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한 ‘순리‘는 현실이 되고 보니 순하기보다는 독하고 어떤 이치를 따라야 할지 복잡하기만 했다. 억지로엄마를 설득해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 P6

태어나면 누구나 자기 똥오줌을 남에게 의탁하는 시간을 거친다. 무조건이다. 어떤 때는 내가 의탁하고, 어떤 때는 내게 의탁하고. 뭐, 공평하네.
- P10

병원에 갈 때마다엄마는 의사에게 본인의 증상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의사는 엄마의 말을 들을 새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대학병원 C의 의사는 처음부터 달랐다. 엄마의 말을그리고 내 말을 중간에 탁탁 끊어 먹지도 않고, 시종일관 자판만쳐다보고 있지도 않고,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 P26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만약에‘의 구덩이와 ‘했더라면‘의 산을 피할 수 없다. ‘만약에‘의 구덩이에 빠지고 ‘했더라면‘의 산에서 뒹구는 사이 후회는 쌓여 갔다. 
- P42

슬픔에 빠져 있기보다 남은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자고.
슬플 새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즐거움이라니. 나는 내뺄 생각뿐이었는데 말이다. 
- P44

슬픈 건 슬픈 거고, 애틋한 건 애틋한 거고,
짠한 건 짠한 거고, 지금 그것만큼 중요한 건 집 안에 가득 찬 묵은 때를 닦아 내는 것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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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의 맨해튼에서는 적어도 두 사람 몫의 용기가 필요했다.
- P41

"사야 돼, 제이미. 그 조각상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궁금하지도 않니? 왜 다들 그 조각상을 보려고 줄을 서 있을까?"
- P75

"그중 한 가지 이유예요. 나머지 이유는, 제 생각에 나머지이유는, 일단 말해 버리면 모험이 끝나 버릴 게 확실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저는 할 만큼 했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는 모험을 끝내고 싶지 않아요."
- P192

클로디아는 아직도 모험을 통해 뭔가를 얻으려고만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인정, 그리고 이제는천사상에 대한 진실을. 그러나 지금 클로디아는 조심스럽게어른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 P195

"그건 단지 비밀이기 때문이야. 클로디아가 딴 사람이 되어서 그리니치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거지."
- P207

클로디아에게 필요한 모험은 바로 비밀이야.
비밀은 안전하면서도 한 사람을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비밀이 존재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말이야. 
- P207

나는 클로디아가 행복해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행복이란 제자리를 찾아 내려와 날개를 접은 설렘이지만, 날개를 접었다고 모든 움직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 P209

"일단 비밀이 생기면, 내가 비밀이 있는 줄 아무도 모르는것이 재미없기 때문이야. 남들이 그 비밀이 뭔지 아는 것은 싫지만 내가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알아야 해."
- P220

이 세상에서 엄마가 되지 않고도 할머니가 된 사람은 할머니가 처음일 거야.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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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인 씨, ‘하루살이‘는 말하자면, 제 블로그를 계기로 모이게 된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네에."
"그러니까."
자야마는 마른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뿐입니다."
- P29

그래서 어려운 겁니다.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환자와 가족이 남은 인생에 뭘 바라고 있는지, 뭘 기대하고 있는지, 그걸 아는 거니까요. 즉, 왜 목숨이 남은 기간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거지요. 
- P44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살아 있는 망령 같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시간을 너무나 알고 싶어서 대충이라도 좋으니 알려달라고 끈질기게물어본 게 바로 우리 두 사람이라네. 나도 자야마 씨도 폐암은 전공이아니었으니까."
- P45

모두가 미스터리 애호가인 것은 아닐 테고, 그녀도 미어캣에 손을 들긴 했지만 흥미는 없는지도 모른다. 일단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최고 연기자와 초보 연기자가 역전되었다는 사실이다.

- P62

그렇다. 셰익스피어 랭보에게서까지 배울 것도 없이, 인생은늘 장대한 연극 같은 거라는 걸 나는 그 사건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 P64

"피해자는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만히 두어도 어차피 곧 죽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 P111

"내버려둬도 어차피 곧 죽는 건 범인도 마찬가지니까, 범인은 ‘어차피나도 죽는다면 하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곧 죽을 운명을 지닌 사람의 배수진이라는 범행설. 가설이라곤 해도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 P124

"임종하셨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 P181

나나쿠마 스바루 선생님은 제 할머니입니다. 혈연으로 이어진 틀림없는 친족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일흔 살이십니다.
- P195

벚꽃색 입술 안에서 하얀 치아가 언뜻 빛났다. 야쿠인이 처음으로 보는 하루나의 표정이었다. 그것은 불온하게도 미소처럼 보이는 요사스러운 웃음 같았다.
- P209

