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재무빅데이터분석사(FDA) 2급 기본서 - 또기적 합격자료집+Fraudit&Google Colab 실습 강의 제공
김규석.소하영.신진주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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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벽 다섯 시,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어제 풀다만 문제가 신경 쓰여서였다. 재무빅데이터분석사라는 자격증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나한테는 너무 멀리 있는 세계'라고 생각했다. 회계도 낯설고, 데이터 분석은 더욱 막연했다. 하지만 이기적 기본서를 펼친지 일주일쯤 지나자, 그 벽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두껍지 않은 두께가 오히려 의외였다. '이 정도로 충분할까?' 싶었는데, 첫 장을 넘기자마자 그 의문은 곧 사라졌다.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담겨 있다는 느낌. 마치 오랜 시간 수험생을 지켜본 누군가가 "이것만 알면 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데이터베이스 파트를 읽으면서 느꼈다. 일반 교과서처럼 역사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 고마웠다. 시험에 나올 것, 꼭 알아야 할 것만 짚어주니 시간이 아까운 직장인에게 딱 맞는 구성이었다.

통계 부분에 다다랐을 때는 솔직히 손이 떨렸다. 대학 때 통계학 수업을 듣다가 중도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용어 하나하나를 마치 처음 듣는 사람을 위해 설명해주듯 풀어냈다. 예시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표준편차'라는 단어만 봐도 머리가 아팠던 내가, 어느새 예제를 혼자 풀고 있었다. 그 순간 느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잘못 배워왔던 거였구나. 파이썬 파트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코딩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나랑은 안 맞는 분야'라고 단정 지었던 나였다. 하지만 이 책은 마치 옆에서 손을 잡아주듯 차근차근 안내했다. 코드 한 줄 한 줄에 설명이 불어 있고, 왜 이렇게 작성하는지 이유까지 알려줬다. 따라 치다 보니 어느새 화면에 결과값이 떴고, 그게 정말 신기했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작은 성취감이 쌓였다. 그 감정이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다.

Fraudit 프로그램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설치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하지만 책에 나온 캡처 화면을 따라가니 생 각보다 순조로웠다. 단순히 '이렇게 하세요'가 아니라, 각 기능이 왜 필요한지, 실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까지 설명해줘서 맥락이 잡혔다. 실습 파일을 열고 문제를 풀 때는 마치 실제 업무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과 손으로 직접 해보는 것의 차이를 체감했다. 예상문제를 풀면서 자주 멈춰 섰다. 틀린 문제가 나올 때마다 '역시 나는 안 되나 보 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해설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틀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틀렸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 을. 해설은 단순히 정답만 알려주지 않았다.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까지 친 절하게 설명했다. 덕분에 같은 유형의 문제를 다시 만났을 때는 자신 있게 풀 수 있었다.

