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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
칼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림원 / 2018년 12월
평점 :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엄마의 장례식에 갈 수 없었던 브루노, 흔히들 그렇듯 어른들은 어린아이라 엄마를 잃는 상실감이 어떨지 무심코 흘려 넘겼을지
모릅니다.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매일 아침잠을 깨워주고 “사랑해”라는 인사말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고, 매 끼니 식사를 차려줄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는 의미도 됩니다. 언제라도 엄마가 있던 곳에 달려가면 만날 수 있었던 엄마, 아니 엄마는 항상 시선을 아이에게 맞추고 기다리는 존재였기에 아이는 엄마를 신경 쓰지 않고도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엄마가 세상을 떠나갔으니....
어린아이라고 엄마가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의미를 모르는 것일까요?
엄마가 불에 타네요. 나는 겉창 뒤에서
엄마가 불길 속에 사그라져 재가 되는 모습을 보고 있어요. 아무것도 이해가 안
돼요.
나는 여섯 살이에요.
-p. 29
서른 셋의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하직한 마레유.
죽음이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기에 어린아이는 감당할 수 없다 여긴 어른들의 판단에
6살 브루노는 엄마의 장례식을 창문 뒤에서 훔쳐보는 걸로 대신하게 됩니다.
엄마의 존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에게 장차 어떤 일들이 펼쳐지게 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려옵니다.
얼마 전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4세의 어린아이가
장례식에 다녀와서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너무
어린아이라 죽음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헤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를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잠시 아이를 맡아야 했던 나로서는 아이에게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죽게 되는데 하늘나라에
가면 만날 수 있다는 말로 위로를 대신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아이는 안심했고 더 이상 잠을 자면서 흐느끼지도, 고장 난 수도꼭지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알렉의 방으로 말하자면, 정말 마법
같아요. (...) 거기서 우리는 밤에 별을 봐요. 여행을
하고, 하늘을 날아요. 우리의 삶은
아름다울 거예요. 우리는 죽지 않을 거예요.
-p. 49
브루노에겐 엄마, 브루노 아빠에게는
아내를 잃는 슬픔이었지요. 아내의 장례식을 마친 아빠는 두 팔에 아이들을 끼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슬픔을 감당치 못하고 술에
빠져 살아갑니다. 아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른이라도 중심을 잡고 남겨진 아이들이 더 이상 외롭거나 아프지 않게
보듬어 줘야 할 텐데, 브루노의 아버지 또한 엄마처럼 세상을 떠나게 되다니.... 남겨진
아이들이 감당할 감정의 몫은 어찌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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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알아요.
오직 아이들만 멀리서 우리를 태워버리려고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오는 사랑을
감지해요.
오직 아이들만 사랑이 떠나갈 때 외로움의 깊은 절망을
끌어안아요.
오직 아이들만 죽을 만큼 사랑해요.
오직 아이들만 숨쉴 때마다 온 마음을
걸어요.
아이의 마음은 시시각각 폭발해요.
-p.74
이별에 대한 상처는 결국 또 다른 만남으로 치유가 된다고 했던가요? 알렉이라는 남자아이가 전학을 온 후 브루노는 호감을 느끼고 점점 가까워지게
됩니다. 온화한 엄마와 형제들과 또한 엄격하고 냉정한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에 고통받는 알렉의 아픔을 알게
된 브루노는 알렉의 상처를 보듬고 이해해 줍니다.
사람이 힘들 땐 남의 고통을 외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브루노와 알렉은
어려울 때 더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