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의 주인공들은 파멸을 통해서 우리에게 구원의 방식을 제시한다. 험버트 험버트나 롤리타도 그런 경우다. 롤리타는 없었다. 다만 용서하기 힘든 욕망을 가진 한 남자가 있었다. 나이, 지식, 사회적인 힘 모든 것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었던 험버트 험버트는 롤리타의 모든 것을 빼앗고 오갈 데 없는 고아 소녀를 유린했다. 자기의욕망 속에 한 소녀를 희생시켰을 뿐이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롤리타는 어디에도 없다. 서글프고 아련한 돌로레스 헤이즈(Dolores Haze)가 있을 뿐이다.
- P100

오이디푸스는 왕다운 결단을 내렸고, 이로써비극은 역설적으로 가장 위대한 인간의 드라마가 되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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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아가씨의 분홍 드레스, 분홍은 감미로움과 간지러운 유희의 색이며, 연약하고 변하기 쉬운 사랑의 색이다. 순수의 하양과 열정의 빨강 사이에서 태어난 분홍은 그 뉘앙스에 따라고상함, 연약함, 부드러움에서 천박함, 강렬한 매혹에 이르기까지 상반되는 감정 사이를 오가며 그네 타기를 하는 색이다. 젊은 남자의 기대와 달리 그네는 관성에 의해 제자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갈 수도 있다. 누가 이 사랑이라는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인가?
- P29

사랑은 욕망을 포함하지만 결코 욕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사랑에는 욕망 이상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은 어떤 사람 혹은 어떤대상에 대한 헌신적인 자기 낮춤이다. 나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여 좀 더 큰 자아에 도달하는 내적인 성숙의 계기이다. 상대방과나의 보다 좋은 삶을 도모하는 길이라면 안타까운 이별도 감내하는것이 사랑이다.
- P30

시골에서의 순박한 생활을 할 때는 발휘되지 않던 기질들이 욕망의도시, 파리의 뒷골목에서 끔찍한 화학작용을 발생시켰다. 둘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거친 욕망이 그들을 몰아쳤다. 사랑이 격해질수록남편인 카미유는 방해물로 여겨질 수밖에.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서결국 그들은 살인을 했다.
- P45

19세기 말, 프리돌린의 시대는 "거리에는 창녀들이 그득했지만,
내 집안의 여자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대였다. 열일곱 살에 순결한 몸으로 자신과 약혼을 했던 아내에게 그런 환상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용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그런 "숨겨진 욕망의 시간을 주저 없이 탐닉하면서 말이다.
- P49

에곤 실레는 차라리 쇠퇴의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것은 그가 심사가 뒤틀린 인간이어서도 아니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의 말대로 다만 인간이란 슬픈 존재이며, 이에대한 말할 수 없는 연민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에곤 실레의 뒤틀린 그림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삐뚤어진 영혼을 그려서가 아니라 그렇게 삐쩍 마를 수밖에 없었던 슬픈 시대의 슬픈 존재를 그렸기 때문이다.
- P54

21세기 초, 우리의 시대는 개츠비의 시대보다 나을 것이 없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물질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혼돈을 일으킨다. 돈,
물질과 결부되면 될수록 사랑은 초라해진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물질적인 조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다양한 방법을 가진 사람이 나의 사랑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찬가지로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미덕도 돈이나 외모가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기술이어야 하지 않을까?
- P72

그러나 세례요한에 대한 살로메의 사랑은 달랐다. 살로메의 사랑은 보는 것이고 소유하는 것이었다. 보는 것은 무한하지만 소유는유한할 수밖에 없다. 보는 것은 마음대로이지만 갖는 것은 마음대로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질 수 없을수록 욕망은 폭력적으로 작동한다.
살로메는 살아서 가질 수 없는 사랑을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다. 세례요한이 그 눈으로 다른 여자를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의붓딸에 대해 흑심을 품고 있었던 헤롯 왕은 세례요한의 목을 들고 기뻐하는 살로메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죽음을 명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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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파급 속도는 진실보다 훨씬 빨랐다. 한 문장의 무분별한 선동을 주워 담는 데는 수백 개의정리된 문장이 필요했다. - P10

우리나라의 여성들에게는 한 번쯤 내 친구였을 흔한 이름이 있습니다. 지은이라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다는 이로 2차 가해에 시탈리는 한 사람의 김지은이 있습니다. 수많은 지은이들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한 사람의 김지은만의 일일까?"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은수많은 순간에 내가 김지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P202

직장 동료가 나더러 불쌍하다고, 김지은한테 이용당하는 거라고 떠들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내 스스로 결정해서 한 것이다. 누굴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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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소월은 단조로우면서도 명료한 운율로 꽃이 피고 지는것을 반복해서 노래한다. 꽃이 피고 지는 단조롭고도 명료한 반복 과정에서 그는 우주의 시간을 보았다. 피고 지는 꽃의 시간, 자연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소박한 어구의 반복으로 무한한 우주의 섭리를 노래한 짧은 소월의 시는 눌변의 수사학이고, 달변의 침묵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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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에 대한 열광은 개인적인 취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미래 비전으로확대된다. 이 점이 김환기의 위대함이다.
- P242

그녀의 에세이집에 실린 1988년의 글에는 감동적인 한 구절이실려 있다. "사람의 칠십 대는 인간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시간이다. 여기엔 남녀도 빈부도 없다. 하나의 인간이 존재하다 소멸되는 기록이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완성의 시간에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며 비로소 말문을 연다. 그녀의 첫 남편 천재 시인 이상(李箱)에 관한 말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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