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빌딩들, 우리가 다니는 도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은 누군가의 손으로 지어졌다. 그 손은 이름 없는 건설 노동자들의 것이다. '노가다'라는 비하적 표현으로 불리며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러 온 이들의 삶과 투쟁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세상의 기반을 닦는 이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노가다'라는 말은 건설 노동자를 뜻하는 일본어에서 비롯되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비하의 의미가 크게 자리 잡았다. 이 용어는 '인생 막장'이나 '거칠고 험한 일'이라는 부정적 선입견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건설 노동자들의 전문성과 기술을 평가절하하고, 그들의 노동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건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노가다'가 아닌 '건설 노동'으로 불러주길 바란다. 이는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과 인정의 문제다. 그들의 노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향한 경멸적 시선을 당연시했다. 이러한 인식의 왜곡은 건설 노동자들의 권리 투쟁을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건설 산업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착취적이다. 원청사에서 시공사로, 다시 크고 작은 건설업체들로, 그 밑에 각 공정별 팀장들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는 결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갉아먹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갈등하고 싸우며, 불법 재하도급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건설 현장은 위험의 연속이다.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 바로 건설업이다. 노동자들은 "현장이 안전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개인의 부주의 탓이 아니라 공사비가 올라가다 보니 안전 관리비에 들이는 돈이 줄었고, 공기 단축으로 이익을 남기려고 서두르다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임금 체불 문제는 수십 년 동안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건설업계 임금 체불 규모는 약 1조 5850억 원, 임금 체불 피해자는 40만 2584명에 이른다. 한 노동자는 "이 일 하면서 한 번도 체불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건설 노동자들은 값싼 노임에도 감지덕지해야 했고,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견디며 주말도 없이 일해야 했다. 일이 있다면 어디든 집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고, 체불된 임금의 반쪽이라도 받으면 오히려 감사해야 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2007년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탄생했다. 건설노조는 정부도 바꾸지 못한 부당한 노동 여건과 현장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임금 체불과 단가 후려치기 등을 단결된 투쟁으로 막아내고,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임금 착취 구조 속에서도 단체 교섭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얻고자 노력했다. 한 노동자는 "무엇보다 근무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며 "8시간 외에 추가로 일하는 부분은 수당으로 받을 수 있고, 노조는 일자리 창출도 많이 했으며, 건설사 갑질도 줄었다"고 증언한다. 노조의 활동은 현장의 안전도 향상시켰다. 3~4톤 되는 호퍼 작업은 매우 위험한데, CPB(콘크리트 펌프카)를 도입하면 이 위험한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노조의 요구로 22곳의 현장에서 CPB 도입이 이루어졌다. 복지 측면에서도 "50분 일하면 10분은 쉴 수 있고, 점심시간이랑 간식 시간도 생겼다"는 증언처럼 노동 환경이 개선되었다. 건설 노동자에게 노조 활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투쟁이었고, 노동조합은 스스로 인간임을 선언한 건설 노동자의 자부심이었다. 한 노조원은 "임금 체불 줄이고 유급 휴일수당까지 만들면서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사랑하는 이 일을 누군가 이어서 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조 활동을 했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과 친지들 걱정이 앞섰다. 한 노동자는 소환장을 받은 후 아내와 자녀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아파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자신과 아들이 같은 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된 상황을 말하며 "한 방에서는 아비가, 옆방에서 아들이 조사받는 게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했다. 가족들의 시선 또한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가족들은 제 노조 활동을 안 좋게 생각했거든요. 형들이 빨갱이 아니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3년 정도 인연을 끊고 살기도 했어요." 그러나 구속된 후 면회를 온 형이 "너만 당당하면 됐다"며 위로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줬다. 여성 건설 노동자들은 이중적인 차별에 맞서야 했다. "초보라 속도를 못 따라가니 사장한테도 많이 혼났죠.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 하러 왔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노래방 도우미나 하지 이런 거 왜 하냐고 말하는 사장도 있었죠." 이주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한국말이 익숙지 않다 보니까 많이 당해요."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로 인해 정작 이주 노동자들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했다.