기출유형문제를 처음 풀 때는 제한 시간이 부담스러웠다. 손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한 회, 두 회 반복하면서 속도가 불기 시작했다. 네 번째 회차를 풀 때는 시간이 남았고, 여유롭게 검토까지 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혼자 공부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순간은 질문할 사람이 없을 때였다. 이해가 안 되는 부 분을 붙잡고 한 시간씩 씨름하다 지쳐서 책을 덮은 적도 있었다. 그때 이기적 스터디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됐다. 처음엔 "답 변이 올까?' 반신반의했는데, 놀랍게도 다음 날 아침 성실한 답변이 달려 있었다. 그냥 답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개념을 다시 짚어주고 비슷한 문제까지 첨부해줬다. 낯선 사람인데도 내 공부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있다. '독학'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좋은 교재는 정보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막힐 때마다 다음 페이지가 길을 알려줬고, 헤맬 때마다 예제가 방향을 잡아줬다. 회계 전공자도, 데이터 전공자도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시험은 처음엔 너무 먼 목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거리를 좁혀줬다. '2주면 충분하다'는 말이 처음엔 과장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핵심만 콕콕 짚어주니 시간이 절약되고, 반복해서 보게 만드는 구성이라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요즘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이 책을 펼친다. 스마트폰을 보던 시간이 문제 푸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한 문제 한 문제 풀 때마다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숫자와 데이터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히려 흥미롭고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됐다. 이 책을 펼치기 전의 나는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지금의 나는 '언제 시험 볼까?'를 고민한다. 그만큼 확신이 생겼다. 혼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확신. 어려워 보이는 것도 차근차근 배우면 내 것이 된다는 확신. 올해에 있을 시험일을 생각해 본다. 긴장되지만 두렵지 않다. 이 책과 함께 걸어온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으니까. 합격 후에도 이 책을 간직할 것 같다.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나의 첫 안내자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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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재무빅데이터분석사(FDA) 2급 기본서 - 또기적 합격자료집+Fraudit&Google Colab 실습 강의 제공
김규석.소하영.신진주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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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콕콕 짚어주니 시간이 절약되고, 반복해서 보게 만드는 구성이라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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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코드 - 외모 자존감을 높이는 거울 심리학
박상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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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거울 앞에 선다. 어떤 이는 무심히 지나치고, 어떤 이는 오래 머물며, 또 어떤 이는 애써 외면한다.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우리는 각자 다른 감정을 경험한다. 만족, 불안, 비교, 체념, 또는 무관심. 같은 얼굴을 보면서도 천차만별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상훈 원장의 <페이스 코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30년간 성형외과 의사로 일하며 1만 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한 그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동일한 수술 결과에도 사람들의 만족도는 천차만별이 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작은 변화에도 감격했고, 어떤 이는 극적인 변화 이후에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워했다. 이 차이는 기대치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각자가 외모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내면의 구조, 즉 '페이스 코드'의 차이였다. 저자는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마라'는 심리학의 고전적 비유를 끌어온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듯, 외모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가 의식하든 않든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명령을 내린다. "외모를 가꿔라" 그리고 "외모에 신경 쓰지 마라". 이 모순적 메시지 속에서 우리는 혼란스러워하고, 때로는 죄책감마저 느낀다. 이 외모 코끼리를 다루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코끼리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길들이는 것이고, 둘째는 코끼리를 내보내고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이 선택을 의식적으로 하지 못한 채 외모에 대한 불안과 집착 사이를 오간다는 점이다.


페이스 코드는 MBTI처럼 유형화된 체계다. 하지만 성격을 분류하는 대신, 외모를 대하는 태도를 네 가지 축으로 나눈다. 외모에 대한 민감도(민감함 K vs 둔감함 B), 외모의 중요도(중요함 U vs 중요하지 않음 O), 외모로 인한 감정(즐거움 P VS 괴로움 N, 그리고 문제 해결 태도(적극적 A vs 소극적 1). 이 네 가지 질문에 답하면 자신만의 네 글자 코드가 만들어 진다. 이 분류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레이블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UNP 유형은 외모에 민감하고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반면 BOP 유형은 외모에 둔감하고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며, 문제가 있어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같은 '외모'라는 주제 앞에서도 이들의 내면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 유형들에 우열이 없다는 점이다. 외모에 민감한 것이 나쁜 것도, 둔감한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인식하고, 그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대처 방식을 찾는 것이다. 외모에 민감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이 "외모 따위 신경 쓰지 마"라는 조언을 들으면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 코드는 외모 메타 인지의 도구다. 자신이 외모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인식이 어떤 감정과 행동 으로 이어지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단순히 외모를 바꾸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변화다. 외모는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외모를 대하는 내면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불안과 불만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외적 자존감이다. 우리는 흔히 자존감을 내면의 문제로만 생각하지만, 저자는 외모와 관련된 자존감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외적 자존감은 자신의 외모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느냐와 관련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외적 자존감이 객관적인 외모 수준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인이 보기에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도 외적 자존감이 낮을 수 있고, 반대로 평범한 외모를 가진 사람도 외적 자존감이 높을 수 있다. 이는 외모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 중에는 성형수술 후에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문제는 외모 자체가 아니라 외모를 바라보는 내면의 렌즈였다. 아무리 외형을 바꿔도 그 렌즈가 왜곡되어 있으면 만족은 찾아오지 않는다. 반대로 외형의 변화 없이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외적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무조건 외모를 가꾸는 것도, 무조건 외모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페이스 코드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외모와 관계 맺는 것이다. 외모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적절한 관리를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외모보다 다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쪽에 에 너지를 쏟는 것이 맞다.


