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모든 것 중에 남은 건 없습니다. 모든 게사라졌죠. 어떤 전기도 역사도 그에 대해 한마디도2할 말이 없습니다. 소설들은 고의는 아니지만 어쩔수 없이 거짓말을 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이 모든 삶은 마땅히 기록돼야만 하는 것이라고, 나는 메리 카마이클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말했어요.
- P194

사람은 누구나 자신은 절대로 볼 수 없는 뒤통수에 동전 크기의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뒤통수의 동전 크기 점에 대해 묘사해주는 것은 하나의 성이 다른 성에게 해줄 수 있는 선의입니다. 
- P196

그녀는 그들에게 맞서 시위하느라 시간을 낭비할필요도 없었고, 지붕 위로 기어올라가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여행, 경험 그리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지식을 갈구하느라 마음의 평화를 깨뜨릴 필요도 없었죠. 두려움과 증오는 사라졌고, 과장된 자유의 기쁨과 낭만보다는 신랄하고 풍자적으로 남성을 대하는 경향에서 그 흔적만 엿볼 수 있을 뿐이에요.
- P200

알려지지 않은 것이나 기록되지 않은 것들 사이를 왕성한 호기심으로 아주 예민하게 넘Panas나들며 작은 것들을 환히 비추었고, 어쩌면 그것들은작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 주기도 했어요. 묻혔던 것을 세상에 드러냈고, 사람들은 이것들을 왜여태껏 묻어뒀을까 의아하게 생각했죠.
- P200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그녀에게 백 년이란 시간을 준다면, 그녀에게 자기만의 방과 1년에5백 파운드를 준다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게 하고 지금 쓴 것의 절반만 덜어낸다면 더 좋은 책을 쓸 수 있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그리고 메리카마이클의 삶의 모험』을 책장 끝에 꽂아두며 말했답니다. 백 년의 시간을 다시 준다면 그녀는 시인이될 거라고요.
- P204

상징적 표현의 넉넉한 여지를 고려할 때 1년에 5백파운드라는 수입은 사색할 수 있는 힘을, 자물쇠가있는 방은 혼자서 사색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 P232

‘리얼리티‘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무척 불규칙하고2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일 거예요. 먼지 나는 길에서 발견됐다가, 길거리의 신문지 조각에서 발견됐다가, 햇살 아래 수선화에서 발견되기도 하죠. 방 안에모여 있는 사람들을 조명하기도 하고, 평범한 얘기를마음에 새기게 하기도 합니다. 별빛 아래 집으로 걸어가는 사람을 압도하여 고요한 세계를 말 많은 세계보다 더 진정한 것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랬다가 혼잡한 피커딜리의 북새통을 달리는 버스 안에 불쑥 나타나기도 하죠.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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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데이비스 양이 아주 인상적으로 설명했듯이 19세기 초 중산층 가정에는 거실이 딱 하나밖에 없었어요. 여자가 글을 쓰려면 가족들이 공유하는 거실에서 써야 했던 겁니다. "여성은 자기만의 시간을 30분도 누릴 수 없다"고 나이팅게일 양이 너무나도 격렬하게 토로했듯 여성은 끊임없이 방해를 받았습니다.
- P144

어쩌면 그것이 『오만과 편견』이라는 작품의 가장 큰 기적이 아닐까 생각해요. 바로 여기, 1800년경에 증오와 냉소, 두려움이나 저항 또는 설교도 없이 글을 쓴 여성이 존재했던 겁니다. 
- P146

어쩌면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하지 않는 게제인 오스틴의 천성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녀의 재능과 환경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거라 할 수 있겠죠. 과연 샬롯 브론테도 그랬을까, 『제인 에어』를 펼쳐서『오만과 편견』 옆에 내려놓으며 생각해봤어요.
- P147

나는 저 한계를 넘어서는 시야를 가질 수 있기를 갈망했다. 그러면 들어보긴 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바삐 돌아가는 세상, 도시, 삶의 활력으로 가득 찬 곳들을 볼 수 있겠지. 내가 경험한 것보다 더 실질적인경험, 사람들과의 더 폭넓은 교류를 원했고 지금 내주위 사람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인물을 알아가길 염원했다. 페어팩스 부인과 아델의 좋은 면을 소중하게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딘가에 더 강렬한 형태의 미덕을 가진 존재들이 있다고 믿었으며, 내가 믿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 P148

