다.
- P254

그러나 브론스키가 이 왕자를 유난히 불쾌하게 느낀 주된 이유는 왕자에게서 무심결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이 거울에서 본 것은 그의 자존심을 치켜세워 줄 만한 것이 못 되었다. 
- P254

그는 자신이 꺾어 시들어 버린 꽃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자신으로 하여금그 꽃을 꺾어 망치게 만들도록 유혹한 그 아름다움을 애써 찾아보려는 남자처럼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 P263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을 작정으로 집을 나온 후부터, 그리고 변호사를 만나 적어도 한 사람에게 자신의 의도를 입 밖으로 말한 후부터, 특히 이 삶의 문제를 서류상의 문제로 전환시킨 후부터, 그는 점차 자신의 의도에 익숙해졌고 이제는 그 실행 가능성을 분명히 보게 되었다.
- P301

여느 사람과 달리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대단히 추상적이고 진지한 논쟁의 종결을 위해 아테네의 소금을 뿌려  상대방의 기분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이었다. 
- P313

 "파멸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의 천성이 너무나 부패하고 타락하여 파멸 자체를 구원으로 여기고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할 수있겠습니까?"
- P336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
저마다 나름의 충분한 슬픔이 있는 법이죠!" 그리고 자제심을 되찾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침착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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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다른 대신 모두가 다른편이 나았다. 이해받거나 이해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 P9

실패했을 때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이 있고, 기회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은선과 그들은 후자였다. 얼기설기 만들어 조악하기 그지없는 기회의 발판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발판이든 발판에 선 사람이든 무너지면 함께 무너져내릴 뿐, 그들을 받아줄 안전망은 없었다.
- P24

함께 보낸 세월만큼 그들은 서로가 어떤 말에상처를 입는지 잘 알고 있었다. 
- P33

스마트폰 지도에서 그녀는 광막한 면 한가운데 떨어진 점에 불과했다.

- P35

영리하진 않습니다. 그냥 인정한 것뿐이죠. 길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P36

또 다투게 되더라도 해야만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 앞에서 무작정 도망치지않기 위해서, 설령 새로운 시작이나 끝을 맞이하게 될지라도열었다.
- P41

거리는 텅 비고 가게는 문을 닫았으며 사람들은 집에 고립된 채 천천히 썩어갔다. 한수가 사는 동네와는 상관없는 비극이었다.

- P46

몇몇 치료사들은 이제 다 끝났다는 거짓말로 그들을 달랬다. 그런 거짓말은 효과가 없었다.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더 빨리 거짓을 꿰뚫어볼 줄 알았다. 그리고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 P52

과거는 독이었다. 간절히 바라도 돌아갈 수 없으니까.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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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 세는 단위로 김 100장을 한 톳이라고 한다.
김 한장은 얇고 그 무게도 가볍지만,
김 한 톳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 P5

 예상과는 다르게, 상하지도 숙성되지도 않은 모습. 유통기한이 지나도, 나는 나였다. 다소 색 번지고 빛 바랬지만, 나는 나였다.
- P15

길고양이처럼 불쑥 찾아온 허무, 삼색 고양이처럼 다채롭게 다가온 허망. 그 공허를 헤아리다 생채기가 난 나날들.
- P18

누군가의 불안에는 난장미(美)가 있다. 불규칙 속에 규칙이 있듯, 난장판 속에도 나름의 질서가 존재한다. 
- P28

툭 던진 한 마디가 여러 행의 시보다 묵직하다. 찰나의 순간으로 일생을 버티는 사람이 있다. 
- P30

오늘 나를 가라앉게하는 건, 시집 속에 수록된 수십 편의 시가 아닌 겨우 두 줄적힌 ‘시인의 말‘이다. 나는 고작 그 두 줄 적어내지 못해 이렇게 길고 긴 글을 쓴다.
- P30

매 순간 서두르는 사람은 매 순간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득, 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빠르게 생각이 스치는 순간, 나는 느려지기 때문이다.
- P46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비 구체적인 행동을 한다. 생각은 행동으로 희석된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점점 짙어지는 것만 같다. 
- P52

바늘구멍에 자신을 욱여넣는 내게 주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경고. 우리는 아픔이 찾아와야지만 잠시 멈춰서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아픔이 찾아와야지만 잠시 숨을돌리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 P63

무거워서 가라앉는 대신, 가벼워서 차분해지고 싶다.
- P65

어떤 삶은 살아갈수록 내게 딱 들어맞는다. 어떤 삶은 살아낼수록 자기 목을 조이기도 한다. 우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살아내고 있는 걸까.
- P69

너를 향한 무한한 연민과 나를 향한 무한한 연민의 값이 같았다면 어땠을까. 
- P104

이젠 좋은 공을 주고받고 싶다.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 세기로, 상대가 받기 좋게끔 패스하고 싶다.
- P105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감정을 헤아려보겠다는 뜻이고, 해아려보겠다는 건 단순히 눈으로 읽는 행위보다 몇 배고 몇십배고 감정을 소모하겠다는 의지입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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