현대인이 외모로 괴로워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끊임없는 비교다. SNS는 이 비교를 더욱 가속화한다. 우리는 타인의 가장 좋은 순간, 가장 멋진 각도, 가장 완벽한 조명 아래의 모습과 자신의 일상을 비교한다. 이는 애초에 공정한 비교가 아니다. 저자는 외모 비교가 단순히 시각적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프레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외모에 민감하고 그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는 유형은 비교를 자주 하고, 그 비교에서 항상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낀다. 반면 외모에 둔감하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유형은 같은 이미지를 봐도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문제는 비교 자체가 아니라 비교의 기준이다. 우리는 종종 비현실적인 기준, 도달 불가능한 이상향과 자신을 비교한다. 연예인, 모델, 인플루언서들의 이미지는 수많은 편 집과 보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그들 역시 현실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미지를 '기준'으로 삼고, 자신을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페이스 코드를 이해하면 이 비교의 함정에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다. 내가 왜 이 이미지에 반응하는지, 이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를 인식하게 되면 자동적인 반응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교는 여전히 일어나겠지만,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거리를 둘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외모는 중요하지만,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외모로 인한 고민과 불안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에 삶 전체가 지배당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조언한다. 외모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것인지를 의식적으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외모 관리가 삶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고, 어떤 이에 게는 그저 최소한의 관심만 두는 영역일 수 있다. 둘 다 괜찮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외모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면 그것을 즐겁게 하고, 외모보다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면 거기에 확신을 갖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불안과 죄책감 사이를 오가는 것이 가장 힘든 상태다. 페이스 코드는 이 선택을 돕는 나침반이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알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명확해진다. 외모에 민감하고 그것이 괴로움을 준다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거나, 또는 외모의 비중을 줄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외모에 둔감하지만 사회적 압박을 느낀다면 최소한의 관리를 통해 그 압박을 줄일 수 있다. 결국 행복은 완벽한 외모를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화해하는 것에서 온다. 거울 앞에서 자신을 미워하는 대신 이해하고, 비난하는 대신 수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외모라는 코끼리를 길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진짜 삶, 진짜 관계, 진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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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 100개의 물질로 읽는 생명과 우주, 인류의 미래
김성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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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물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 화학의 원리를 의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기 중의 산소가 우리 폐로 들어가 혈액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과정, 물 분자가 세포막을 통과하여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현상, 이 모든 것이 화학반응이다. 화학은 단순히 실험실의 비커와 플라스크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시작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모든 존재의 근본을 이루는 언어인 셈이다. 김성수 저자가 100개의 화학물질로 세상을 재구성하려 했을 때 느꼈던 곤혹스러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무한에 가까운 물질 중에서 단 100개를 선택한다는 것은 마치 거대한 교향곡에서 핵심 악만을 골라내는 작업과도 같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선택과 집중이 이 책의 힘이다. 저자는 수소 원자라는 우주의 가장 단순한 시작점에서 출발하여, 지구의 암석과 대기, 생명체를 거쳐, 인류 문명의 산물들을 지나 다시 우주로 향하는 장대한 여정을 설계했다. 닐스 보어와 에르빈 슈 뢰딩거가 수소 원자를 통해 양자역학의 기초를 확립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 하다. 우주에서 가장 단순한 원자가 우주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었다는 점에서, 복잡성은 단순성으로부터 태어나며, 단순성 속에 모든 복잡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화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 나아가 삶의 진리이기도 하다.


저자가 화학을 '중심 과학'이라고 부른 것은 과장이 아니다. 물리학자는 세상을 물리학적으로, 생명과학자는 생명 현상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화학은 그 모든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원자와 분자라는 물질의 기본 단위는 물리학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생명의 근간이며, 문명의 재료이고, 우주의 구성 요소다. 화학은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무생물과 생물을, 자연과 인공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다. 일산화탄소의 이중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우주 공간에서는 별과 별 사이를 채우는 평범한 성간 물질이지만, 지구로 내려오면 치명적인 독이 된다. 헤모글로빈이 산소보다 일산화탄소와 200배 이상 강하게 결합한다는 사실은 화학적 친화력의 차이를 넘어,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1960~70년대 대한민국의 연탄가스 중독 사고는 이 화학적 성질이 실제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다. 같은 물질이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 이것이 화학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상대성의 교훈이다. 셀룰로스의 여정 또한 흥미롭다.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생물학적 고분자가 인류의 의생활을 혁신하고, 산업혁명을 이끈 방적기의 핵심 재료가 되었다는 사실은 자연과 문명의 경계가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준다. 지구 역사와 인류 역사 모두에 족적을 남긴 물질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화학은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간대와 공간을, 서로 다른 학문 분야를 종횡무진 연결한다.


