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과 자연과 우주를 대하는 태도이며 문과인 나도 과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그분들께 배웠다.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젊은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건투를 빌며.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모르지만 훤아. 무슨 말인지 알아. 살아간다는 자해, 타살되기를 기다리는 삶. 나도 너무너무 알아. 결혼 축하해.
- P11

어느 순간부터 삶은 최선과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슬아를 만났어. 살아 있음에서 오는 책임은 무겁지만 그래도 사는 게 좋아졌다. - P14

사는 나와 쓰는 나 사이 슬픔에도 시차가 있다는 이야기로 들었어. 어떤 중요한 장면에 우리는 늦는다. 띄엄띄엄 돌아가서 기록한다.  - P16

따뜻하고 청결한 집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향해 일상을 다듬다 보면 감사한 기분이 들다가도 가끔은 이 모든 것이 가짜 같아. 슬픔을 팔아서 받은 것들로 행복해졌으니까. - P21

충분히 담아 오지 못할 가능성이 두렵다. 놓친 풍경을 일 년 동안 생각할 때도있다. 대개는 같은 장면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 그렇게 카메라를 세 대씩 이고 다니는 사람이 된다. 가능성 때문에,
아무것도 흘려보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
- P61

TV와 넷플릭스 없는 일주일은 아주 느렸어. 느려서 좋았다.
- P69

만드는 사람은 많고,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은 적다. 누군가 소비해야 우리는 계속할 수 있는데, 일단 작가끼리,
업계인끼리 소비한다. 입소문이라는 자연 발생을 기다린다. 결국 지속을 못 해서 사라진다. 사라지는 게 두려워서노골적인 홍보를 할 수도 있겠지. 나는 뭐가 되고 싶었던 걸까. 순수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가. 짜치는 홍보에 대한 거부감, 내 작품에 대한 자의식 과잉, 그러나 이번 앨범 때ㅈ지출한 제작비는 벌어야겠다는 탐욕을 품고서…….
사월 - P8

어차피 우리는 서로가 있는데도 서로 그리위하지만.
- P92

글 쓸 때도 그렇지. 나는 산문 쓸 때 그게 진짜 어려워. 광활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한 문장 한 문장 잘 세공하다 보면 문장에 매달리게 되어서...... 더 어려워지더라.
- P149

뭘 이렇게 많이 찍고 만들었을까. 휴지통에서도 삭제되면 데이터는 영원히 사라지게 돼. 되돌아갈 수 없는 상태니까 죽음이라 불러도 될까. 무한 복사 가능한 파일들도 클릭 몇 번이면 끝을 맞는다.
우리는 계속 우리의 일부를 지워 나간다. 스스로 자초한무수한 죽음 사이에 둘러싸여 산다.
- P1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데 사용하는 앱이 늘어갈수록 각 앱에서 보내는 푸시 메시지도 쌓여가자, 유저들은 점차 그것에 피로감을느끼고 푸시 알람을 꺼두기 시작했다. 
- P91

별거 아닌 메시지지만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고어떤 식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브랜드의호감을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뻔한 것을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 
- P141

한 세미나에서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어떤 부분을 중요시해야 하느냐고 말이다. 이 질문에서 브랜드를 ‘사람‘으로 바꿔본다면, 주변의 좋아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어렵지 않게 생각해볼 수있을 것이다.
- P1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 P5

햇빛도 없고 비도없고, 아침도 저녁도 아닌, 그 어느 시간도 아닌 것 같은 회색의 날, 아무도 없는 무인 행성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아침이었다. 항상 등 뒤에 따라오고 있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문득 보일 것만 같았다. 에밀리 브론테의 시가 생각났다.
- P9

아빠의 소심한 권위와 엄마의 뻔뻔한 낙심이 지탱하는 가정이란 살얼음판 같아. 한 번쯤 얼음판이 깨져보면,
바닥이 별로 깊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될 텐데.
- P12

홀로 남겨진 어미가 제 발로 들어가던 바다가 잊히지 않았다. 어떻게도 할 수 없다고 할 때, 난 이제 그 어미 캥거루를 떠올릴 것 같았다.
- P14

공기가 잘 닦인 거울 같아서, 내 생의 방향이 전환하는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김호은, 넌 이제 엄마와 사는 거다.
- P29

엄마는 무언가 묻고 싶은 것을 있는 힘을 다해 참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눈빛은 무엇이 궁금한 게 아니라, 이미 답을알고 있는 사람이 문제를 찾아 헤매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아직 묻지도 않은 진실을 미리 본 눈빛.
- P36

잠에서 깨어 다시 디뎌야 하는 현실이 끔찍해서 무릎이 오그라들 지경이면,
우린 충분히 불행한 것이리라. 승지도, 나도, 엄마도. 
- P46

간혹 내가 울음을 터뜨렸던 그 바다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때 난 왜 그렇게 울었을까. 감당할 수 없었던 막대한 양의 몰이해가 이유였던 것 같기도 하다.
- P30

