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은이), 연진희 (옮긴이) 민음사 2009-09-04, 668쪽, 러시아 소설


<3부>

🍂 안나 카레니나, 이 소설이 이렇게 분량도 많고 이야기도 많았다는 걸 3부를 읽으면서야 인지했다. 3부는 안나의 이야기도 있지만 레닌이 주인공이 되어 이끌어가고 있다. 레닌은 1부에서는 그저 예민한 귀족으로 스쳐지나가는 듯 하다가, 2부에서 제일 멀쩡해보일 수도 있는 남자로 나오더니, 3부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나름 소년미와 인간미를 보여준다.

🍂 무엇보다 레닌과 세르게이는 서로 다른 듯 하지만, 톨스토이가 그 시절 가지고 있던 사상을 나누어 보여주는 것 같다. 작가는 모든 인물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겠지만, 레닌 삼형제가 그렇지 않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쯤되니 안나는 왜 브론스키에게 마음을 빼앗긴 건지가 오히려 궁금해진다.

🍂 그리고 죽음. 톨스토이의 다른 소설, 이반일리치의 죽음, 에서도 그랬지만 어쩌면 이리 잘 묘사할까.


🌱˝너는 믿지 않을 거야.˝ 그가 동생에게 말했다. ˝이런 소(小)러시아적인 게으름이 내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말이다.
머릿속이 아무 생각 없이 텅 비어 있어서 공이라도 굴릴 수 있을 것 같다니까.˝
15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레빈에게)

🌱˝이 강기슭을 보면 언제나 수수께끼가 떠올라. 알겠니?
풀이 물에게 말해. 우리는 흔들릴 거야, 흔들릴 거야.˝
˝난 그런 수수께끼 몰라.˝ 레빈은 우울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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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두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니콜라이의 병.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그의 죽음. 이 생각이 다른 생각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빼앗은 그 생각을 말하지 않는 한, 무슨 말을 하든 그들의 말은 다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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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오랫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어느 정도 풀리나 싶더니, 해결할 수없는 새로운 문제, 곧 죽음이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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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 갑자기 4부의 안나는 내가 3부까지 읽었던 안나가 아닌 다른 안나 같았다. 왜 갑자기 달라졌을까. 전체적으로 인물들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졌다. 제일 달라진 건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4부를 읽으며 사람이란 참으로 다양하고 깊은 속을 가지고 있는데, 나란 사람은, 그리고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구나 싶었다.


🌱그는 자신이 꺾어 시들어 버린 꽃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자신으로 하여금그 꽃을 꺾어 망치게 만들도록 유혹한 그 아름다움을 애써 찾아보려는 남자처럼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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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스키가 변한 안나에게 사랑이 식었구나...

🌱여느 사람과 달리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대단히 추상적이고 진지한 논쟁의 종결을 위해 아테네의 소금을 뿌려  상대방의 기분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이었다. 
313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
저마다 나름의 충분한 슬픔이 있는 법이죠!˝ 그리고 자제심을 되찾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침착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5부>

🍂 이제야 괜찮게 보이던, 심지어 제일 괜찮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레빈이 키티의 사랑을 결혼식 전날 의심하면서 다시 기가 빨렸다. 왜 이리도 등장인물들이 손이 많이 가는 것이냐. 그런 레닌도 결혼 3개월 후 키티의 지나친 사랑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유부의 삶이란.

🍂 그래도 레닌과 키티는 행복하기를. 브론스키와 안나는 이미 언해피 예약이라... 안나는 제일 평판이 안 좋아야함에도 여전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 읽어 세부적인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았을 때도, 내가 안나를 좋아했던 기억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이십 몇 년만에 재독한 지금도 나는 안나가 좋다.

🍂 그리고 키티. 키티가 레닌의 분노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닌의 형, 니콜라이를 만나러 가서 보여준 행동. 처음으로 키티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레닌도 키티를 그냥 사랑하고 연약한 부인이 아닌, 키티에 대한 인정을 하게 된다. 여인들은 강했다. 그리고 그 침착하고 잘나가고 신중한 알렉세이 안드로비치가 슬픔을 털어놓을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니. 상당히 짠했다. 톨선생님 소설은 인물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인물을 보는 나도 들었다 놓았다 한다.

🍂 그건 그렇고. 톨선생님은 죽음에 대한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의 짜증, 분노, 체념, 거짓, 혐오, 피로, 무관심, 공포, 절망, 연민을 참 잘 얘기한다. 니콜라이의 죽음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 2를 보는 듯.

🌱다들 그가 반드시 곧 죽으리라는 것, 그가 이미 반쯤 죽은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그가 최대한 빨리 죽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들 이 사실을 감춘 채 그에게 병에 든 약을 주기도 하고 약과 의사를 찾기도 하면서, 그와 자신과 서로를 속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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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음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사랑이 그를 절망으로부터 구원했다는 것, 그 사랑이 절망의 위협 아래서 더욱 강해지고 순수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죽음이라는 하나의 신비가 여전히 불가해한 것으로 남은채 그의 눈앞에서 완전히 실현되기도 전에, 그만큼이나 이해할수 없는, 그를 사랑과 삶으로 손짓하는 또 하나의 신비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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