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무슨 달리기도 아니고.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복이 있든 없든 아니 복과 상관없이 누구나 죽는다. 애초에 그런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 아닐는지.
- P73

"엄마가 전문가잖냐. 엄마랑 하면 금세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마른 나물을 어떻게 다듬고 요리해서 먹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엄마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언니의 슬픔은 엄마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에 집중하는 거였다. 엄마의 죽음에 언니의삶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다.
- P80

고향 마을에서 죽어간 노인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이를 키울 때만 마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 P156

그 마을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떳떳하기를 바란다.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순간을 맞이하니 돌봄을 받는다고 해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짐이 될 뿐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죽음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죽음에 이르는 길이 결코 만만찮아도, 늘 비참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 P171

요양원은 시간이 멈춘 곳 같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늙고 병들어서 죽을 일만 남겨 두고 있는 노인들이 가득해서였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그것이 아무렇지 않은 곳.
- P224

과연 이곳이 최선일까. 나라면 이곳을 집이라 여길 수 있을까.
나 역시 이와 비슷한 곳에서 나의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가. 질문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나도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엄마에게 여기를 집으로 여기라고 말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 아닌가.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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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암이다. 아니, 사방이 암이다. 암환자의 가족이 되니더 보이고 들리는 것인지. 엄마가 암이라고 하면, 상대방은 부모나 형제, 멀게는 친척이나 회사 동료가 암이라는 말로 답했다.
- P51

다 떠나서 엄마가 죽고 없는 세상에서 나는 정말 괜찮을까.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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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한 ‘순리‘는 현실이 되고 보니 순하기보다는 독하고 어떤 이치를 따라야 할지 복잡하기만 했다. 억지로엄마를 설득해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 P6

태어나면 누구나 자기 똥오줌을 남에게 의탁하는 시간을 거친다. 무조건이다. 어떤 때는 내가 의탁하고, 어떤 때는 내게 의탁하고. 뭐, 공평하네.
- P10

병원에 갈 때마다엄마는 의사에게 본인의 증상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의사는 엄마의 말을 들을 새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대학병원 C의 의사는 처음부터 달랐다. 엄마의 말을그리고 내 말을 중간에 탁탁 끊어 먹지도 않고, 시종일관 자판만쳐다보고 있지도 않고,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 P26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만약에‘의 구덩이와 ‘했더라면‘의 산을 피할 수 없다. ‘만약에‘의 구덩이에 빠지고 ‘했더라면‘의 산에서 뒹구는 사이 후회는 쌓여 갔다. 
- P42

슬픔에 빠져 있기보다 남은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자고.
슬플 새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즐거움이라니. 나는 내뺄 생각뿐이었는데 말이다. 
- P44

슬픈 건 슬픈 거고, 애틋한 건 애틋한 거고,
짠한 건 짠한 거고, 지금 그것만큼 중요한 건 집 안에 가득 찬 묵은 때를 닦아 내는 것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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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의 맨해튼에서는 적어도 두 사람 몫의 용기가 필요했다.
- P41

"사야 돼, 제이미. 그 조각상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궁금하지도 않니? 왜 다들 그 조각상을 보려고 줄을 서 있을까?"
- P75

"그중 한 가지 이유예요. 나머지 이유는, 제 생각에 나머지이유는, 일단 말해 버리면 모험이 끝나 버릴 게 확실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저는 할 만큼 했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는 모험을 끝내고 싶지 않아요."
- P192

클로디아는 아직도 모험을 통해 뭔가를 얻으려고만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인정, 그리고 이제는천사상에 대한 진실을. 그러나 지금 클로디아는 조심스럽게어른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 P195

"그건 단지 비밀이기 때문이야. 클로디아가 딴 사람이 되어서 그리니치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거지."
- P207

클로디아에게 필요한 모험은 바로 비밀이야.
비밀은 안전하면서도 한 사람을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비밀이 존재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말이야. 
- P207

나는 클로디아가 행복해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행복이란 제자리를 찾아 내려와 날개를 접은 설렘이지만, 날개를 접었다고 모든 움직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 P209

"일단 비밀이 생기면, 내가 비밀이 있는 줄 아무도 모르는것이 재미없기 때문이야. 남들이 그 비밀이 뭔지 아는 것은 싫지만 내가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알아야 해."
- P220

이 세상에서 엄마가 되지 않고도 할머니가 된 사람은 할머니가 처음일 거야.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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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인 씨, ‘하루살이‘는 말하자면, 제 블로그를 계기로 모이게 된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네에."
"그러니까."
자야마는 마른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뿐입니다."
- P29

그래서 어려운 겁니다.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환자와 가족이 남은 인생에 뭘 바라고 있는지, 뭘 기대하고 있는지, 그걸 아는 거니까요. 즉, 왜 목숨이 남은 기간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거지요. 
- P44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살아 있는 망령 같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시간을 너무나 알고 싶어서 대충이라도 좋으니 알려달라고 끈질기게물어본 게 바로 우리 두 사람이라네. 나도 자야마 씨도 폐암은 전공이아니었으니까."
- P45

모두가 미스터리 애호가인 것은 아닐 테고, 그녀도 미어캣에 손을 들긴 했지만 흥미는 없는지도 모른다. 일단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최고 연기자와 초보 연기자가 역전되었다는 사실이다.

- P62

그렇다. 셰익스피어 랭보에게서까지 배울 것도 없이, 인생은늘 장대한 연극 같은 거라는 걸 나는 그 사건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 P64

"피해자는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만히 두어도 어차피 곧 죽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 P111

"내버려둬도 어차피 곧 죽는 건 범인도 마찬가지니까, 범인은 ‘어차피나도 죽는다면 하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곧 죽을 운명을 지닌 사람의 배수진이라는 범행설. 가설이라곤 해도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 P124

"임종하셨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 P181

나나쿠마 스바루 선생님은 제 할머니입니다. 혈연으로 이어진 틀림없는 친족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일흔 살이십니다.
- P195

벚꽃색 입술 안에서 하얀 치아가 언뜻 빛났다. 야쿠인이 처음으로 보는 하루나의 표정이었다. 그것은 불온하게도 미소처럼 보이는 요사스러운 웃음 같았다.
- P209

입을 열지 않을지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곧 죽을 텐데, 뭐.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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