톨스토이가 ‘세상이란 것으로부터 배제당하고 유부녀와 프라이어리라는 집에서 은둔했다면 도덕적 교훈이야 얻었을지 몰라도 『전쟁과 평화는 쓰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P153

여성 작가들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전혀 휘둘리지 않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가부장 사회에서 살아가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모든 비평에 직면하여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자기 시각을 당당히 고집하려면 대체 작가는 얼마나 천재여야 하며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필요할까요? 
- P160

아, 그렇지만 그들이 문학마저 매수할 순없어. 문학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거니까. 학교 관리인인 당신이 나를 잔디밭에서 내쫓는다고 해도 나는당신을 인정하지 않겠어요. 도서관을 잠그고 싶다면얼마든지 잠그세요. 그러나 어떠한 문도, 자물쇠도,
빗장도 내 마음의 자유를 가둘 수는 없습니다.

- P162

 제인 오스틴은 그 문장을 보고 비웃은 뒤에자신이 쓰기에 적합한 지극히 자연스럽고 균형 잡힌문장을 고안해서 끝까지 견지했습니다. 그래서 샬롯브론테보다 천재성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한히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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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열혈 교사였으니까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행동파였지. 그래서 학생들이 많이 따랐어요. 보호자중에서도 열광적인 지지자가 있었고."
그만큼 다른 한쪽에서는 미움을 받았대도 이상할 게없다. 상사들, 보호자들, 반 학생이든.
- P50

함정에 빠졌다고 호소하는 피해자의 결백을 입증하려면 왜 그런 함정이 생겼는지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 P60

그래서 학생들도 ‘우리에게 저런 선생님은 필요 없다"
는 결론을 내렸다.
음의 방정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과 학생,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 이끄는 쪽과 따르는 쪽, 억압하는 쪽과 억압받는 쪽의 조합부터 잘못되었고, 그러니 어떤 숫자를 넣어도 마이너스 답만 나온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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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픽션에 대한 강연을 부탁했는데 왜 자기만의 방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지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점을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 P7

그러나 다시 잘 생각해보니 여성과 픽션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성과 픽션의 의미는, 더불어 이 강연을 요청하며 염두에 둔 의미는 ‘여성 그리고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일 수도 있고, ‘여성과여성이 쓴 픽션‘ 또는 ‘여성과 여성에 대한 픽션‘일수도 있으며, 이 세 가지 주제는 얽히고설켜 떼어놓기 힘든 만큼 바로 그런 관점에서 이 세 가지 모두를다뤄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P8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사소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인데요, 여성이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P9

주제 자체가 대단히 논란이 많을 때(성性에 대한 문제는 늘 그렇죠) 진실을 얘기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견해가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 해서 그런 견해를 갖게됐는지 보여줄 수만 있어도 다행이죠. 실제로는 강연자의 한계, 편견, 특이한 성격을 관찰하면서 청중이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는 기회를 줄 수 있을 뿐입니다.
- P10

사색(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좀 더 그럴듯한 이름의로 부르자면)은 낚싯줄을 물결에 드리웠죠. 그러자여기저기 강물에 비친 그림자와 수초들 사이로 흔들리며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올라왔다가라앉았다 하다가(여러분도 어느 순간 줄이 살짝 당겨지는 그 느낌을 알 거예요) 갑자기 그 줄 끝에 생각의 덩어리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 P12

서두를 필요도 없었죠. 일부러 발랄할 필요도 없었고요. 다른 어떤 모습을 할 필요도 없이 오롯이 내 모습 그대로이면 됐어요. 우리는다 함께 천국으로 갈 것이고, 반다이크도 함께 할 거예요. 달리 말하면 삶은 얼마나 좋으며, 그것이 주는보상은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원한과 슬픔은 얼마나부질없으며, 사교계와 우정은 얼마나 경외할 만한 것 인지, 담뱃불을 붙이고 창가 자리의 쿠션 속으로 몸을깊이 묻으며 생각했답니다.
- P23

