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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상황실 - 작지만 위대한 지하실에서 펼쳐지는 대통령 리더십의 성공과 실패 그레이트 하모니 5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리사 디키 지음, 황성연.천상명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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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상황실, 권력의 중심에서 발견한 인간의 모습

우리는 항상 백악관이라는 곳에 대해 뉴스로만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연단에 서서 중대 발표를 하는 장면, 웅장한 백색 건물의 외관, 그것이 우리가 아는 백악관의 전부입니다. 실질적으로 백악관이 어떤 곳인지, 특히나 세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결정들이 오가는 상황실이 어떤 곳인지는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상황실에서 뭔가 아주 거창하게 위대한 일만 다룰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쟁과 평화를 결정짓는 순간들,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결단들만이 그곳을 채울 것이라 상상하죠. 물론 그것 또한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상황실은 단순히 국가적인, 거창한 이야기보다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역시 존재함을 인지하게 해줍니다. 커피를 마시고, 농담을 나누고, 때로는 실수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완벽한 시스템이라는 환상

세계 최강 국가에서 아주 중요한 결정을 위해 존재하는 상황실이라는 곳이지만, 막상 국가가 9/11과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닥쳤을 때 어떻게 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목일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시스템을 강조하고, 모든 상황에 대비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매뉴얼과 프로토콜,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미국 백악관 상황실에서조차 그럴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려 해도, 예상치 못한 위기 앞에서는 결국 그 순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판단력과 임기응변이 중요하다는 것. 시스템은 기본 틀을 제공할 뿐, 진짜 위기의 순간에는 인간의 능력이 시험받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권력자들의 의외의 얼굴

그리고 또 재밌는 일은 상황실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통령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해준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부시나 레이건이라는 개인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라서 남들은 쉽게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부시 같은 경우 상황실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시 대통령은 책에서도 나와 있듯 강인한 결단으로 유명한데, 막상 상황실 직원에게는 친근하게 대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대중적인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던 레이건이 오히려 격식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그렇게 부드럽고 친근했던 사람이, 실제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까요? 공적인 이미지와 사적인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권력자라는 위치에서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평범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다층적인 시선으로 본 권력의 중심

이렇듯 백악관 상황실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층위를 담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조직이라는 것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상황실에서 일하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헌신과 고민, 그리고 상황실에서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존재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마음먹으면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책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케네디 시대부터 현대까지, 쿠바 미사일 위기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다루고 있는 소재가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이 책은 적절한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 책을 권하며

하지만 이 책은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대중적이기는 어렵겠지만, 미국 역사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합니다. 냉전 시대의 긴장감, 테러와의 전쟁이 가져온 변화 등 사건 하나하나가 워낙에 미국 역사와 밀접하게 엮여 있어서, 사실 대중적인 역사만을 원하는 독자라면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어야 책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이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더 치열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시스템 뒤에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있고, 거창한 결정 뒤에는 사소한 실수들이 있으며, 강력한 권력 뒤에는 평범한 감정들이 있다는 것. 이것이 어쩌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통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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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전략 - 외교 역사와 이론으로 살펴보는 국제정치 속 오판의 메커니즘 그레이트 하모니 4
비어트리스 호이저 지음, 이혜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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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에서 저하고 가까운 팀장님 한 분이 계십니다. 나보다 열 살이나 많음에도 꽤 가깝게 지냅니다. 원래 책과는 거리가 있는 분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독서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웃기게도 나이가 훨씬 많은 분에게 저는 책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인물, 산업, 사회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아 그런 책 위주로 추천해주기는 하지만 람세스라든가, 나무 공화국이라든가 재밌게 읽었던 인문학도 많이 추천해주고는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류도 추천해드리기는 하는데 잘 받아들이는 편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좀 고민이긴 한데, 이 책은 단순히 역사 책이라고 하기에는 개념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제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부분인데, 이런 부분은 실상 역사나 어떤 거대한 이야기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조직의 어느 부문이든 자신들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전체 조직에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제가 최근에 많이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팀장님이 항상 하는 말이 "다들 왜 이렇게 바쁜 척을 할까? 어차피 다 보이는데." 이런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연하게도 내가 한가롭다고 말하기보다는 바쁘다고 말하는 편이 이미지 메이킹에 유리합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믿기도 합니다.

이 책도 결국 그런 내용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범위가 조직, 국가로 올라가서 그렇지.

이 책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읽고 있던 책 중 하나가 <몽유병자들>인데, 둘은 참 궤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뭔가 거창한게 있다고 생각하는 결정 이면이나, 최근 <굿뉴스>와 같은 영화에서 이야기하듯 거대한 음모와 같은 일도 생각해보면 그냥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이 하는 생각이나 결정 이상으로 다를 일이 없습니다.

1차세계대전이 발생했으니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가정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어쨌거나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 이미 지난 일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아닙니다. 앞으로 어떤 큰 일이 닥쳤을 때, '잘못된 전략'을 통한 결정만은 하지 말아야 하니까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든, 얼마나 이룬 바가 많든지 간에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반드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개인은 집단적인 논의에 파묻힐 수밖에 없고, 한 사람이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잘못된 전략을 세우면 잘못된 결과가 나옵니다.

