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다! - DJ 래피의 인생수업 70
DJ 래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끔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왜 움직이는지는 모르는 채, 정해진 길 위에서 방향을 잃은 듯 살아간다. 정답을 향해 달리지만 그 정답이 무엇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그런 날엔 멈추는 것이 오히려 용기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고요해질 때, 그제야 들리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이 삶이 내게 가르쳐주려는 것은 무엇인가. 인생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한 페이지의 교과서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배워가는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소유했는가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하루를 살아냈는가이다. <배우다!>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에서도 우리는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저자의 인생수업 70은 흥미롭다... 저자는 어디서 어떤 것을 배우고 또 기억하고 있을까?

처음엔 실패가 두려웠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었고, 넘어지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실패는 나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넓게 바라보게 하는 창이란 것을. 무대 위에서 내려온 후에야 나는 객석의 온기를 느꼈고, 넘어진 자리에서야 땅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알게 되었다. 오히려 실패가 나를 지탱해 주었다. 그 순간들이 나를 인간답게 만들었고, 그 아픔이 내 안에 새로운 눈을 띄워주었다. 후회하고, 다시 시작하고, 또다시 멈춰서며 나는 천천히 나를 알아갔다. 때론 눈물로 얼룩진 밤이, 가장 깊은 통찰을 안겨주었고, 그 통찰이 내가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었다. 삶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지가 아니라, 계속해서 질문을 바꾸는 여정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잘 맞히는 것이 아니라, 잘 질문하는 것이다. 내 삶에 대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가는 과정 속에 나는 조금씩 진짜 나로 자라가고 있었다.

자연을 바라보면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나무는 서로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도 숲을 이룬다. 햇살은 그 틈을 지나며 생명을 틔우고, 바람은 모든 것의 틈새를 지나간다. 관계도 그러하다. 우리는 너무 자주,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거리에서 피어난다. 억지로 같은 걸 보게 하거나 같은 속도로 걷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걸 보는 걸 허락하고, 서로 다른 걸음으로도 함께 걷는 것이다. 고양이가 자신의 공간을 지키듯, 인간도 저마다의 울타리를 지니고 살아간다. 그 울타리를 존중해주는 것이 곧 사랑이며, 공존의 시작이다. 관계 속에서 배운 것은, 나를 너무 작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조건 맞춰주기보다는, 나답게 존재하면서도 함께 어우러지는 법.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래서 아름답다. 누군가와 다르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나는 다시 자연을 떠올린다. 제각기 다른 나무가 숲을 이루듯, 다름은 조화를 이루는 전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시간표로 살아간다. 내 시계가 조금 느리다고, 혹은 너무 빠르다고 해서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 계절이 순서를 지키듯, 나에게도 내가 피어날 계절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우리는 말로 서로를 연결한다. 말은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벽을 세우기도 한다. 한마디의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빛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그림자가 된다. 나는 이제 내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더 조심하게 되고, 더 따뜻하게 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괜찮다고, 수고했다고, 오늘도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그런 말이 쌓여 나를 안아주고, 다시 한 걸음 내딛게 해준다. 결국 우리는 자신에게 건네는 말로 하루를 견뎌내는 것이다. 스스로를 향한 말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소리다. 그 소리가 따뜻할수록 삶은 덜 외로워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말을 듣는다. 칭찬도, 질책도, 충고도, 오해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모든 소리들 속에서도 나 자신을 향한 목소리를 지켜내는 일이다. 나는 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 그것이 삶의 모양을 결정한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행동을 요구한다.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위대한 일은 멀리 있지 않다. 10분 일찍 눈을 뜨는 것, 한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내는 것. 그런 사소한 실천들이 우리의 삶을 바꿔간다. 많은 이들이 중간에 포기하지만, 끝까지 가는 사람은 결국 해낸다. 천천히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계속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완벽을 꿈꾸지 않는다. 대신 진심을 담고 싶고,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나를 믿고 싶다. 완벽한 날보다 진심을 다한 날이 더 소중하고, 멋진 계획보다 작은 실천이 더 멀리 간다. 삶은 일종의 습관이다. 내가 반복해서 하는 것이 결국 나를 만든다. 그러니 오늘 하루가 중요하고,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도, 나에게는 삶의 태도가 될 수 있다. 의미는 크기에 있지 않고, 마음의 무게에 있다. 그리고 그 무게는 내가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책상에 앉듯 하루를 마주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진심을 다해 살아낸 하루. 그 하루가 쌓여 내가 된다. 실수해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 우리는 모두 배우는 중이니까. 인생은 끝없는 수업이다. 그리고 그 수업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답게 자라고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고, 조금 더 남을 배려하고, 조금 더 삶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제목이 참 강렬하다. 어떤 장르의 소설일지 궁금하다. 추리소설일까? 그러나 소설은 상실과 연대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힐링 소설이다. 즉,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구보 미스미의 소설은 삶과 죽음, 상실과 치유에 관한 섬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깊은 고독 속에서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어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따뜻함을 느낀 힐링 소설이었다.

