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들과 헤어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고 못된 짓을 하는 것같았지. 이게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왔어. 그러자 다른선생님이 말했지. 그건 우리 생각일 뿐이라고, 인간적인 생각으로 개네의 행복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거야. 사랑과 애착을 구별해야 한다.
면서, 나를 위해서 야생동물들을 곁에 두려는 생각은 진실한 사랑이아니라고 했어. 헤어지던 날 걔들을 케이지에 태우고 운전을 해서 얼마쯤 떨어진 곳에 풀어놓았어. 돌아서려는데, 내 쪽을 자꾸만 보더라.
보지 말고 앞으로 가라고 말했어. 그런데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거야. 그애들, 뒤를 돌아보면서도 앞으로 가더라. 천천히 우리를 등지고그렇게 초원 속으로 가더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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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영주." 한지가 말했다.
충동적으로 여기에 머물기로 한 것도, 네가 해야 했던 일을 내팽개쳐버린 것도, 수도원 생활도 모두. 괜찮아.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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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대단한 독서가였지만, 고흐는 삶을 글로 배우지 않았다. 사실 고흐 같은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스승은 없다. 그림도 거의독학을 했고, 모든 것을 삶으로부터 배웠으며, 진실한 삶을 사랑했다.
- P144

언제나 예술은 상실과 죽음에서 시작되었다.
- P152

유순이는 주인공도 기억 못 하는 어린 날의 추억을 한 대목 이야기한다. 천덕꾸러기 유순이가 서울로 올라가던 날, 주인공은 색동코가 달린 고무신을 벗어 주었다. 나는 잊어버린 그 기억을 가지고 유순이는 평생을 살았다. 아마도 색동 코가 달린 고무신이 유순이에게는 따뜻한 감자 한 알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저렇게 김이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작은 감자 한 알을 권해 본 적이 있는가?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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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연히 혹평을 받았다. 선악의 경계가 너무 분명하고 메타포가 강해서 세련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무짜리평도 내리지 않고 그저 내게 묻기만 했다. 그런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은 건지, 정말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있는지, 심지어 사람이 정말 그렇게 쥐로 변할 수 있는 건지, 그 소녀를 잡아낸 카메라는 누구의 시선인지 묻기도 했다. 그 불편하고 듣기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나는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나의 유일한 관객이었다.
- P62

그때 쇼코는 그 예의바른웃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음이, 어린 시절 쇼코의 미소를 보았을 때처럼 서늘해졌다.
- P64

어떻게 그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이 호의이어질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고작 한 명의 타인과도 제대로결되지 못하는 어른이 된 나로서는 그때의 일들이 기이하게까지껴진다.
- P69

나는 그에를 조금도 알지못했었어. 유년을 다 지나고 나서야 니는 그애를 다르게 기억하기 시작했다.
- P73

어차피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라는 마음이 그날 밤, 아줌마와 우리 사이를 안전하게 갈라놓았다. 그건 서로를 미워하고 싶지도, 서로로 인해더는 다치고 싶지도 않은 어른들의 평범한 선택이었다.
- P82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투이의 유치한 말과 행동이 속깊은 애들이 쓰는 속임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런 아이들은 다른 애들보다도 훨씬 더 전에 어른이 되어 가장 무지하고 순진해 보이는 아이의 모습을 연기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통해 마음의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각자의 무게를 잠시 잊고 웃을 수 있도록 가볍고어리석은 사람을 자처하는 것이다. 진지하고 냉소적인 아이들을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는 투이의 깊은 속을 알아볼 도리가 없었다.
- P86

바람이 내 말을 쓸어가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스럽게. 그 말이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 P87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 P89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끝이 어떠했는추억만으로도 웃음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 P90

그저, 가끔 말을 들어주는 친구라도 될 일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곁을 줄 일이었다. 그녀가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오래 외로웠던 사람이었기에.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 P92

곰의 이야기를 들을 때 엄마는 곰이 되어서 곰에게 이야기하는 이모의 모습을 봤다. 곰아, 밥 먹어. 그 말을 하고 엉엉 우는 이모의 모습을 바라봤다. 곰의 마음으로 이모를 바라보면 이모는 세상 누구보다 귀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그후로도 죽은 개의 마음으로 이모를 바라보곤 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를 잃고 나서도 더 잃을 것이 남아 있던 이모의 모습을.
- P100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태도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무정함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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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단테가 바라본 지옥의 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괜히 겁주는 말이 아니라 그것이 지옥이 건넬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의 말이었다. 헛된 희망은 더 큰 상처가 될 뿐인 곳이 지옥이다.  - P129

지옥을 알아야 지옥을 피할수 있기 때문이다. 설명하는 입장에서도 천국보다 지옥이 설명하기더 쉽다. 천국을 의미하는 ‘Paradiso‘는 ‘지옥(Dis)에 대항하는(Para)‘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옥이 아닌 곳이 곧 천국이란 말이다. 또 살면서 천국 같은 체험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지옥 같은일을 당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니 지옥에 대한 설명이 더 쉬울 터.
- P130

고로 시간이 흐르는 이곳은 분명 지옥보다 나은 곳이다. 시간을견디고 헤쳐 나가야 한다. 누구든지 희망을 잃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싶을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젊다면, 여전히 긴 시간이남았다면 자살은 탈출구가 아니다.  - P133

이 지리멸렬한삶을 견디는 것은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 P135

사랑이 영원하길 열망하지만 지상에서의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나는 법. 그렇다고 사랑을 안 할 수도 없다. 이제는 그렇게 끝을 알면서도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 아름답다.
고 말해 주는 시대가 되었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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