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이토록 단순할 수 있다는 게 믿기 어렵지만, 삶은 이렇게 단순하다. - P161
아주 어릴 때는 보통 행복하고, 적어도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 세상을 더 명료하게 보기 시작하면 행복할 일이 별로 없다. - P182
이제야 기억난다. 언니는 토착민 단체를 돕기 위한 수공예품 특별 박람회에서 이런 물건들을 구하곤 했다. 그게언니의 친절이고 언니의 양심이었으며, 물건들이 조금 이상하고 때로는 낯설었던 이유였다. - P193
언니의 제안은 관대함이 넘쳐흘렀고 나는 그 속에 가라앉아 오래 머물고 싶었다. - P195
대리석 계단 아래 높은 창문을 통해 떨어지는 긴 햇빛줄기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가 놓쳐버린 것이뭔지 일깨워주려는 것 같다. 이상한 일이다. - P196
살았는지 살지 않았는지, 선택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살아 있지 않다는 게 반드시 죽었다는 뜻이 아니고, 제3의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P205
때로 슬픔이 거의 억누를 길 없이 가까운 곳에서 날개다리고 있어도 잠시 슬픔을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또떨 때 슬픔은 계속 흘러넘치는 컵과 같다. - P208
홀로 내려가야 했던 그 어려운 계단들은 하루하루언니가 내려갔던 삶의 단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광활하고 호화로운 홀은 그 모든 의식 가운데서도 앞에 있든 아래에 있든 죽음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 P215
제발 당신의 상상력을 맛보이지 말아요. 다른 사람은 즐길지 몰라도 나는 당신의 생생한 상상력이아주 지루하니까요. 이게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이고, 어쨌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 P312
인생이 너무 심각해서 글을 계속 쓸 수 없다. - P325
솔직히 화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 그건 우리의 이해력이 모자라서라기보다 작가가 쉬운 이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 P364
이게 다라고? 싶지만, 이게 다라서 즐거운 문장들이 이어질 때 우리는 리디아 데이비스를 따라간다. 정말 이게 다라고? 싶은데, 사실 이게 다가 아니라서 우리는 리디아 데이비스의 깊은 행간에서 기꺼이 길을 잃는다. - P365
"과연 이런 게 ‘소설‘ 혹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그의 문장은 태어난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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