소설은 낡은 아파트에서 피어나는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주인공 미카게는 6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언니 나나미와 단둘이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자살 명소'로 알려져 있을 만큼 죽음이 가까운 공간이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어린 두 자매를 남겨둔 채 집을 떠났다. 천식을 앓는 미카게는 학교에서의 따돌림으로 야간 학교를 다니며, 빵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언니 나나미는 어린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밤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미카게의 세상은 좁고 제한적이다. 오래된 단지, 빵 공장, 야간학교에서 만나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이 전부다. 그런 그녀에게는 하나의 특별한 꿈이 있었다. 바로 '언젠가 직접 두 눈으로 시체를 보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큰 미카게는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이 있는 듯하다.

​"나는 단지 경비원이야. 이제부터 너도 그 일원이 되는 거야."

​미카게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단지 경비원'을 자처하는 노인 젠지로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젠지로 할아버지는 미카게를 단지 경비원으로 임명하고, 함께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던 이 임무는 점차 미카게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경비원의 임무는 단순하다. "살아남은 자의 생존 확인! 아이들의 안부 확인! 여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없는지 체크!" 이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미카게는 자신의 폐쇄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젠지로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미카게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또한 재일 한국인인 무짱과 말을 더듬는 구라하시라는 친구들과의 만남은 미카게의 세계를 더욱 넓혀준다. 이들은 각자의 상처와 빈틈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빈틈을 따뜻함으로 채워주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체를 보고 싶어 했던 미카게는 젠지로 할아버지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점차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다. 단지 경비원의 활동을 통해 미카게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며,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언니에 대한 고마움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미카게의 죽음에 대한 관점도 변화한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미카게는 죽음이나 시체에 대해 가졌던 초기의 호기심이 아닌, 보다 성숙한 이해를 보여준다. 오래된 단지의 철거 소식에 직면했을 때, 미카게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과 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소설은 삶의 무게가 각기 다르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의 온기를 통해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지 보여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나름의 아픔과 빈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기꺼이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며, 서로를 탓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 빈틈을 따스함으로 채워주며 '함께' 살아간다. 고독하고 메마른 공간에서 피어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연대는 한 소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점점 잊혀가는 이웃 간의 인사와 어울림의 중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시체'를 통해 죽음을 이해하려 했던 미카게의 바람은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치유와 희망으로 전환된다. 구보 미스미는 미카게의 성장을 통해 삶이란 죽음을 넘어서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소설이 주는 따뜻한 위로는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어떻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람이 주는 온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힐링 소설인 것이다.

소설은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구보 미스미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전작인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를 통해 상실을 겪고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우리 삶의 어두움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불씨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은 삶의 소중함과 인간관계의 따뜻함에 대한 이야기다. 미카게의 성장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향한 두려움 속에서도 '살아있음'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이웃과의 인사나 어울림이 점점 줄어드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미카게가 젠지로 할아버지와 친구들을 통해 배운 것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기꺼이 자신의 아픔을 내보이고, 타인의 빈틈을 따스함으로 채울 수 있다면, 우리 모두의 내일은 더욱 희망찬 빛으로 가득할 것 같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키산맥 한 달 여행 - 유네스코가 절경으로 꼽은 캐나다로키 15일 미국로키 15일
김춘석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 너머로 내 버킷리스트 페이지가 자꾸만 떠오른다. 그 목록의 가장 위에는 굵은 글씨로 '캐나다-미국 로키산맥 여행'이라고 적혀 있지요. 언젠가부터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 여행의 꿈은, 오늘 읽은 여행기를 통해 더욱 선명한 색채로 물들었다. 여행자의 글을 통해 만난 로키산맥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매혹적이었다. 에메랄드빛 호수들,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침엽수림의 초록 물결까지.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빚어낸 이 거대한 예술작품을 언젠가는 내 눈으로 직접 바라볼 수 있을까?

