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나는 언제나 우리 자신에게는 온갖 의무만을 부과하고 타인들에게는 모든 권리와, 나아가 온갖 변명까지도 인정하는 식으로 처신했다. 크리스타가 잘못을 했다면 뭔가 비밀이나 설명이나 정상을참작할 만한 상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나였다면 호된 질책만 떨어졌을것이다. 이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니 조금 화가 났다. - P149
"도대체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는군요! 누군가를 끝까지 믿는다는 건 그 사람에게 설명을 강요하지 않는 거라구요." "네가 클라이스트 작품을 읽은 걸 보니 기쁘구나. 하지만 우리는 너처럼 섬세한 사람이 못돼, 우리에겐 설명이필요해." - P152
"네 부모와 너는 내 등뒤에서 험담하느라 시간 가는 줄모르겠구나.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겠어." "너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우리는 네 얘기를 아예 입에 담지도 않아." - P158
앙테크리스타의 교묘함은 그녀가 하는 비방의 은밀함에 있었다. 대개의 경우 부모님과 나는 우리에게 가해지는 비난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비열한 것이겠거니 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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