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리셋의 태도란 그런 것이다. 망함이나 망하지 않음도 없이 늘 망하기 직전인 것 같은 현실 위에서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이미 도착해버린 지금을 견디는 것이다. 지금들을 견뎌나가다보면 그것을 견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고 하나의 인간의 생애로 계속해서 쇄신된다. 망하거나 망하지 않으리라는 신념이 지금을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인간 존재만이그 시간을 있게 한다. 소설은 그런 늘 망하기 직전과 같은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얼마만큼이나 처절한 현실 속에 던겨졌었는지를 돌아보고 인물들에게 묻고 응답을 듣는다. 리셋을 갈구할 만한 현실의 문제를 보여주고 인간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을소설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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