"캐나다 여행을 오기 전 한 여행잡지에서 페이토호수의 사진을 보고 '호수의 색깔이 어찌 이렇게 곱고 예쁜가?' 하며 감탄했었는데 막상 그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여행자의 책을 읽으며, 나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그 짙은 에메랄드빛 호수를 상상하며 내 마음은 이미 로키산맥의 해발 1,860m 고지에 와 있었다. 빙하수에 포함된 미세한 암석 입자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색채의 마법... 그것은 어떤 카메라도 완벽히 담아낼 수 없는, 오직 두 눈으로 직접 보아야만 할 경험일 테다. 나는 종종 상상한다. 이른 아침, 안개가 살짝 피어오르는 페이토 호수 앞에 서서 첫 햇살이 수면 위에 반사되는 순간을 기다리는 나의 모습을. 그 순간만을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은 우리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그저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라고 가르치니까.

"이 호수는 1979년 이전 캐나다에서 사용되었던 20달러짜리 지폐의 뒷면 그림으로 인쇄되었을 정도로 아름다운데 '로키산맥의 보석'이라고도 불린다." 지폐에 담길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라니. 그것은 한 국가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대변하는 상징적 풍경일 것이다. 모레인 호수를 둘러싼 텐 피크스의 웅장한 산봉우리들과 그 사이에 자리한 청록색 호수의 조화는 어떤 예술가도 상상해내지 못할 완벽한 구도겠지.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그곳에 간다면, 어떤 각도에서 그 풍경을 바라볼까? 여행자가 올랐던 '록 파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일까, 아니면 호숫가에 내려가 발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물결을 느끼며 바라보는 풍경일까? 아마도 둘 다겠지. 같은 장소라도 보는 위치와 시간,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자연의 매력이니까. 풍경에는 항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레이크 루이스라는 이름 속에 영국 왕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니, 그곳을 방문한다면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걷는 셈이겠지. 원주민들이 '작은 물고기의 호수'라 불렀던 그곳이 어떻게 유럽 왕실의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일어난 문화적 교류와 변화의 흔적들을 상상해본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카누를 타는 모습도 그려본다. 하늘빛과 산의 그림자가 호수에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그림 속에서, 작은 카누 하나가 물결을 일으키며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 그것은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겸손함과 경외감을 상징하는 것 같다.

미국 콜로라도로 넘어가면 만날 수 있는 '신들의 정원'이라는 이름부터가 얼마나 매혹적이다. 그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그리스 신화 속 올림푸스 산의 신들이 모여 연회를 즐기는 모습이 떠오른다. 붉은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형상들은 마치 신들이 장난삼아 빚어놓은 조각품 같을 것이다. 자연이 수천만 년에 걸쳐 빚어낸 이 예술작품을 바라보면, 우리의 짧은 인생이 얼마나 찰나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그 찰나 속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특권이 아닐까? 여행기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이 펼쳐놓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었다. 에메랄드빛 호수, 붉은 바위, 노란 아스펜 단풍, 초록의 침엽수림, 하얀 설산까지. 이 모든 색채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는 어떤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그림일 것이다. 특히 가을의 아스펜 단풍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여름 녹색 아스펜 나뭇잎이 이 가을에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것을 바라보며 인간도 역동적 청년기를 거쳐 노년의 안정과 원숙함으로 바뀌는 자연 순환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적 사색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그 풍경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지정한 여행의 의미일 것이다.