입을 열지 않을지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곧 죽을 텐데, 뭐.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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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인해 불안정한 굴곡이어도 삶을 지속하는것이 큰 혜택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언제든 내 목숨을 쥔 채 쉽게 놓아버릴 수 있다는 오만했던 자세도 사라졌습니다. 
- P5

반려견을 데려오려는 분들께는 ‘마지막까지 내가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소소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글이 될 것입니다.
- P6

이해하지만 가끔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추억의 힘은 강해서 자꾸만 예전의 모습을 찾으려고 든다.
- P25

나는 달래의 이런 시원시원한, 뒤끝 없는 성격을 사랑했다. 그리고 우리 관계는 순간에 특별해지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됐다. 지나고 보면 모든 순간이 전부특별했으니까.
- P37

자책과 후회의 화살을 뽑아낸다고 해도 비어 있는 구멍은 하염없이 욱신거린다.
- P45

상실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 P46

글을 적는 지금, 굉장히 후회스럽다. 면회를 아무리 오래 한다고 해도 겨우10분 내외인데, 깊이 눈 마주치며 사랑한다고 말해 줄걸. 집에 꼭 돌아올 수 있다고 안심시켜 줄 걸.
- P53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우울은 수용성이라고.
무너지기에는 아직 이르니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머리를 물에 적시니 생각의 불순물도 씻기는 것 같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 P55

그 밤, 빈자리를 잘 견뎌내는 것 또한 노견과 살아가는 보호자의 몫이라는 배움을 얻었다.
- P56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충분한 느낌. 달래가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이 단순한 공식을 믿고 나아가자. 그렇다면 우리는 내일이 두렵지 않을 테니...
- P76

달래가 도대체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듣는 내내 심한 죄책감에 심장이 묵직해졌다. 이때부터 달래의 끝을 진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전에는 끝을 상상하면 가슴이 시큰해져 도저히 이어 나갈수 없었는데 이제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면해야 했다.
- P95

빈자리를 감당하는 것도 보호자의 몫이거늘..
- P102

‘행복은 지독히도 평범한 거구나‘
- P130

달래를 위해 살아가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 P156

지구의 많은 것이 달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 P159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죽음을 앞두고도 끝까지 용감했던 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잘 살아가야한다고 다짐했어요. 
- P164

원체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요. 달래가 떠난 계절이기에 결국 사랑해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공기가 뜨거워지면 분명 그리워질 텐데 미워하며 힘을 쓰는 대신 그냥 사랑해 버리는 것이 더 이로운 것 같아요.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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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이토록 단순할 수 있다는 게 믿기 어렵지만, 삶은 이렇게 단순하다.
- P161

아주 어릴 때는 보통 행복하고, 적어도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 세상을 더 명료하게 보기 시작하면 행복할 일이 별로 없다.
- P182

이제야 기억난다. 언니는 토착민 단체를 돕기 위한 수공예품 특별 박람회에서 이런 물건들을 구하곤 했다. 그게언니의 친절이고 언니의 양심이었으며, 물건들이 조금 이상하고 때로는 낯설었던 이유였다.
- P193

언니의 제안은 관대함이 넘쳐흘렀고 나는 그 속에 가라앉아 오래 머물고 싶었다.
- P195

대리석 계단 아래 높은 창문을 통해 떨어지는 긴 햇빛줄기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가 놓쳐버린 것이뭔지 일깨워주려는 것 같다. 이상한 일이다.
- P196

살았는지 살지 않았는지, 선택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살아 있지 않다는 게 반드시 죽었다는 뜻이 아니고, 제3의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P205

때로 슬픔이 거의 억누를 길 없이 가까운 곳에서 날개다리고 있어도 잠시 슬픔을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또떨 때 슬픔은 계속 흘러넘치는 컵과 같다.
- P208

홀로 내려가야 했던 그 어려운 계단들은 하루하루언니가 내려갔던 삶의 단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광활하고 호화로운 홀은 그 모든 의식 가운데서도 앞에 있든 아래에 있든 죽음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 P215

제발 당신의 상상력을 맛보이지 말아요. 다른 사람은 즐길지 몰라도 나는 당신의 생생한 상상력이아주 지루하니까요. 이게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이고, 어쨌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 P312

인생이 너무 심각해서 글을 계속 쓸 수 없다. - P325

솔직히 화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 그건 우리의 이해력이 모자라서라기보다 작가가 쉬운 이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 P364

이게 다라고? 싶지만, 이게 다라서 즐거운 문장들이 이어질 때 우리는 리디아 데이비스를 따라간다. 정말 이게 다라고? 싶은데, 사실 이게 다가 아니라서 우리는 리디아 데이비스의 깊은 행간에서 기꺼이 길을 잃는다.
- P365

 "과연 이런 게 ‘소설‘ 혹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그의 문장은 태어난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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