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90/95~1455
프라 안젤리코의 〈조롱당하는 그리스도>는 잔혹한 현실을 관념적으로 부정하는 그림이 아니라 거꾸로 타인의 고통을 제 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섬세한 사람들을 양성하기 위한 작품이다. 암시적인 묘사만으로도 충분히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면 굳이 그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폭력 포르노를 만들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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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그림은 예수의 수난이라는 이야기를 대하는 가장 타당한 자세는 묵상임을 보여주는 듯한 구조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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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인 맥락에서는 눈에 보이는 참혹함과 고통을 넘어선 신의 궁극적인 뜻에 대해 사유하는 자세라 할 수 있으며, 불교적인 맥락에서는 세계와나의 근본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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