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인 씨, ‘하루살이‘는 말하자면, 제 블로그를 계기로 모이게 된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네에." "그러니까." 자야마는 마른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뿐입니다." - P29
그래서 어려운 겁니다.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환자와 가족이 남은 인생에 뭘 바라고 있는지, 뭘 기대하고 있는지, 그걸 아는 거니까요. 즉, 왜 목숨이 남은 기간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거지요. - P44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살아 있는 망령 같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시간을 너무나 알고 싶어서 대충이라도 좋으니 알려달라고 끈질기게물어본 게 바로 우리 두 사람이라네. 나도 자야마 씨도 폐암은 전공이아니었으니까." - P45
모두가 미스터리 애호가인 것은 아닐 테고, 그녀도 미어캣에 손을 들긴 했지만 흥미는 없는지도 모른다. 일단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최고 연기자와 초보 연기자가 역전되었다는 사실이다.
- P62
그렇다. 셰익스피어 랭보에게서까지 배울 것도 없이, 인생은늘 장대한 연극 같은 거라는 걸 나는 그 사건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 P64
"피해자는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만히 두어도 어차피 곧 죽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 P111
"내버려둬도 어차피 곧 죽는 건 범인도 마찬가지니까, 범인은 ‘어차피나도 죽는다면 하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곧 죽을 운명을 지닌 사람의 배수진이라는 범행설. 가설이라곤 해도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 P124
"임종하셨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 P181
나나쿠마 스바루 선생님은 제 할머니입니다. 혈연으로 이어진 틀림없는 친족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일흔 살이십니다. - P195
벚꽃색 입술 안에서 하얀 치아가 언뜻 빛났다. 야쿠인이 처음으로 보는 하루나의 표정이었다. 그것은 불온하게도 미소처럼 보이는 요사스러운 웃음 같았다. - P209
입을 열지 않을지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곧 죽을 텐데, 뭐.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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