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요리를 (토스카나에서 시칠리아까지, 슬로푸드 레시피와 인생이야기)
제시카 서루 ㅣ 푸른숲
이 책의 저자 제시카 서루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셰프이자 전문 요리 강사이다.
이 요리책이 탄생된 계기에도 저자의 어린시절 이탈리아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살던 저자는 여덟살 때 가사도우미 그라치엘라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밀라노에 간 적이 있었는데...그런 경험이 어린 시절의 강렬하고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다시 그녀로 하여금 이탈리아로 돌아가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마마 마리아는 내가 처음 만났던 이탈리아 할머니였다. 당연히 그녀가 이 여행의 출발점이었다."
마마 마리아는 그라치엘라의 어머니였는데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을 취재하고
배우는 젊은 셰프로서 첫발을 내디디게한 여행의 출발점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마 마리아를 어린시절 보고 15년이 흐른 뒤에 다시 그녀와 재회하여
저자의 본격적인 이탈리아 요리 여행이 시작된 것이었다.
여기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마마 마리아가 말하길...
"옛날에는 여자가 결혼을 하면 시어머니를 비롯해 남편 가족과 함께 살았지.
따로 분가해 나간 사람이 없었어."
정말 우리나라의 옛날 풍경과 너무 흡사하지 싶었다.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출가외인이라 하여 남편의 가족을 모시고 살았던 우리나라의 모습과 너무 겹쳐서
웬지 친근함까지 든다.
그리고 마마 마리아가 말하길...남자 없이 이탈리아 남부는 가면 안된다고 한다.
이유인즉, 북부 사람들은 진실하지만 (마마 마리아는 이탈리아 북부 출신) 남부 지방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한다.
뭐야...이탈리아도 지역주의가 존재하는 것인가? 정말 우리나라랑 이미지가 많이 겹친다.
이렇게 마마 마리아를 시작으로...
저자는 이탈리아의 총 9개 지역에 머무르면서 이탈리아 할머니의 슬로우 레시피를
옆에서 보고 경험하게 된다.
마마 마리아의 뭉근히 조린 밀라노 미트롤, 인볼티니 디 밀라노
인볼티니는 마마 마리아가 즐겨만드는 음식 중의 하나라고 한다.
정말 근사해보인다.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 저리가라로 보인다. 적어도 내 눈에는...
이탈리아 브라 거리 사진과 자두타르트
제시카 서루가 이탈리아 9개 지방을 돌면서 배운 주옥같은 할머니 레시피들은...
정말 하나같이 연륜이 묻어나면서도 빛나는 요리들이었다.
나도 이렇게 경험이 풍부하고 연륜이 많으신 분들의 요리비법이 항상 궁금했었고...
그래서 결혼 후에 손맛이 좋으신 어머님의 요리법을 항상 곁에서 유심히 설펴봤었다.
결혼 초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손맛을 흉내조차 못 냈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흉내는 내고 있다.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슬로푸드를 보면서 여기에 양념처럼 곁들여진 그녀들의 인생이야기를
엿들으니 요리가 더욱 빛나보였다.
물론 책에서 펼쳐진 이탈리아의 여유롭고 따뜻해보이는 전원 풍경도 보는 내내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언젠가는 여유롭게 멋진 요리를 선보이면서
나의 인생 이야기라는 양념을 같이 버무려낼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자주는 못 가지만 어머님댁을 방문해서 부엌에 둘이 서서 요리를 하다보면
꼭 어머님의 인생이야기들을 이야기보따리에서 술술 나오는 것처럼 말씀해주신다.
나는 주로 경청하는 입장이고, 가끔 같은 레퍼토리가 몇번씩 되풀이될 때도 있지만
나도 나중에 나이를 먹어서 요리와 함께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