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부시 대통령은 책에서도 나와 있듯 강인한 결단으로 유명한데, 막상 상황실 직원에게는 친근하게 대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대중적인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던 레이건이 오히려 격식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그렇게 부드럽고 친근했던 사람이, 실제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까요? 공적인 이미지와 사적인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권력자라는 위치에서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평범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다층적인 시선으로 본 권력의 중심
이렇듯 백악관 상황실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층위를 담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조직이라는 것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상황실에서 일하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헌신과 고민, 그리고 상황실에서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존재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마음먹으면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책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케네디 시대부터 현대까지, 쿠바 미사일 위기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다루고 있는 소재가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이 책은 적절한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 책을 권하며
하지만 이 책은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대중적이기는 어렵겠지만, 미국 역사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합니다. 냉전 시대의 긴장감, 테러와의 전쟁이 가져온 변화 등 사건 하나하나가 워낙에 미국 역사와 밀접하게 엮여 있어서, 사실 대중적인 역사만을 원하는 독자라면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어야 책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이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더 치열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시스템 뒤에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있고, 거창한 결정 뒤에는 사소한 실수들이 있으며, 강력한 권력 뒤에는 평범한 감정들이 있다는 것. 이것이 어쩌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통찰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