우리는 애초 전략을 세울 때부터 잘못되지 않게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평화롭게 유지하려면 그런 노력은 더 많이 필요하고, 이 책을 읽는 일도 그 노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리더라고 할 만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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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삼킨 세계사 - 12척 난파선에서 발견한 3500년 세계사 대항해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이승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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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고고학이라는 단어에 꽂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몇 포인트가 있습니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미시사라든가, 접해보지 못한 장르라든가, 누군가가 쌓아 올린 평생 업적이라든가 하는 내용입니다.


꽂히는 포인트는 더 많지만 이 책은 제가 언급한 포인트 중에서도 벌써 두 개에는 해당합니다.


저는 이런 분야가 다소 변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용부터가 난파선에 관한 내용이니까요. 배가 어떤 구조인지,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런 내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 배가 어떤 상황에서 유리하고, 어떤 기술이 들어갔고, 어디에 유리한지 이런 부분들까지 들어가면 머리가 좀 아파지죠.


저는 그런 깊숙한 사실까지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는 쪽은 역시나 이야기입니다. 난파선이 역사에서 던지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부분에 초점을 두는 편입니다.


이 책은 그런 부분도 충실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려 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교역을 위해서 항해를 했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은 끊임없이 사람을 갈구합니다. 때로는 익숙한 사람을, 때로는 새로운 사람을. 때로는 그냥 떠나고 싶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사람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 때문에 치여서 떠나거나, 혹은 한 사람에 대한 어떤 생각 때문에 떠나거나.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어떤 이유에서 떠나건, 인간이 바다를 통해 떠나 왔던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나가면서라도 듣는 문명 이야기 이전부터 그런 시도는 고고학으로서 발견됩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파헤쳐낸 수중고고학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떤 가설을 위해서 거침없이 실험하는 모습에도 감동했습니다.


몇몇 실험 결과, 동물 가죽과 갈대로 만든 보트도 바다를 건널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예를 들어 1976년에 탐험가 팀 세버린(Tim Severin)은 6세기의 아일랜드 수도사 브렌던(Brendan)이 대서양을 횡단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커럭(Currach, 가죽배)을 복원해 항해했다. 또한 1947년과 1969년에 노르웨이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Thor Heyerdahl)은 갈대 보트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바다가 삼킨 세계사>,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 이승훈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MagUq225JEF9SLQ97


6세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배를 기원전 6세기에도 만들 수 있었다면 무엇이 불가능했겠습니까? 우리가 모르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에서 대륙 횡단이 벌어졌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가능했고, 종종 일어났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말이죠. 바이킹이 이미 증명한 바 있지 않습니까?


이 책이 좋은 포인트라고 한다면, 제가 다소 거부감을 가지는 상세한 서술(배의 구조라든가, 몇 세기에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다든가) 중간, 중간에 이야기를 많이 섞어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역사 책은 특히 이런 부분에서 불편합니다. 가독성도 좋지 않은 데다가 비문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는 균형점을 잘 맞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막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중간중간 읽으면서 버벅이는 구간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역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서로 제공하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좀 더 역사를 기본 소양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와 같이 지도가 목차마다 나오긴 하지만 좀 아쉽기도 합니다. 시각 자료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항상 습관적으로 밀리의서재에서 책을 검색해보곤 하는데, 이 책은 다행히 밀리의 서재에 있습니다. 구독자 분들은 밀리의서재로 읽어보셔도 좋겠고, 보관할 만한 가치도 있으니 구매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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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the Supply Chain Apple in China: How Innovation Built an Empire -And Bound a Giant (Paperback)
Zachary Neu / Independently Published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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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카피캣 책입니다. 당한 제가 바보긴 한데 저처럼 별 생각 없이 사는 분들이 생길까봐 글 남깁니다. 제목이랑 저자 잘 확인하시고 사세요 여러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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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 한비자 - 현실의 정치학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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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은 신기하다. 서양 철학처럼 딱 떨어지는 맛도 없고, 가끔 이상한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꿈보다 해몽인 경우가 많고 그런데 울림은 어쩐지 다른 철학보다 깊은 느낌이 있다.


만화라서 내용이 짧아 와닿지 않는 건가 싶을 텐데, 어떤 이야기는 와닿고, 이런 이야기는 와닿지가 않는다. 아무리 인간들이 멍청하대도 격분한 개구리에게 왕이 예를 올린다고 용사들이 용감히 싸우게 되겠는가?


하지만 이런 모든 내용들이 복잡하게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핵심은 아래와 같은 곳에서 나온다.


태자는 이렇게 법을 어기려 했고, 수문장은 지키려했다. 태자는 본인이 잘못했음에도 왕에게 수문장을 죽여달라 했지만 되려 왕은 수문장을 두 계급 올려주었다고 한다. 현실에서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싶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 한비자가 말하는 법치이리라. 아주 흔한 이야기이지만 오늘날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나 역시 주변에서 많이 느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비자가 말하는 바가, 원문으로 읽으면야 어렵겠지만 풀어놓은 여러 책들을 읽어본다면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그런 내용을 만화로 풀어놓았으니 이 책은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입문용으로 좋을 거라고 본다. 원래부터 이런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해도, 만화로 익살스럽게 표현한 부분들을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은 만화 책이다.

요즘 이런 그림체를 많이 봤는데 오랜만에 보게 되어 뭔가 반갑고, 괜히 춘추전국시대가 다시 관심이 간다.


두께가 두껍지 않다는 부분이 좀 아쉽긴 한데, 그거 말고는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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