여행기를 읽으며 상상했다. 빙하수의 차가운 감촉, 침엽수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향기, 야생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상쾌함까지. 여행은 결국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니까. 나는 그 강물의 소리를 상상했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까지. 사진만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그런 감각적 경험들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로키산맥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여행기 속 인물이 경험한 하이킹과 등산의 과정도 상상해본다. 숨이 차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 때로는 위험해 보이는 낭떠러지 지그재그 좁은 산길, 그리고 그 모든 고난 끝에 만나는 절경의 순간들. 이런 육체적 도전이 주는 성취감도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겠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순간의 뿌듯함이란. 스스로를 극복한 자의 보상 같은 것이겠지. 내가 로키산맥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그런 도전적인 하이킹 코스도 체험해보고 싶다. 비록 체력의 한계를 느낄지라도, 그 과정에서 만나는 자연과의 교감은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테니까. 모든 여행은 결국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한다. 로키산맥으로의 여행은 나에게 어떤 만남을 선사해줄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일 단기공략 지텔프 공식 기출 32-65+ - 공식 기출문제로 10일만에 문법, 독해, 청취, 어휘를 한번에!
G-TELP KOREA 문제 제공, 시원스쿨 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교재의 가장 큰 매력은 '단 한 권으로 끝내는 All-in-One' 구성이다. 문법, 청취, 독해, 어휘 모든 영역을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마스터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영역별로 교재를 따로 구매하고 학습 계획을 세우는 번거로움 없이, 이 한 권으로 목표 점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학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신 공식 기출문제를 활용한 점도 인상적이다. 실제 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 유형과 난이도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시험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소함과 당혹감을 미리 해소할 수 있다. 시험은 결국 패턴 게임이라고 하지 않던가. 기출문제를 통해 그 패턴을 익히는 것은 점수 향상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책은 학습의 흐름을 '이론 학습 → 연습 문제 → 실전 문제'로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이론을 학습한 후 바로 연습 문제를 통해 이해도를 점검하고, 최종적으로 실전 문제로 완성도를 높이는 구조다. 특히 연습 문제는 빈칸 채우기, 해석하기 등 다양한 유형으로 제작되어 학습 내용을 더욱 견고하게 다질 수 있게 해준다. 이후 실전 문제를 통해 실제 시험과 동일한 환경에서 문제 풀이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단계적 접근은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QR코드 특강도 인상적이다. 교재 내 QR코드를 스캔하면 지텔프 만점 강사인 서민지 선생님의 추가 설명을 들을 수 있어, 혼자 학습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의문점을 즉시 해소할 수 있다. 교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실시간으로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마치 개인 과외를 받는 듯한 느낌으로 학습할 수 있어, 학습 효율성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영어 시험에서 어휘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교재는 지텔프 빈출 단어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매일 약 48개씩 10일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단순한 암기식 학습이 아니라, 실제 시험에서 출제된 독해 및 청취 파트에 따라 분류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또한 단어 학습 후 어휘 시험지를 다운로드받거나 '리얼마이보카' 서비스를 통해 학습 효과를 점검할 수 있어, 지속적인 복습과 자기 평가가 가능하다. 어휘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스템적 접근은 효율적인 어휘 습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험 직전에는 방대한 내용을 다시 복습하기보다는 핵심 내용을 빠르게 점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교재는 '시험장에 들고 가는 문법 총정리'와 '빈출 동의어 리스트'라는 부록 자료를 제공하여 시험 직전 마지막 정리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문법 총정리는 출제 유형별로 기출 공식과 정답의 단서를 정리해 놓아, 시험 전날 혹은 당일 아침에 빠르게 복습할 수 있다. 동의어 리스트 역시 독해 및 어휘 영역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의어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아, 마지막 순간까지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독학의 한계를 느낄 때, 전문가의 도움은 큰 힘이 된다. 이 교재는 시원스쿨LAB을 통해 지텔프 전문 서민지 강사의 이론 및 해설 강의를 제공하여, 학습자가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물론 이 강의는 유료이지만,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어려운 부분이나 더 깊이 있는 설명이 필요한 영역에 집중하여 수강한다면,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재의 구성과 특징을 살펴보면서, 나는 내게 맞는 학습 전략을 수립해 보았다. 먼저 10일 완성 플랜에 따라 매일 일정량의 학습을 진행하되, 나의 강점과 약점에 따라 시간 배분을 조정할 계획이다. 문법이 약하다면 문법 파트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고, 청취가 약하다면 제공되는 음원을 반복해서 들으며 약점을 보완할 것이다. 또한 QR코드 특강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직접 설명을 들으면 교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묘한 뉘앙스나 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휘 학습은 매일 꾸준히 진행하되, 단순 암기를 넘어 문장 속에서 활용하는 연습을 병행할 계획이다. 제공되는 어휘 시험지를 활용하여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잊혀진 단어는 다시 복습하는 사이클을 만들 것이다. 시험 직전에는 제공되는 부록 자료를 활용하여 핵심 내용을 빠르게 복습할 것이다. 특히 문법 총정리는 시험 전날 밤과 당일 아침에 반드시 한 번씩 읽어볼 예정이다.

