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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마음을 창밖으로 던졌다 - 오르고 걷고 뛰며 찾은 삶의 모양
오소정 지음 / nobook(노북)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
언젠가 한 여행 유튜버가 두꺼운 스웨터형의 원피스를 입고서 장장 800km의 순례길을 걸었는데,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기린다는 의미로 친구의 옷을 입고 걷고 또 걸었다고 전한 적이 있는데, 이번 책에서 저자에게 순례길의 동기가 되어주었던 것도 그 여행 유튜버였었다고 해요.
걷는 것을 좋아하던 저자는 하염없이 이곳저곳을 걸으면서 도착지까지 떠나는 여정 속에서 마음속 욕심들을 조금씩 비워내면서 저자에게도 새로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해요.
특히 800km의 여정을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던, 세계 여러 각국에서 떠나온 외국인들과 인사를 건네며 그렇게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Buen camino(부엔 까미노)"
스페인어로 "좋은 길 되세요."라는 뜻을 가진 이 인사말은, 모두가 힘들고 지친 순례길의 여정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선물과 같은 존재였다니, 그곳에서 처음 만나는 인연들이었지만, 어려운 시간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다독이면서도 그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사정들이 있었고,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한 걸음씩 더 성장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고 해요.
그중 푸엔테 라 레이나로 향하는 길에 '용서의 언덕'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지나가며 한 친구와 자연스럽게 '용서'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친구는 타인에게 받았던 아픔을 털어놓았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을 후련하게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용서의 언덕'이라는 이름은 원수가 함께 오르더라도 힘든 길을 함께 걸으면서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결국 서로를 용서하게 된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름이 붙여지기까지 과정이야 어떻든, 각자가 본인만의 고유의 방식으로 그동안 외면했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려놓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길을 걸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용서의 언덕'을 두고 저자는 걷는 것을 독서와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순례길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걷는 독서"라 답했습니다. 그 길을 걷는 이유에는 각자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누군가는 아픔을 극복하기 위함도 있을 테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마음가짐을 정돈하기 위해서도 있을 테고요.
'나는 길 위에서 사람들의 삶을 얻었고, 그 독서를 통해 나 역시 조금 더 두터워지고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처럼 결국 순례길도 끝이 나겠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나의 삶을 이끌어주는 또 다른 나침반이 될 것 같다.'
- 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