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파운드 아이
김도경 지음 / 들녘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가슴이 답답할 때 보면 좋은 영화는 신나게 웃는 코메디거나 빵빵 때려 부수는 액션영화가 최고다.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웃고 손에서 땀이 날 만큼 긴장한 채로 두어시간을 보내고 나면 더 이상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머리 속이 맑아진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면? 역시 책을 읽어야 한다.

 

유난히 첩보나 액션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이하드식의 액션물이라는 추천을 받은 책을 읽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정말 프리즌 브레이크 보다 빠르고 본 얼티메이텀 보다 현란할까? 하는 생각에 커피 한 잔의 향기와 함께 시작된 첫 장은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최첨단 정찰위성 "컴파운드 아이"를 뺏기위한 한·미·중·일의 쟁탈전은 책장 가득히 배어있는 피냄새와 화약냄새로 읽는 내내 숨을 쉴수 없게 만든다. 설마 세계에서 테러로부터 가장 안전하다는 한국에서 대낮 아파트와 거리에서의 총싸움과 폭탄의 사용, 헬리콥터의 공중파괴등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를 따지지 말고 읽어야 한다.

 

미국인과 한국인의 혼혈아니까 이국적인 외모를 가졌고 훤친할 키로 뭇 여성들의 시선을 끌 데니 하퍼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날카로운 눈매를 선글라스로 가리고 차가운 말투 하지만 따뜻한 심장을 지닌 그가 우연히 개입하게된 사건들 속에서 컴파운드 아이의 기술을 보유한 프로그래머 수현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은 단지 너무나 미안하게 보내야 했던 옛 여자친구를 떠오르게 하는 단상들로 시작되었다. 한 번의 개입으로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이제는 움직일 수 없이 살인사건의 중심에 있게된 데니 하퍼 그는 일급킬러다. 여 주인공의 존재감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여자킬러 안젤라 존슨도 이 소설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아름다운 미모와 완벽한 몸매 게다 눈하나 깜짝 않고 해 치우는 살인까지 귀여움과 끔찍함을 동시에 지닌 악녀다. 스팅이란 별명처럼 귀거리 ,하이힐 그녀의 몸에 얼마나 많은 독이 숨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온몸이 무기가 아닐까 싶다.

 

살짜기 아쉬운 것은 너무나 밋밋하게 처리된 데니하퍼와 수현의 로맨스다.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함께 들리는 사투를 겪으면서 서로의 마음 속에 피어난 신뢰와 사랑이 비정함 마저 감도는 킬러의 세계에서 피어나는 것이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물론 이 소설의 주가 액션과 첩보라는데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보여지기엔 모자란 듯 싶다.

 

페이지 페이지의 움직임은 모두 영화의 한 장면같다. 쉬리처럼 남북한의 관계는 아니지만 한국에 검은 속내를 보이는 주변 국가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정보전에 추격자 만큼의 스피드로 이어지는 액션은 가방 가득히 담긴 세상 온갖 종류의 총과 저격용 총을 조립하는 킬러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이지만 때론 서로를 이해하는 듯한 장면들이 연출되어 킬러도 인간임을 보여줄 때는 그들의 인생이 안쓰럽게도 생각된다.

 

재미있다. 500페이지 가까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구성도 탁월한 문장력도 흡입하는 마력이 있다. 더불어 군데군데 포진하고 있는 우리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미국과 일본의 속내를 보여주는 표현들은 지금 국제적으로 한국이 처한 상황을 대변한다. 모략과 거짓 그리고 배신속에 우리가 강해져야 하는 이유를 담아둔다. 다만 개와 늑대의 시간들이란 드라마에서 보았던 듯한 데니 하퍼의 행보에서 작가는 2탄을 위한 의도를 숨겨둔 것인지 궁금해진다. 아베~~라는 단어로 마무리되는 마지만 장면은 본 아이덴티디, 본 얼티메이텀, 본 슈프리머시로 이어지는 본시리즈처럼 데니하퍼 시리즈가 이어지길 기대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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