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어떤 악의가 등골을 파고들어
다큐 영화에서 봤던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 P34

스스로 죄악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이 마음을
양산을 펼치는데 기꺼이 드는 이 헐거움을
늘 기도와 같은 것이라고 여겼었는데
- P35

나를 악인으로 몰아붙이는 여름빛은
발등에 여전히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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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관련하여 이러한 사회 격변기를 거쳤을 것이 분명한 그에게
‘노동‘이 공장/육체 노동을 지시하게 되었으리라 추측하기는 어렵지않다. 다만 문제적이라 느낀 것은 어째서 나의 노동은 ‘노동‘의 경계바깥에 있는 것으로 구분되는가 하는 점이었다.
- P144

그리하여 이번에는 내가 묻는다. 노동을 해보았느냐고? 삶은 무엇이고 노동은 무엇인가? 시에서 노동 읽기가 가능한 한 삶이 노동임을 누군가의 인준 없이도 인간이 인간 존재로서 인식하는 한, 사는 일과 노동은 무관하지 않다. 타인의 승인과 별개로 개인이 삶으로써 노동을 행하는 이상 우리는 시로부터 삶으로 점철된 노동을 목격할 수있다.
- P160

‘생활이 전혀 안 된다‘고 생각해본 적 있다. 단지 ‘돈‘이 없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그래야만 한다는 압박 때문에 제대로 살 수가 없다. 원하는 방향대로 살지 못해 불행하다는 쪽에 가깝다. 우리는 ‘생활‘을 되찾아야 하며, 최지인의 시에서 그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시는 ‘생활‘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최지인은 이 세계에서 일을 하는 것에 관해 말하고,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을 고민하며 사는 삶에 대해 쓴다. 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 혹은 그것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 P163

우리가 사는 세계란 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삶을 지속할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다. "실업을 증명하"는 세상에서 화자는 자주 슬프기에 "슬픔은 지겹지 않다"고 말하는데, 이곳에는 술에 취해 "새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산다. 지금 삶에 만족하지 못하며 새 삶을 살 기회가 거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술에 취해 그런 말을 "흥얼"거릴 텐데, 실현 가능한 목표라면 부단히 진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P165

"쓸모"의 차원에서 볼 때, 즉 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시는 "쓸모"없는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고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때문이다. 그에게는 좀더 "성실"할 것이 요구되며 직장 상사의 독려는 이러한 압박을 일축하여 보여준다. 세상에 의문을 갖는 사람을 거부하는 세계에서 생활 노동자로 살아남는 일은 녹록지 않다.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한편 그렇게 하는 것이 어딘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은 자주 부딪친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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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대‘는 같은 시대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함께 움직이는‘ ‘함께 살아가는‘이란 의미도 떠올리게 하므로 지금 이시기에 함께 있는 ‘우리‘의 상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된 표현이기도 하잖아요. 선우은실 평론가의 글은 독특하게도 ‘동시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곧 ‘함께‘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개별성을 분리시켜서 각각의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차원으로 활용하고 있었어요. "평론가인 내가 읽는 글을 독자인 여러분도읽고 있지요?"라고 묻기도 하면서 ‘독자들이 각각의 현장에서 자신의 노동을 하듯, 평론가인 나 역시 문학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여럿중 하나입니다‘라고 본인의 위치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P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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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는 없음 슬픔은 없음 안녕은 없음 봄은 없음없음이란 계획표에 가까울까 반성문에 가까울까

(중간생략)

그래 일기를 꼬박꼬박 써야지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별일 없는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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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은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의 발현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러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구조의 쇄신을 요청하기보다는 삶의
‘처음‘으로 돌아가 기득권에 속하게 되기를 바라는 쪽에 가깝다. 
- P110

보잘것없는 최선을 선택해야 하는 삶 속에서 사랑 같은 가치조차 사라져버린 세계는 무의미하다. dd의 죽음은 d가 삶을 ‘리셋‘시키고싶은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황정은은 여소녀와 박조배를 d의 주변에 배치함으로써 그런 세계를 어떻게 견뎌나갈 것인지, 우리는 어떤 태도로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 P120

그럼에도 리셋의 태도란 그런 것이다. 망함이나 망하지 않음도 없이 늘 망하기 직전인 것 같은 현실 위에서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이미 도착해버린 지금을 견디는 것이다. 지금들을 견뎌나가다보면 그것을 견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고 하나의 인간의 생애로 계속해서 쇄신된다. 망하거나 망하지 않으리라는 신념이 지금을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인간 존재만이그 시간을 있게 한다. 소설은 그런 늘 망하기 직전과 같은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얼마만큼이나 처절한 현실 속에 던겨졌었는지를 돌아보고 인물들에게 묻고 응답을 듣는다. 리셋을 갈구할 만한 현실의 문제를 보여주고 인간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을소설은 한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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