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나는 언제나 우리 자신에게는 온갖 의무만을 부과하고 타인들에게는 모든 권리와,
나아가 온갖 변명까지도 인정하는 식으로 처신했다. 크리스타가 잘못을 했다면 뭔가 비밀이나 설명이나 정상을참작할 만한 상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나였다면 호된 질책만 떨어졌을것이다.
이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니 조금 화가 났다.
- P149

"도대체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는군요! 누군가를 끝까지 믿는다는 건 그 사람에게 설명을 강요하지 않는 거라구요."
"네가 클라이스트 작품을 읽은 걸 보니 기쁘구나. 하지만 우리는 너처럼 섬세한 사람이 못돼, 우리에겐 설명이필요해."
- P152

"네 부모와 너는 내 등뒤에서 험담하느라 시간 가는 줄모르겠구나.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겠어."
"너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우리는 네 얘기를 아예 입에 담지도 않아."
- P158

앙테크리스타의 교묘함은 그녀가 하는 비방의 은밀함에 있었다. 대개의 경우 부모님과 나는 우리에게 가해지는 비난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비열한 것이겠거니 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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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사람만이 세상을 볼 수 있다.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Giovanni Lorenzo Bernini, 1598-1680

조각은 그 본성상 회화보다 본질지향적이고 영웅지향적이다. 대리석, 나무, 청동, 돌 등 오래 보존되는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지는 인물은 그 재료에 값하는 기념비적이고 고귀한 업적을 가져야 하며, 작품은 그 인물의 영원한 영웅적 본질을 표현해야 한다. 영원함을 지향하기에 고전 조각품들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순간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난 영원한 무표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베르니니의 이 작품에는 영원에서 순간으로, 정지에서 운동으로의 전환이라는 바로크 예술의중요한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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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


앤이 울먹였다. 다이애나도 흐느껴 울었다.
"꼭 그렇게 할게. 그리고 마음의 친구는 이제 사귀지 않을 거야사귀고 싶지 않아. 너만큼 사랑하는 친구는 만날 수 없을 거야."
"아, 다이애나. 너 나를 사랑하니?"
앤이 두 손을 모아 잡으며 소리쳤다.
"그럼, 당연히 사랑하지. 몰랐단 말이야?"
- P238

"그렇게 재잘대는 걸 보니 슬퍼서 죽을 걱정은 없겠구나, 인"
마릴라가 야박하게 말했다.
- P240

가끔 다이애나를 생각하면 아주 슬퍼져요. 하지만 아주머니, 너무 오래 슬픔에빠져 있기엔 세상이 참 흥미롭지 않나요?"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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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주머니. 세상에 10월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요.
9월에서 11월로 바로 넘어가 버리면 정말 끔찍하겠죠?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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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대해 말할 자는 나뿐이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_1656?

그녀에게는 그림이어떤 경우에서든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 constant)였다. 우리 삶에는 상수와 다양한 변수가 있다. 삶의 상수는 변하지 않는 항상성을 가지고 내 삶을 지탱할 수 있게 만드는 그 무엇이다. 변수는 특정 시기에 강렬하게 작용할 수는 있지만, 없어도 삶이 지탱되는 것들이다. 상수와 변수를 잘 분별하지 않으면, 일시적인 변수에 흔들려서 삶이 붕괴될 수 있다.
- P229

또한 젠틸레스키는 세상의 평판, 기준 따위와 싸우는 일에 자신의 힘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런 재잘거림은 흘러가도록 버려두었다. 그녀의 삶에 대해 말할 자는 그녀뿐이다. 그녀는 화가였고, 그림을 그렸고, 삶을 살아냈다. 매순간이 절박한 싸움이었고, 매 그림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었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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