뿔뿔이 흩어진 뒤의 어느 먼 날에 다시 그날을 이렇게 떠올릴줄 알고 미리 울음을 터뜨린 것만 같은 슬픔의 현기증이었다. 그리고 비밀, 비밀도 울음의 기억처럼 갑작스럽게 가슴을 쩍 벌리며 떠올랐다.
- P60

그 선물을 받을 때 여자의 가난한 얼굴이 잠시 장밋빛으로 환해졌다. 여자의 눈 속에 서양 인형의 눈 같은 초록빛이 담겨있어 나는 깜짝 놀랐었다.
- P62

어른들이란, 아홉 살이나 된 아이를 눈앞에 두고도 제멋대로들이다. 아홉 살도 상황이 자신의 삶과 조화되지 않으면 충격을 받아 영원히 기억에 새기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것은 어린이들이 즐겨 하는, 틀린 그림을 찾으시오, 라는 놀이 같은 것이어서 붉은 색연필로 그 오류를 종이가 뚫릴 만큼 꾹꾹 눌러 마침내 검은 구멍을 내는 법인데말이다.
-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로아 (지은이) 문학동네 2025-02-10, 176쪽, 청소년소설

#문학소매점_설렘 #설렘_3월

🐊 작년 말과 올 초에도 잊을만하면 들리는 사고와 재난. 그 슬픔과 아픔에 마음이 아프다하면서도, 나는 정말 그래야하는데 혹시 그조차도 배운듯이 생긴 건 아닌지 되돌아보곤 한다. 너무 쉽게 모든 걸 공감한다고 하고 고민할 순간도 없이 이해한다는 건, 어쩌면 너의 슬픔과 아픔을 알지 못한다고 쉽게 말하는 것만큼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때로는 있다. 슬픔을 애도하는 건 어떤 것일까. 우리는 과연 타인의 아픔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존재일까.

🐊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마음을 전부 다 안다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과학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적절히 둘러댈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아니 그럴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고통을 당하는 타인과의 친밀도와 자신의 직간접 경험과 삶을 살아가며 두루두루 만났던 기억나지 않는 모든 요소들이 복잡하게 섞여, 자신만의 공감을 할 수 있는 힘이 때마다 다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그 고통을 헤아리려고 애쓰는 마음은 내가 살아온 삶을 전부 돌아보는 일 만큼 값지게 느낀다. 온전히 공감하는 건 불가하다라도 연민은 유의미한 것. 그래서 너무 쉬워 보이는 공감과 이해는 낯설고 때에 따라선 폭력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 연서가 느낀 아픔을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군다는 이유로 연서는 호정이의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연서가 이해되면서도 호정이를 몰라주는 게 짠하고 섭섭하다. 연서를 배려하는 사람들이 가질 자의식이 이중적으로 느끼면서도 진심이 더 많을 걸 알기에 조심스럽다. 연서가 수연과 친하지 않았던 자들의 슬픔에 왜 짜증이 나고 혼자 겉도는 지 답답하면서도 묘하게 알 것도 같다. 관련 없는 듯한 혜민의 태도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도, 정민의 애도가 불편한 것도, 아빠와 엇나가는 관계도 어느 정도의 이해와 몰이해, 그리고 그 바탕에 존재하는 죄책감까지 뭐 하나 쉬운 감정이 없다.

🐊 그렇다고 타인에 대해 슬퍼하는 마음을 과연 어느 수준까지 진심인지 따질 수 있을까? 따지는 게 맞는 걸까? 연서는 슬퍼할 자격에 대해 사실 알고 있다. 그런 식으로 자격을 따진다면 세상은 쓸쓸해질거라 말한다. 오히려 슬퍼하는 것보다 잊어가는 것에 생각해 본다. 애도하는 마음을 안고 사는 건 너무 어렵다. 우리는 이런 고통을 잊어야 하는 걸까? 아니 이미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가는 아닐까. 나는, 사실 그렇다. 쉽게 말한다. 쉽게 잊는다. 쉽게 나아간다. 그리고 그걸 덮기 위해 강한 마음이라 단언한다. 연서만 위선적인 게 아니다.

🐊 청소년 소설에서 애도하는 마음과 남겨진 자의 슬픔, 연대를 곱씹고 삼켜보는 시간. 청소년과 어른의 구분은 애매하기도, 필요한지도 의아하다. 그래도 자신의 세상을 넓히는 시절 이 시간을 갖는다는 건 다행스럽다. 어른에게도. 아이같은 어른에게도. 소설은 내가 주저리 써 놓은 것과는 달리 어둡지 않다. 이 책을 같이 얘기하는 단체대화방에서는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에서 자제된 부분을 아쉬워하는 의견이 있었다. 완독 전이라 읽지 않고 넘어갔는데 이제 다른 분들의 감상이 궁금하다. 잊지 말아야지. 왝왝이가 거기 있었다는 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