암모니아 합성의 역사는 화학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프리츠하버와 카를 보슈가 이룬 '공기에서 빵을 만드는' 혁신은 20세기 인구 폭발을 가능하게 한 근본 동력이었다. 질소 비료의 대량 생산이 없었다면 현재의 80억 인구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업적은 동시에 화학무기 개발로 이어졌고, 과도한 질소 비료 사용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었다. 화학의 양면성, 기술의 중립성과 윤리의 문제가 여기서 첨예하게 드러난다. 메틸 고무의 사례는 더욱 직접적으로 화학과 전쟁의 관계를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고무 금수 조치로 궁지에 몰린 독일이 열악한 메틸 고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패전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물질이 역사를 바꾼다는 명제를 증명한다. 전쟁은 역설적으로 화학 발전의 촉매가 되었고, 평화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혁신들이 전시에 이루어졌다. 합성 고무, 나일론, 페니실린 등 현대 생활의 필수품들이 모두 전쟁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씁쓸하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듯, 중요한 것 은 '우주적 평형'에 대한 고려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에게 빚진 채 공존하고 있으며, 화학은 그 공존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변화의 과정이다. 석회암의 화학평형이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1만 8천 년 동안 보존해준 것처럼, 자연의 화학은 자체적인 균형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인간의 개입이 그 균형을 깨뜨릴 때 발생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플라스틱 오염, 미세먼지 등 현대 문명의 환경 문제는 모두 화학적 불균형의 결과다.


2024년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수상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험실이 아닌 컴퓨터에서 과학 연구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역설적으로 물질에 대한 본질적 이해는 더욱 중요해졌다. AI가 생성한 데이 터의 환각을 가려내고, 연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통찰이다. 그리고 그 통찰은 물질의 기본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 '최소한의 화학'이라는 제목에서 '최소한'이 의미하는 것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100개의 물질을 안다는 것은 100개의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100개의 렌즈를 갖는 것이다. 리그닌, 푸트레신, 헨트라이아콘테인처럼 생소한 이름의 물질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루비가 우주 탐사 파트에 실린 것은 보석으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레이저의 매질로서의 기능 때문이다. 맥락이 의미를 만든다. 질화 붕소 나노튜브가 우주방사선의 중성자를 차폐하는 재료로 주목받는 것처럼, 화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다.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양자점 같은 신소재들은 미래 기술의 핵심이며,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가올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고, 그 성질을 규명하고, 응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은 화학자의 몫이다. 알고리즘은 패턴을 찾을 수 있지만, 창조는 인간의 영역이다.