건설 노동자들이 짓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그들은 피와 땀과 눈물로 삶의 희망을 이어간다. 이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들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노가다'라는 비하적인 용어로 부르며 그들의 존엄을 훼손해 왔다. 건설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떻게 '공갈'과 '협박'이 될 수 있는가? 그들의 요구가 '폭력'이 될 수 있는가? 이 땅의 건설 노동자들은 여전히 투쟁 중이다. 그들은 자신의 노동이 인정받고, 노동의 대가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지극히 당연한 소망을 품고 있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지만 사회의 일원으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로즈업 후쿠오카 (2025~26 최신 개정판) - 쉬운 여행 : 스마트 QR 가이드북
유재우.손미경 지음 / 에디터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3년 세계 각국은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이후, 다시 열린 세계 여행으로 인하여 여행 인구의 급증으로 엄청난 홍역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엔화의 폭락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지역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팬데믹 전의 여행객 숫자를 넘어섰고, 주요 관광지의 호텔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해외 토픽을 접하곤 하였다. 팬데믹으로 꽉 막혀있었던 사람들의 관광 수요가 심리가 한꺼번에 폭발 한 것이 하나의 원인일 터이다.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가깝고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 특히 일본 여행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긴다. 좋은 기회에 일본 후쿠오카 소도시 여행 정보를 깔끔하게 소개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유재우, 손미경님의 <클로즈업 후쿠오카(2025~2026)>였다. 일본은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5박6일로 도쿄를 비롯해서 나고야, 오사카, 오키나와 등을 휴가 차 다녀온 경험은 있다. 일본의 대도시 지역의 관광은 어느정도 해보니, 나만의 여행스타일을 찾아서 이제는 소도시 여행이나 여행 지역에서의 한달 살기 등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참 흥미가 끌렸다.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햇살은 더욱 투명해지고, 바람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속삭인다. “어디든 좋아, 지금 떠나자"고. 하지만 떠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상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조금의 용기와, 조금의 계획과, 그리고 아주 좋은 ‘동반자’가 필요하다. 올해, 그 동반자는 한 권의 여행서가 있다. 『클로즈업 후쿠오카』.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부터 나는 알았다. 이 책은 ‘장소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책 안에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했다. 손끝으로 느끼는 종이의 질감과, 스마트폰 화면 너머 펼쳐지는 생생한 현재. 아날로그의 따스함과 디지털의 편리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계. 『클로즈업 후쿠오카』는 그런 방식으로 나를 초대했다. 후쿠오카. 언제나 가까웠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 이번 여름, 나는 그곳을 깊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번화한 거리를 스치는 바람도, 골목길을 따라 숨 쉬는 작은 소도시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내 안에 담아보기로. 그리고, 이 여행의 첫 페이지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

『클로즈업 후쿠오카』는 기존의 어떤 여행 가이드북과도 달랐다. 그 차이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분명했다. 우선, 이 책은 장소 나열이 아니었다. 30년 넘게 후쿠오카 곳곳을 누빈 두 명의 여행 고수가 수천 곳 중에서 오직 진짜 좋은 곳만을 엄선했다. 구체적으로, 핫플레이스 192곳, 맛집 149곳, 온천 44곳, 쇼핑 명소 86곳. 400년 전통의 노포 맛집부터, 지금 막 문을 연 따끈한 트렌디 스폿까지. 시간을 초월하는 매력과 순간의 생동감을 동시에 품은 리스트였다. 특히 맛집은 남달랐다. "별이 쏟아지는 맛집"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저자들이 30년 넘게 단골로 다닌, 검증된 베스트 맛집 149곳이 정리돼 있다. 이 리스트에는 단순히 이름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춘 "찾아가기 쉬운 곳", “이용이 편한 곳" 만 골라 담았다. 또한, 각 맛집마다 초강추 메뉴가 적혀 있어 메뉴판 앞에서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본고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 음식, 세월을 품은 노포 요리, 일본 커피 명가, 디저트 카페까지.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을 말끔히 지워주는 것이다. 게다가 『클로즈업 후쿠오카』는 "선택"을 극단적으로 간결하게 만들어준다.

