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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 아웃사이드 더 박스 Think Outside the Box - 틀을 넘어 생각하는 그림 놀이
김호정 지음 / 윌마 / 2026년 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해졌다. 시험지에는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했고, 색칠공부에는 이미 정해진 테두리가 있었다. 하늘은 파랗게, 나무는 초록색으로, 태양은 빨갛게 질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상상력의 날개를 접어갔다. 하지만 김호정 선생님의 교실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반쪽짜리 동그 라미가 피자가 되기도 하고 사자의 갈기가 되기도 했다. 익숙한 우리나라 지도의 윤곽선이 만둣국의 만두로 변신했다. 이 단순하면서도 혁명적인 수업이 전 세계 2억 명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완성된 그림은 더 이상 상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반만 그려진 선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 가능성 앞에서 아이들은 자유로웠고, 어른들은 잊고 지냈던 창조의 기쁨을 되찾았다. 책의 진정한 가치는 완성도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 갇혀 산다. '싱크 아웃사이드 더 박스'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그 상자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 고정관념의 벽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으레 호랑이나 토끼를 떠올리는 것, 새싹 모양을 보면 식물 만 생각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무의식중에 받아들인 틀이다. 어쩌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그 상자 안에 가두어 왔는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쉽게 그 상자를 벗어난다 는 사실이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보면, 아이들은 주저함 없이 반쪽 동그라미를 사자로 바꾸고, 쿠키 모양을 버섯으로 탈바꿈시킨다. "거침없는 둘째의 색연필과 곰곰이 생각하며 그리는 큰딸"이라는 표현처럼, 같은 아이들조차 각자의 방식으로 상자 밖을 상상한다. 한 아이는 직관적으로, 다른 아이는 사색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누구도 '이렇게 그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어른들은 어떤가. 많은 어른들이 빈 종이 앞에서 먼저 "나는 그림을 못 그려"라고 선을 긋는다. 실력을 걱정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염려한다. 하지만 최고 난도에 도전하면서 느낀 것처럼, 막상 시작하면 엉망이지만 제법 그럴싸"한 무언가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기특하다"는 자기 긍정의 감정이 찾아온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선물하는 가장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통적인 교육은 종종 하나의 정답으로 향하는 직선을 강요해 왔다. 수학 문제에는 정해진 풀이법이 있고, 국어 지문에는 출제자가 의도한 답이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해석이나 독창적인 접근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전한 길, 검증된 방법을 택하게 된다. 창의성은 점차 위험한 것,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싱크 아웃사이드 더 박스' 수업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서는 틀린 답이 없다. 반쪽 동그라미를 피자로 보든, 사자로 보든, 심지어 지구로 보 든 모두 옳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떠올렸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느냐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는 경험을 한다. 다른 친구의 전혀 다른 해석을 보며 사고의 다양성을 배운다. 같은 선을 보고도 사람마다 다른 세 계를 그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세계가 동등하게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가족 간의 소통 도구로서의 가능성이다. 가족이 모여 같은 그림을 각자 완성한 뒤 결과물을 공유하는 시간은 놀이를 넘어선다. 그것은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거침없이 그리는 아이와 신중하게 고민하는 아이,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엄마와 엉뚱한 상상을 펼치는 아빠. 같은 선을 보고도 각자 다른 세계를 그린다는 사실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개성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가족에게 이런 아날로그적 경험은 더욱 소중하다. 쇼츠와 같은 화면 속 콘텐츠는 끊임없이 자극을 제공하지만, 수동적인 소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직접 그림을 완성하는 행위는 능동적인 창조이자 자기표현이다. 손으로 선을 그으며 생각을 구체화하고, 그 결과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얻기 힘든 만족감을 준다.
김호정 선생님의 수업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참신한 아이디어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 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발전하면서 단순 지식이나 정형화된 기술의 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대신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과 같은 고차원적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싱크 아웃사이드 더 박스' 수업은 바로 이런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한다. 이것은 그림 실력을 키우는 것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교육이다. 참신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