곧 소멸할 세상의 아름다움은 한쪽엔 웃음, 한쪽엔 분노라는 양날이 있어서 우리의 심장을 산산이 조각냅니다.
- P34

 그리고 한쪽 성의 평안과 번영에 대해, 다른 한쪽 성의 불안과 가난에 대해 생각했고,
작가의 마음에 전통이 미치는 영향과 전통의 결여가 주는 영향에 대해 생각했으며, 논쟁과 인상, 분노와 웃음으로 구겨진 하루의 껍질을 걷어내어 덤불에 던져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P49

가늠하기 어려운, 그러나 아주 소중한 이 자질을가장 빨리 갖추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른 사람들이자기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P72

그런 어려움보다 더 큰 고토ㅇ으느 남은 것은 그 당시 내 안에 뿌리내린 두려움과 쓰라림이라는 독입니다. 우선 원하지 않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노예처럼 아첨하고 아양을 떨며 일해야 하는거힘들었죠. 꼭 그러지 않아도 됐겠지만 그땐 그래야할 것만 같았어요. 
- P78

나는 어떤 남자도 미워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들이 나를 해칠 수 없으니까요. 나는 어떤 남자에게도아첨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에게 얻어내야 할 게 없으니까요.  - P79

이런 결점들을 인식하자 두려움과 비통은 연민과관용으로 변해갔어요. 그리고 다시 한두 해가 지나자연민과 관용조차 사라졌고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었죠. 그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유였어요.
- P80

물리적 어려움도 상당했지만 무형의 것들이 주는어려움은 훨씬 더 심했어요. 키츠, 플로베르 같은 천재들이 견디기 힘든 건 세상의 무관심이었지만, 여자가 견뎌야 하는 건 무관심이 아니라 적대감이었습니다. 
- P112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활활 타오른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마음일 거라고, 다시 책장쪽으로 돌아서며 생각했어요.
- P121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여자가, 자연과 사색에 조화로운 마음을 지닌 여자가 내내 분노와 비통함을 느낄수밖에 없었다니 유감천만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달리 어쩔 수 있었을까요? 
- P130

이렇게 질책을 받은 그녀의 소일거리란, 우리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들판을 거닐며 공상하는 무해한 것이었을 겁니다.
- P131

 독자도 비평가도 없이 오직 혼자만의 기쁨을위해 글을 쓰던 고독한 귀부인들을 뒤로하고, 이제 시내로 나와 거리에서 보통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걷고 있어요.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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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참고용 사전류> 칸에 있던 로베르」에 생각이미쳤다. 도서관 밖으로 나간 적도 없고, 어느 누구도빌려 간 적이 없는 책.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책. 상호독립적인 조각조각의 설명들을 모아 놓은 것일 뿐인잡동사니 그렇다면, 그 사전은 우리의 숨바꼭질이 끝났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 P78

갑자기 삼라만상이 저마다의 의미를 띠었고, 나는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존재하고있었다.
- P100

그렇게 그는 존재하고 있었고, 그렇게 나는 나날이이상과 상상의 힘으로 그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내 곁에 없었지만, 그렇게 내 삶에 깊이 파고들어 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 P103

누구나 아는 버릇말대로, 모든 것이 최선의 세계에서최선의 상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 P106

사람들은 용케 마음의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어떤 삶의 방식을 놓고 자신과 타협하고, 그것의 나쁜 면을 인정하되 좋은 면만을 보려고 애쓰면서, 아침마다 스스로를 달랜다.
- P121

나는, 우리가 뭔가를 착각한 게 틀림없으며, 두 개의고독을 합친다고 해서 하나의 행복이 만들어지는 건아니라고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음수(-) 더하기 음수는 여전히 음수예요. 그건 수학이라서 이론의 여지가 없어요. 
- P154

이 편지를, <나를 원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말로 시작하지는 않으렵니다. 당신이 나를 대단히원망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러는 당신마음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 사이에는당신이 나를 원망할 만한 것이 분명히 있어요. 
- P159

나는 당신의 밑줄을 좋아했고, 그 사람도 틀림없이 나만큼이나 좋아했을 거예요. 당신이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아도 이해할 거예요.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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