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드럼통 속의 게들과 같았다.
다른 게가 통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단 한 마치조차 용납하지 않고 모두가 그 녀석을 붙잡아 드럼통 안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처럼.
마더스 가비 (흑인 운동가, 1887-1940)
p182
"지식을 통해서 진실을 보지 못하게 우리 눈에 씌워져 있덧 가리개를 치울 수 있었어요."
민준은 왠지 모르게 아니꼬웠다. 민준이 내민 루왁도 태일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기련이 도시를 지배하기 위해 만든 독악이었다. 진실을 향한 눈을 멀게 하는. 그 말을 듣자 민준과 혁은 입에 넣었던 알약을 바닥에 퉤하고 뱉었다.
p183
"우리는 게가 아니야."
양동이 속의 게, 서로의 다리를 붙잡아 양동이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나가려고 시도하는 녀석조차 붙잡아 자신들이 있는 양동이 안으로 끌어들인다.
p184
그건 자기 비하의 감정을 타인의 추락으로 위안 삼는 무기력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었다. 태일은 도시은 가장 밑바닥. 이곳 쥐독의 인간들이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쥐독이라는 양동이를 벗어나 연대의 힘으로 도시를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신들과 싸우자고 말하고 있었다.
민준은 몸에서 서서히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민준을 가두고 있덧 무의식의 갑각이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민준은 양동이 바깥으로 넘어 나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붙잡는 수많은 게들을 이끌고.
👉 자신들이 왜 3구역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를 각성하고, 진실을 덮고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실체를 드디어 알게 되는 순간. 드디어 그곳을 빠져나올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