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정성껏 씻은 포도알 하나를 입에 넣고 깨물자마자 일어나는 온몸의 경련은..… 아니, 이 맛은... 이 세상 맛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먹어온 포도는 포도가 아니었다! 거봉도 물러가라! 샤인머스캣은 과일의 혁명이다! 나 열심히 살게! 돈 많이 벌게! 이런 거 계속 먹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게!! - P60
내 글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검열하고, 비판하고, 부족하다고 여긴다. 그런 자세는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일상의 많은 순간을 불행하게 만든다. - P123
내가 생각하는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시기는 5월경이다. 온 동네 담벼락이 어떤 꽃으로 뒤덮이는 시기이기도 한데, 그 꽃은 바로 ‘여름 장미‘라고도 불리는 덩굴장미다. - P127
5월이 되면, 올해도 전국의 덩굴장미들이 건강히 피어주기를 바라는 일. 그게 바로 내 여름의 시작이다. 그러다 9월이 오면 허전한 마음에 작은 한숨을 쉬면서도 얼른 내년 여름에 또 다른 덩굴장미를 만날 날을 기대하는 일. 그게 바로 내 가을의 시작이다. - P138
햇빛을 받아 누렇게 바랜 신문지를 쏙 벗기면 여름의 최애템, 대나무 돗자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걸 침대 옆 바닥에 착깔고, 젖은 걸레로 한 번, 마른걸레로 또 한 번 양면을 꼼꼼하게 닦는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그 위에 벌러덩 눕기, 고전 영화 <러브 스토리>의 두 주인공이 눈밭에 누워 그랬던 것처럼 팔다리를 쭉 펴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 P149
하지만 금세 그걸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나무 돗자리가 사라지면 공식적으로 여름이 끝나기 때문이다. 여름의 시작은 많고 많지만 여름의 끝은 단 하나, 대나무 돗자리를 집어넣는 날이다. - P151
여름휴가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건 나머지세 계절을 어떻게든 버텨온 스스로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 P164
‘아무튼 시리즈‘는 내성적인 덕후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내성적이면 혼자 좋아하는것에 대해 생각하고, 곱씹고, 글 쓰고 책까지 낸단말인가, 징글징글한 사람들이다. - P169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 - P1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