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디아 - 트럼프 알고리즘을 해부하다
이지윤 지음 / 마음의숲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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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 뉴스를 켤 때마다 우리는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 트럼프의 또 다른 폭탄 발언,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경, 동맹국을 향한 거침없는 압박. 그리고 우리는 습관처럼 중얼거린다. "저 사람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이지윤 기자의 <트럼피디아> 우리의 안이한 판단을 뒤흔든다. 트럼프를 이해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책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간단하면서도 충격적이다. 트럼프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그는 감정에 휘둘리는 충동적 인물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전략가다. 1970년대 뉴욕 부동산 시장에서 시작된 그의 생존 공식은 정치라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작동했고, 이제는 국제 질서 전체를 재편하는 코드가 되었다. 우리가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트럼프는 자신만의 명확한 규칙에 따라 세상을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핵심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고, 빼앗지 않으면 빼앗긴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그가 수십 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체득한 생존의 법칙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고, 압박하고,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 이 과정에서 도덕이나 신의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나는 된다"는 그의 수비 전략이자 자기 최면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그 선언을 현실로 밀어붙인다. "내가 맞다"는 공격 전략이다. 틀렸다는 증거가 명백해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는 순간 패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두 문장이 그의 모든 행동을 설명한다. 방위비 협상에서든, 관세 전쟁에서든, 백신 논쟁에서든, 그는 이 공식을 철저히 따른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방식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한국에 100억 달러의 방위비를 요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만들었다. 상대방이 당황하고 방어적이 되는 순간, 그는 이미 주도권을 쥔 것이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그의 허위 주장들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상대방을 교란시키고 자신의 서사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다.

트럼프의 진짜 천재성은 대중의 감정을 읽고 조작하는 능력에 있다. 그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 상실감, 분노를 정확히 포착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중산층이 몰락하고, 자신들이 알던 미국이 변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트럼프는 이들에게 명확한 적을 제시했다. 이민자, 진보 진영, 기득권 엘리트. 그리고 자신을 유일한 구원자로 포지셔닝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는 단순해 보이지만 정교한 감정 전략이다. 여기에는 과거에 대한 향수,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트럼프만이 그 위대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암시. 정책의 구체성이나 실현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감정으로 투표하고, 트럼프는 바로 그 감정을 팔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노이즈를 자산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정치인이라면 스캔들이나 논란을 피하려 하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그것을 활용한다. 논란은 곧 관심이고, 관심은 곧 영향력이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타이레놀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도, 매킨리 시대의 관세 정책을 찬양하는 역사 왜곡도, 모두 이 전략의 일부다.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든 옹호하든, 그는 이미 대화의 중심이 되어 있다.


책에서 가장 섬뜩한 부분은 스무트-홀리법에 대한 분석이다. 1930년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통상 전쟁은 세계 무역을 60%나 감소시켰고, 대공황을 심화시켰으며, 결국 나치의 부상과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경제적 고통이 극단주의 정치 세력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트럼프가 관세 정책의 모델로 삼는 매킨리 시대는 실제로는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이 가장 잘 살던 시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관세 정책의 실패가 공화당의 36년 집권을 끝내고 루스벨트의 뉴딜과 자유무역 체제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역사는 보호무역주의의 위험성을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가?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그가 정말로 역사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 둘째, 그가 장기적인 경제적 결과보다 단기적인 정치적 효과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관세 위협은 협상 카드로 훌륭하게 작동한다. 동맹국들이 당황하고, 양보하고, 트럼프는 승리를 선언한다. 10년 후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든, 지금 당장의 승리가 중요한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국제 정세다. 중국, 독일, 프랑스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 전쟁이 격화되면 어떻게 될까? 1930년대처럼 각국이 "이웃을 거지 만들기" 전략으로 돌아서고,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하고, 국제 질서가 붕괴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것이 비즈니스 협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의 안정을 건 도박이다.

책은 트럼프 개인을 넘어 그를 둘러싼 시스템을 분석한다.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는 종종 자신의 충동과 제도 사이에서 충돌했다. 참모들이 그의 명령을 무시하거나 지연시키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2기는 다르다. 이번에는 트럼프의 세계관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유하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다. JD 밴스는 단순한 부통령이 아니라 마가(MAGA) 운동의 이념적 후계자다. 스티븐 밀러는 이민 정책의 설계자로서 트럼프의 본능을 법과 제도로 번역한다. 스티브 윗코프는 중동 외교에서 "사람 좋은" 얼굴로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트럼프의 강경 노선을 관철한다. 스콧 베센트는 재무장관으로서 관세 정책의 경제적 혼란을 관리한다. 일론 머스크는 자금과 기술, 그리고 SNS 플랫폼까지 제공한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트럼프의 직관을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만든다. 1기에서 트럼프가 말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이 2기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 국경 장벽, 대규모 추방, DEI 정책 폐지, 중동 외교 재편. 이것은 더 이상 한 개인의 변덕이 아니라 조직화된 운동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고, 동시에 더 지속 가능하다.


트럼프 2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하(Make America Healthy Again)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주도하는 이 운동은 건강한 식단과 가공식품 규제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시작하지만, 실제로는 백신 반대와 음모론의 온상이 되었다. 타이레놀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거나, MMR 백신을 나눠 맞아야 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마하 운동은 보수 여성층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백신 접종을 국가의 간섭으로 프레임하고, 거대 제약회사와 정부의 유착을 비판하면서, 어머니로서의 본능과 보수적 가치를 결합시켰다. 생우유를 마시고,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여러 아이를 키우는 "트래드 맘"이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이것은 건강 운동이 아니라 문화 전쟁의 일부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타이레놀 사용 중단을 촉구한 것은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그는 마하 운동의 지지자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는 너희 편이다. 나는 기득권과 싸운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반박해도 소용없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미 과학계도 기득권의 일부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탈진실 시대의 정치다.

이 모든 분석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트럼프가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 부르고 100억 달러의 방위비를 요구했을 때, 우리는 분노하고 당황했다. 하지만 『트럼피디아』를 읽고 나면, 이것이 그의 협상 전략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 터무니없는 요구로 시작해서 상대방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그다음 단계에서 "합리적인" 양보를 얻어내는 것. 우리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순간, 그는 이미 승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트럼프의 발언에 일일이 반응하면 그의 게임에 말려든다. 둘째, 그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파악하면 예측 가능해진다. 셋째, 우리만의 레버리지를 찾아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방산 등에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이다. 트럼프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그가 만든 시스템, 트럼피즘은 그가 떠난 후에도 남을 것이다. JD 밴스나 다른 마가 후계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정치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과거의 동맹 관계,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한 향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세상이 변했고, 우리도 변해야 한다.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트럼프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이해해야 한다. 그를 미치광이로 치부하는 것은 편하지만 위험하다. 그는 자신만의 명확한 논리로 움직이고, 그 논리는 효과가 있다. 우리가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 세계는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책은 트럼프 찬양서가 아니다. 오히려 냉정한 해부서다. 저자는 그의 허위 주장, 역사 왜곡, 과학 부정을 분명히 지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왜 성공했는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이것이 진짜 유용한 정보다. 감정적 비난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지만,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냉정한 이해만이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제 탈진실, 포퓰리즘, 권위주의의 부상으로 특징지어진다. 트럼프는 이 추세의 선구자이자 완성자다. 그가 만든 방식은 다른 나라의 정치인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우리는 이 새로운 권력의 문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합리적 정책을 옹호하고, 우리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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