짧은 여행 동안 수백 개 중에 골라야 하는 스트레스 대신, "무조건 성공하는 베스트"만, 아이템별로 5개 미만으로 딱 추려서 소개하고 있다. 꼭 가야 할 곳, 꼭 먹어야 할 것, 꼭 사야 할 것.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긴 리스트 덕분에 나는 매 순간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별점 시스템이다. 일본에서 맛집을 검색할 때 가장 많이 보는 두 사이트, 외국인 중심의 구글맵 별점, 현지인 중심의 타베로그 별점, 이 둘을 모두 함께 수록하고 있다. 덕분에, 외국인 인기 맛집과 일본인 추천 맛집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 "실패 없는 식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길 찾기 또한 탁월하다. 책 하단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구글맵 내비게이션이 실행된다. 일본어를 몰라도 자동으로 지명과 주소가 입력돼, 택시나 우버 앱 이용도 자유롭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는 ‘죽은 데이터’가 아니다. 변경사항이 생기면 QR로 바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맛집 휴업, 입장료 변경, 이벤트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책 한 권과 맵북 한 권만 챙기면 된다는 것이다. 호텔을 나설 때, 두툼한 가이드북을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가벼운 휴대용 맵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필요한 정보를 꺼내 쓸 수 있다. 맵북에는 지역별 명소와 맛집, 쇼핑 스팟의 순위와 위치가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QR 코드를 찍으면 관련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는 시스템 덕분에 초행길도 어렵지 않다.

책을 가지고 후쿠오카를 둘러보기 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현지인처럼 체험하고 싶다. 책은 후쿠오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를 방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특정 코스를 따라가기보다는,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게 경험을 조합하는 것이다. 책 속에 담긴 추천 장소들은 하나의 루트가 아니라, 여행자가 자신만의 리듬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따라서 계획 없이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후쿠오카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도시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여행이란 한 장소에서의 경험을 통해 삶의 일부를 채워가는 과정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혹은 여행을 마친 후에도 이 책을 다시 펼쳐보면, 후쿠오카에서의 순간들이 살아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소한의 정치공부 - 가장 현명하게 정치를 배우는 방법
추동훈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든 것이 평온했던 대한민국... 그날 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극적인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2024년 12월 3일, 예기치 못한 뉴스가 전해졌고, 모든 국민의 심장은 멈춘 듯했다. 대통령의 어처구니 없는 계엄 선포는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신호였다. 우리는 그 뉴스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찾아 헤맸다. TV 화면 속에서 마주한 현실은 우리를 경악하게 했고, 곧이어 시민들은 분노의 물결에 휩싸여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과 민심의 동요는 민주주의의 기초가 흔들리는 순간을 의미했다. 이 황당한 계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본질과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계엄 선포는 권력의 남용을 상징하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섰고, 이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인 시민 참여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대통령이 주도한 내전... 과연 내전이란 무엇이고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궁금해 진다... 이번에 이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 느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귀중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지만, 그동안 너무 정치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최소한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추동훈님의 <최소한의 정치 공부>였다. 시의적절한 책인 것 같다. 우리는 과거의 사건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의식과 참여에 의해 유지되는 살아있는 체제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보다 깊이 있는 정치에 대한 공부를 통해 이해해야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정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며 마주하는 국회 소식부터, 대통령의 발언, 새로운 정책과 법안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정치'는 여전히 멀고 어려운 주제로 남아있다. "정치는 어려워", "정치는 더럽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정치로부터 분리시키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과연 우리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방향일까? 정치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정치는 결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지불하는 세금, 받는 복지 혜택, 직장에서의 근로조건, 대중교통 요금, 주택 가격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이 정치와 맞닿아 있다. 정치는 무관심해서는 않될 것이다. 이번 계엄 사태로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정치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정치적 무관심의 대가2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율이 낮은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들이 정치를 멀리하는 주된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거대 양당의Vietnam 극단적 대립, 선거철에만 쏟아지는 공약들, 특히 청년층을 위한 정책들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은 많은 젊은이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치적 무관심은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대변해줄 세력이 없어지고, 그 빈자리는 다른 이들의 이해관계로 채워진다. 민주주의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시스템이기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묻히게 된다.민주주의의 기본, 견제와 균형대한민국의 정치 체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요소가 혼합된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제헌 국회 시절 두 체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상황에서 비롯된 결과다. 대통령과 총리가 공존하는 현 체제는 일견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구조 속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의 집중을 막고 서로 견제하게 하는 데 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논쟁과 대립은 감정 싸움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충돌하며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수의 의견만이 무조건 옳지 않다는 점이다. 소수의 목소리를 보호하고 반영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중요한 역할이며, 양보와 절충을 통해 최선의 정책과 법안이 탄생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법권을 행사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은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들이 가진 불체포특권과 같은 권한은 특혜가 아니라 행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정당은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하는 역할을 한다. 정당은 각자의 이념과 가치를 바탕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후보를 공천하며,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획득하거나 야당으로서 견제 기능을 수행한다. 정당의 색깔과 상징은 그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선거철마다 거리를 채우는 각 정당의 색깔은 정치적 다양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정치는 대중에게 보이는 정치인들만의 무대가 아니다. 국회의원 한 명이 모든 업무를 챙길 수 없기에 보좌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숨은 실세'라 불리며 정책 연구, 법안 검토, 각종 회의 준비, 언론 대응, 지역구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정치인 못지않게 이러한 숨은 주역들의 전문성과 헌신이 우리 정치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시민사회단체, 언론, 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도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여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발굴하며, 정치권이 특정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처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