효율적인 영어 학습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안내서처럼 느껴진다. 체계적인 구성, 최신 기출문제의 활용, QR코드 특강, 어휘 학습 전략, 부록 자료 등 다양한 장점을 통해 학습자가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어떤 교재도 학습자의 노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교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이 교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10일 동안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목표 점수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텔프 시험을 앞둔 많은 이들에게 이 교재가 목표 달성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 같다. 효율적인 학습 전략과 체계적인 자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한다면, 원하는 점수는 분명 손에 닿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의 독서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만화책이었다. 처음 표지를 보았을 때, 그 차분한 그림체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소심한 질문이 내 마음에 살짝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 세대의 많은 이들이 묻고 있는, 혹은 묻지 못하고 있는 그 질문 말이다. 캥거루족.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웃었다. 알고 보면 내 이야기였다. 부모님 집에 살면서 독립하지 못한 성인을 일컫는 이 단어는, 때로는 비난처럼, 때로는 자조적인 유머처럼 우리 세대를 따라다닌다.

만화 속 주인공 '구희'는 그런 캥거루족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30대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사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묘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래서 조금은 덜 외로운 연대감 같은 것이었을까. "독립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일까?" 경제적 독립, 정서적 독립,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자아의 독립까지. 작가가 말했듯 "내가 나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 우리 세대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 끝없는 경쟁... 독립을 꿈꾸어도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자문한다. "지금의 선택이 맞는 걸까?" 만화 속에서 '구희'가 겪는 내적 갈등은 놀랍도록 익숙했다. 가족의 품 안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독립에 대한 열망 사이의 줄다리기. 부모님의 기대와 나의 현실 사이의 간극. 그리고 '어른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검열.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만화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삶의 정답은 없다는,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조각보'에 비유한 부분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얼기설기한 패턴들. 그것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하나의 삶을 이룬다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나 역시 내 삶을 조각보처럼 꿰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어설프게, 때로는 용감하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색과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은 어딘가 위안이 된다.

이 만화의 또 다른 매력은 가족 관계에 대한 섬세한 묘사다. 우리가 독립을 꿈꾸면서도 가족에게 의지하는 양가적 감정, 부모님이 자식을 향해 품는 복잡한 사랑과 기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빚어내는 미묘한 긴장감까지. "그래도 가족이라는 사랑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때로는 독립의 걸림돌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가장 강력한 지지대가 된다는 역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 실패해도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 그것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의 초상화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청년들이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독립과 의존 사이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안전과 모험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 버거운 현실 속에서도 작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 조각보가 돛이 되어 우리를 더 나은 미래에 데려다줄지도 모르니까요!" 이 문장에서 나는 작가의 따뜻한 응원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독립'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독립이란 꼭 집을 나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스스로의 행복을 가꾸어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갖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조금씩 독립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뒤로 물러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만화를 덮으며, 나는 문득 내 자신의 조각보를 상상해본다. 어떤 색과 무늬로 채워져 있을까?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그것이 바로 삶의 묘미가 아닐까. 계속해서 새로운 천 조각을 더하고, 때로는 뜯어내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 책은 그런 과정에 대한 따뜻한 응원이자 위로다. 정답은 없다. 다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면 된다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우리만의 조각보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오늘밤, 나는 내 조각보에 또 하나의 천 조각을 더한다. 그것은 바로 이 만화책을 읽으며 느낀 공감과 위로, 그리고 작은 용기다. 비록 미약할지라도, 이러한 조각들이 모여 언젠가는 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돛이 되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