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웃는 여자의 웃지 못할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여자에게 웃음을부여했다는 것은 더욱 과감한 시도였다. 모나리자는 웃기지 않으면서 웃는 여자, 이브가 저지른 원죄로 얼룩진 지상에서 감히웃는 여자였다. 이것은 당시의 통념에서 벗어난 혁명이었다.
84p

그런데 우리가 보고 있는 성모의 환한 웃음은 한 치 앞을모르는 인간, 이 순간만이 전부인 인간, 지금-여기에서 일점소실점을 응시하고 있는 원근법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표 정이다. 종교적 구원이 약속하는 저승의 삶보다 지금-여기의이승의 삶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질 때야 비로소 웃는 여자가 그려질 수 있었다. 
85p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미소는 가장 이상적인 웃음, 신플라톤주의적인 웃음이다. 이것은 우리가도달해야 할 궁극의 웃음이며, 동시에 일종의 시대를 앞서는 방향 제시적인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지금 - 여기에서 웃고 있다는 것은 지금-여기에서행복하다는 의미다. 이 책은 낙원에서 쫓겨나며 우는 여자 이브에서 시작했다. ‘우는 여자 이브‘에서 ‘웃는 여자 모나리자‘로 오기까지 1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8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영원한 사랑, 달콤한 불행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1445~1510

나른한 듯 활기 없는, 때로는 "지치고 침울해" 보이는 보티첼리의 여인들은 모두 사랑 속에서 태어났으니말이다.
62p

숭배는 나는 이렇게 보잘 것 없지만, 그(그녀)는 나보다 우월하리라는 검증 없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나보다 우월한 존재를 통해서 내게 주어진 현실의 비루함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숭배다.
68p

숭배에서 비롯된 사랑이 플라토닉한 사랑의 경계를 넘어 부부라는 현실적인 관계가 되는 순간, 남는 것은 프루스트의 『잃 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스완이 느낀 것 같은 실망과 환멸뿐이 다. 그러니 실패한 사랑, 가질 수 없었던 사랑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영원한 것으로 만든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7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 초록 지붕 집에서 맞은 아침

하지만 지금은 아침이었다. 그래, 마당에 꽃이 활짝 핀 벚나무가있었지. 
65p

한쪽은 사과나무 과수원이었고 다른 한쪽은 벚나무가 가득했는데, 여기도 꽃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나무 아래 풀밭에는 민들레가 여기저기 피었다. 그리고 눈 아래 정원의 라일락 나무에는 보랏 빛 꽃이 만발했고 아찔할 정도로 향기로운 라일락 향이 아침 바람을타고 창문으로 흘러들었다. 
66p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앤은 그 모든 풍경을 허기진 듯 바라보며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가엾게도 지금까지 아름답지 못한 곳들만 지겹도록 보며 살았는데, 이곳은 앤이 꿈꾸던 모습 그대로라 할 만큼아름다웠다.
6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90/95~1455

프라 안젤리코의 〈조롱당하는 그리스도>는 잔혹한 현실을 관념적으로 부정하는 그림이 아니라 거꾸로 타인의 고통을 제 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섬세한 사람들을 양성하기 위한 작품이다. 암시적인 묘사만으로도 충분히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면 굳이 그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폭력 포르노를 만들 필요가 없다.
55p

그러니까 이 그림은 예수의 수난이라는 이야기를 대하는 가장 타당한 자세는 묵상임을 보여주는 듯한 구조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56p

기독교적인 맥락에서는 눈에 보이는 참혹함과 고통을 넘어선 신의 궁극적인 뜻에 대해 사유하는 자세라 할 수 있으며, 불교적인 맥락에서는 세계와나의 근본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자세일 것이다. 
5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 마릴라 커스버트가 놀라다 51~64p

오랫동안 웃어보지 않아서 어색해 보이기는 했지만, 떨떠름한 미 소 같은 게 마릴라의 딱딱한 얼굴에 부드럽게 떠올랐다.
53p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저 애를 키워서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우리가 저 애한테 도움을 줄 순 있지."
매슈가 불쑥 뜻밖의 말을 꺼냈다.
6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