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다시 만나다라는 책 제목만 봐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뜻밖의 조우를 그리고 있는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은 것일까 호기심이 인다. 이 책 다시 만나다에서 만날 이야기는 아픈 이야기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의미한다는 말이 일상 속에 묻어나는 이야기, 이 책 다시 만나다에서는 마마, 매듭,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꼬리 등, 파란 하늘이렇게 여섯 편의 단편이 소개되는데 그 이야기들은 만남과 헤어짐을 담고 있다.

 

먼저 표제작인 다시, 만나다는 소설의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내용인데 무더운 날씨와 누구라도 그럴 수 있듯 어떤 사람에 대한 인상도 불러오는 듯한 이야기다.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함께 묻어나는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에 비해 다음 그리고 그다음 소개되는 이야기에서는 만남에 대한 느낌이나 무게감이 다른 이야기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참 재미있네. 나리키요 씨와의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 그 일련의 과정을 대충 더듬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 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녹아드는 나리키요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눈물이 핑 돌 만큼 재미있다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p. 39

 

예기치 못한 만남과 헤어짐,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오늘 오랫동안 마음 깊이 간직하고 갈 이별의 아픔을 감당해야 한다. 만남에 감사했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 앞에서 그저 후일 약속된 그곳에서의 기분 좋은 만남을 기약하며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언젠가 나 자신도 이 땅에서의 생을 마치면 갈 그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에 위로받으며 사랑하는 소중한 분을 떠나보내야 했다.

 

남편이 그리는 마마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아내는 남편의 말을 따라가며 마마에 대한 이미지를 품게 되지만 알고 보니 어릴 적 잃어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마마를 재구축하는 내용이었다는 것, 이렇듯 부모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그리움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는 유년의 성장기에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자녀가 장성한 후에도 그리고 아주 먼 훗날까지도 가슴에 가직하고 갈 대상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싶다.

 

당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풀어만 갔던 마마에 대한 동경. 나는 마마를 만나본 적도 없지만 당신을 매개로 마마와 이어져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이가 싫다고 공언한 친정 엄마와는 마음을 나누지 못해,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오래전에 포기한 내게 당신의 마마는 이 세상 누구보다 나의 엄마였다.

당신 혼자만 외로웠던 게 아니다.

-p. 100

 

시간도 장소도 그리고 인물도 다른 만남과 헤어짐 중에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우리들 가슴을 설레게 해줄까. 이제껏 살아오면서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로 남은 시간 이야기꽃을 피워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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