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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아버지와 아들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딸들 중에는 아버지와 닮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보면 아버지와 닮은 구석이 남편에게 많음을 알고 적지 않이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배우자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게 되는 것 그만큼 자녀의 일생에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순간이다.
딸 이야기는 아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자식을 키우는 몫은 어머니가 7할 이상이라고 하지만 아들만이 대를 이을수 있다는 유교적 관점이 팽배했던 조선사회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더욱 견고하고 가까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할 거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조선을 뒤흔든 아버지와 아들』이란 책에 눈길이 간 것은 인조와 소현세자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읽은 소현세자가 임금이 되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기억이 났고 청나라에 볼모가 잡히어 있으면서도 서양문물과 개척에 눈을 떠 나라를 위한 정보수집에 게을리 않았던 소현세자를 그리 미워했던 인조가 궁금해졌다. 아들이라면 100% 믿고 신회하지 않을까 싶은데 제 3자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잘못된 이야기를 믿고 먼 곳에서 타향살이를 하던 아들을 본척만척했으며 삼일만에 급사한 아들의 장례조차도 대충 치르고 얼른 새 세자를 책봉한 인조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며느리가 미우면 아들도 밉다고 세자빈을 탐탁치 않아하던 인조에게 전해지는 세자와 세자빈의 발칙한 태도들은 아들이라도 청나라를 등에 업고 임금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자리보존에 대한 불안감이 아들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했을 지도 모른다. 남의 말을 듣고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광해군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는 것이 자식사랑이라는데 선조가 어린 인목대비를 중전으로 들인 후 태어난 영창대군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게 되었다는 것이 비극이 시작이 된다. 광해군은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했기에 세자로 선택된다. 서른이 넘도록 세자의 위치에서 아버지를 잘 보필하고 외교관계에 대해서 만큼 탁월한 판단과 재능을 보였던 그를 단지 적장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치려 했던 아버지의 신중하지 못했던 판단은 불안정하게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게 되고 이미 다쳐버린 아들의 마음은 삐뚤어지고 결국 임금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형제들과 경쟁자들을 죽이게 되는 불행한 일들이 일어난다.
가정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어릴 적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은 은연중에 몸에 배어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의 영향이 손자인 박규수에게까지 이어지고 조부의 실학사상이 먼친척인 박영효나 그의 친구인 김옥균등에게 후세에 전달하게 됨으로서 갑신정변의 발발에 영향을 주어 조선의 개화에 밑거름이 되었다 하면 박규수의 아버지 박종채의 이름을 잘 모른다고 하여도 조부와 손자의 학문을 연결시킨 징검다리 역할을 한 아버지의 자리라는 것이 되기는 쉬워도 하기는 어렵다는 말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송사련 - 송익필, 이원수- 이이, 허엽-허균, 송갑조- 송시열, 윤선거- 윤증, 김수항- 김창집 등 아버지와 아들을 조명함으로써 조선의 역사속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