지금부터라도'나를 위한 정치 공부'를 시작해 봐야 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 국가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윤비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가는 왜 탄생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국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홉스가 묘사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에 놓이게 된다. 안전과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세계에서, 인간은 지속적인 공포와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국가는 이러한 원초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인류의 창조물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일부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 국가에게 폭력을 독점할 권리를 부여했다. 이는 모든 구성원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사회적 계약'의 출발점이었다. 현대 국가는 시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 '철혈 보수'로 알려진 비스마르크가 세계 최초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비스마르크는 국가가 시민들의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정이 결국 국가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이해했다. 복지는 '케이크 나눠 먹기'가 아닌, 사회 전체의 불안을 차단하는 '안전핀'의 역할을 한다. 이는 국가가 공동체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해야 함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민주주의는 오랫동안 긍정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는 '타락한 정치 체제'로 간주되었으며, 미국 건국 초기에도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인민은 좋은 것을 원하지만, 그것을 항상 아는 것은 아니다"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정치 체제로 발전했을까? 그 결정적 계기는 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국의 성공 사례였다.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전체주의 국가들을 물리치면서, 민주주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는 데 있다. 국가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독점될 때, 그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타락한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권력자들을 교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한다. 더불어 민주주의는 통찰력과 혁신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회는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민주주의만의 고유한 강점이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다양한 사회 계층과 집단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그러나 의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될 때, 민주주의는 형해화 된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이러한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에서, 거대 양당은 석유의 이익을 독점하면서 국민의 94%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민주주의의 성공은 의회의 다양성과 생각하는 유권자의 존재에 달려있다. 의회가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할 때, 민주주의는 이름만 남은 빈 껍데기가 되고 만다. 현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위협은 극단적인 진영논리다.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진' 정치 환경에서, 합리적인 정책 토론은 불가능해 진다. 유권자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속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선동적인 정치인들은 손쉽게 대중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진영논리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콘텐츠만을 제공함으로써, 사회는 점점 더 분열되고 양극화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피어나는 '팬덤 정치'는 맹목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기에,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위협은 통제되지 않는 관료제다.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민주적 통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과도한 관료주의가 국가 발전을 어떻게 저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관료조직은 본질적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정치인과 기업가를 움직이며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좌우할 때, 혁신과 발전은 억압된다. 한국의 IMF 금융위기 직전, 관료들이 유동성 위기가 없다고 주장했던 사례는 관료주의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절대권력을 갖게 된 리더는 어떻게 국가를 쓰러트리는가?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이에 대한 경고다. 군부 쿠데타로 시작해 과두 지배로 이어진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부패 천국'이 되었다. 이후 등장한 차베스라는 카리스마적 리더는 또 다른 절대권력자로 군림하며, '내 편 정치'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사익을 추구했다. 강한 리더십에 대한 환상은 위험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리더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통제되어야 하며, 그 권력은 한시적이고 제한적이어야 한다. 이탈리아는 패거리 정치가 어떻게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마니 풀리테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정치권의 부패는 이탈리아 전체를 뒤흔들었다. 유럽의 조롱거리가 된 총리들, 54년 만에 완공된 A3 고속도로는 이탈리아 정치의 비효율성과 부패를 상징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 청년들은 '엑소더스'를 선택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자국을 떠나,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가 실패했을 때 국가가 직면하게 되는 가장 비극적인 결과 중 하나다.

민주주의는 쿠데타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칠레의 피노체트는 전투기로 대통령궁을 폭격하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켰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나폴레옹이 친위 쿠데타를 통해 절대권력을 장악했다.이러한 사례들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권위주의적 리더가 권력을 손에 넣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 결과는 항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침해로 이어진다. 한국이 권위주의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전환의 시대
강남호 지음 / 정독(마인드탭(MindTap))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인식의 눈으로 ‘새로운 기준과 표준‘을 이해할 때, 우리는 과거가 아닌 ‘뉴노멀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인류의 선택이 희망의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