100개의 물질로 우주의 역사를 쓴다는 것은 100개의 단어로 장편소설을 쓰는 것만큼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김성수 저자는 해냈다. 수소에서 시작하여 질화 붕소 나노튜브로 끝나는 여정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다. 각 물질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100개의 물질을 통해 배운 원리는 무수한 다른 물질들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지식은 축적되지만, 원리는 확장된다. 화학을 안다는 것은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문법을 체득하는 것이다. 그 문법을 익히면 낯선 현상도 친숙해지고, 복잡한 문제도 단순해진다. AI 시대에 화학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화학은 본질을 이해하게 한다. 컴퓨터는 패턴을 찾지만, 화학자는 의미를 창조한다. 미래는 기술이 만들지만, 방향은 통찰이 결정한다. 그리고 그 통찰은 세상이 화학으로 쓰여 있다는 근본적 이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화학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화학을 이해 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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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갖는 삶에 대하여 - 돈과 물건에 휘둘리지 않고 사는 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김슬기 옮김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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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젯밤 옷장을 열었을 때 또다시 그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옷은 넘쳐나는데 입을 게 없다는 느낌. 이건 단순히 옷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삶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아이러니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 기묘한 현상은 대체 어디서 시작된 걸까.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가 제시하는 관점은 명쾌하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적게 가져서가 아니라, 기준 없이 너무 많이 가져서라는 것, 마치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계속 먹는 것처럼,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지 모른 채 계속 채워 넣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던지는 비유가 인상적이다. 디즈니랜드에서 2시간 줄 서서 1분짜리 놀이기구를 타는 것. 우리의 소비 패턴이 정확히 그렇다. 한 달 월급을 모아 명품 가방을 사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그 순간의 쾌감은 얼마나 지속될까. 일주일? 한 달? 그리고 나면 또 다른 무언가가필요해진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가지지 않는 삶'에 대한 영적 통찰이었다면, 코이케의 접근은 좀 더 현실적이다. 그는 청빈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제대로 사라고, 품질 좋은 것을 오래 쓰라 고 말한다. 중요한 건 소유의 양이 아니라 소유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물건을 살때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이것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 하지만 정작 그걸 손에 넣고 나면 행복보다는 다음 타깃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도착할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우리는 계속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흥미로운 건 저자가 과소비만큼이나 과도한 절약도 문제라고 지적한다는 점이다. 미래의 불안 때문에 현재 필요한 것조차 사지 못하는 사람들. 노후를 위해 저축한다며 지금 당장 필요한 치과 치료를 미루고, 낡은 신발을 신고 다니며 발을 다치는 사람들. 이것도 결국 돈에 휘둘리는 삶이라는 것이다. 절약이라는 이름의 인색함과 소비라는 이름의 낭비는 사실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둘 다 돈을 기준으로 삶을 재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짜 자유는 돈이 많아서 오는 게 아니라, 돈의 유무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온다. 이 말이 처음엔 공허하게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월급이 비슷한데 누군가는 늘 쪼들리고, 누군가는 여유 있게 산다. 차이는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무엇에 돈을 쓰느냐, 그리고 그 선택에 얼마나 확신이 있느냐의 문제다. 확신이 없으니 계속 비교하고, 비교하니 불안하고, 불안하 니 더 사거나 더 아끼게 되는 악순환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이 부분이다. "우리는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를 지탱하려 한다." 자격증, 학력, 직업, 심지어 인간관계까지도 일종의 소유물로 여긴다는 것.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 나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마음. 이건 정말 뼈아픈 지적이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자신을 '명함'으로 소개한다. 어느 학교 나왔고, 어느 회사 다니고, 어떤 차를 몰고, 어디에 사는지. 그 목록이 나를 규정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목록 중 하나라도 사라지면 나는 흔들린다. 회사를 그만두면 불안하고, 연인과 헤어지면 공허하고, 명품 가방이 유행이 지나면 초라해진다. 반면 법정 스님은 송광사 작은 방에서 책 몇 권, 찻잔 하나로 살았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존재감을 가지셨다. 그건 소유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자신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코이케가 말하는 '덜 갖는 삶'도 결국 이 지점을 향한다. 소유로 자신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자유다.

저자가 전달하는 또 하나 중요한 통찰은 우리가 진짜 집중하는 시간은 1초 중 0.2~0.3초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평소엔 그 정도조차 집중하지 못하니 행복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명품 가방보다 중요한 건 지금 마시는 차 한 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싼 레스토랑보다 중요한 건 함께 앉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다. 10만 원짜리 옷을 10벌 사는 것보다, 100만 원짜 리 옷 한 벌을 제대로 골라 오래 입는 게 나은 이유도 여기 있다. 선택과 집중. 결국 삶의 본질로 돌아가는 얘기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물건을 무조건 적게 가지는 게 목표가 아니다. 저자도 강조하지만, 필요한 건 제대로 갖추되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는 것. 100개의 싼 물건보다 10개의 좋은 물건. 양보다 질 이라는 오래된 진리가 여기서도 통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비움'에 방점을 찍었다면, 코이케의 접근은 '채움의 질'에 집중한다. 하지만 둘은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외부의 것으로 내면을 채우려는 시도의 허무함. 진짜 풍요는 소유가 아니라 만족에서 온다.

요즘 집을 정리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 물건을 버리면 공간이 생기고, 공간이 생기면 마음도 여유로워진다는 것. 옷장을 절반으로 줄이니 아침에 옷 고르는 시간이 줄었고, 책장을 정리하니 정말 읽고 싶은 책이 보인다. 비워야 보인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난다. 저자가 말하는 '덜 갖는 삶'은 결핍이 아니라 선택이다. 무엇을 가질지보다 무엇을 가지지 않을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유. 100가지 선택지에 시달리기보다 10가지로 줄이면 오히려 더 풍요로워진다. 역설적이지만 제한이 자유를 가져온다. 법정 스님은 "가난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게 산다"고 하셨다. 코이케 역시 같은 말을 다른 방식으로 한다. 덜 가져도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고. 중요한 건 소유의 양이 아니라 소유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라고 말이다. 소유는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결국 '교환 가능한 것'만 늘어날 뿐이다. 진짜 필요한 건 교환할 수 없는 것들. 내면의 평화, 관계의 깊이, 순간에 대한 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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