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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다! - DJ 래피의 인생수업 70
DJ 래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끔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왜 움직이는지는 모르는 채, 정해진 길 위에서 방향을 잃은 듯 살아간다. 정답을 향해 달리지만 그 정답이 무엇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그런 날엔 멈추는 것이 오히려 용기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고요해질 때, 그제야 들리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이 삶이 내게 가르쳐주려는 것은 무엇인가. 인생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한 페이지의 교과서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배워가는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소유했는가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하루를 살아냈는가이다. <배우다!>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에서도 우리는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저자의 인생수업 70은 흥미롭다... 저자는 어디서 어떤 것을 배우고 또 기억하고 있을까?
처음엔 실패가 두려웠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었고, 넘어지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실패는 나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넓게 바라보게 하는 창이란 것을. 무대 위에서 내려온 후에야 나는 객석의 온기를 느꼈고, 넘어진 자리에서야 땅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알게 되었다. 오히려 실패가 나를 지탱해 주었다. 그 순간들이 나를 인간답게 만들었고, 그 아픔이 내 안에 새로운 눈을 띄워주었다. 후회하고, 다시 시작하고, 또다시 멈춰서며 나는 천천히 나를 알아갔다. 때론 눈물로 얼룩진 밤이, 가장 깊은 통찰을 안겨주었고, 그 통찰이 내가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었다. 삶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지가 아니라, 계속해서 질문을 바꾸는 여정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잘 맞히는 것이 아니라, 잘 질문하는 것이다. 내 삶에 대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가는 과정 속에 나는 조금씩 진짜 나로 자라가고 있었다.
자연을 바라보면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나무는 서로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도 숲을 이룬다. 햇살은 그 틈을 지나며 생명을 틔우고, 바람은 모든 것의 틈새를 지나간다. 관계도 그러하다. 우리는 너무 자주,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거리에서 피어난다. 억지로 같은 걸 보게 하거나 같은 속도로 걷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걸 보는 걸 허락하고, 서로 다른 걸음으로도 함께 걷는 것이다. 고양이가 자신의 공간을 지키듯, 인간도 저마다의 울타리를 지니고 살아간다. 그 울타리를 존중해주는 것이 곧 사랑이며, 공존의 시작이다. 관계 속에서 배운 것은, 나를 너무 작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조건 맞춰주기보다는, 나답게 존재하면서도 함께 어우러지는 법.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래서 아름답다. 누군가와 다르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나는 다시 자연을 떠올린다. 제각기 다른 나무가 숲을 이루듯, 다름은 조화를 이루는 전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시간표로 살아간다. 내 시계가 조금 느리다고, 혹은 너무 빠르다고 해서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 계절이 순서를 지키듯, 나에게도 내가 피어날 계절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우리는 말로 서로를 연결한다. 말은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벽을 세우기도 한다. 한마디의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빛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그림자가 된다. 나는 이제 내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더 조심하게 되고, 더 따뜻하게 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괜찮다고, 수고했다고, 오늘도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그런 말이 쌓여 나를 안아주고, 다시 한 걸음 내딛게 해준다. 결국 우리는 자신에게 건네는 말로 하루를 견뎌내는 것이다. 스스로를 향한 말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소리다. 그 소리가 따뜻할수록 삶은 덜 외로워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말을 듣는다. 칭찬도, 질책도, 충고도, 오해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모든 소리들 속에서도 나 자신을 향한 목소리를 지켜내는 일이다. 나는 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 그것이 삶의 모양을 결정한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행동을 요구한다.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위대한 일은 멀리 있지 않다. 10분 일찍 눈을 뜨는 것, 한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내는 것. 그런 사소한 실천들이 우리의 삶을 바꿔간다. 많은 이들이 중간에 포기하지만, 끝까지 가는 사람은 결국 해낸다. 천천히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계속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완벽을 꿈꾸지 않는다. 대신 진심을 담고 싶고,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나를 믿고 싶다. 완벽한 날보다 진심을 다한 날이 더 소중하고, 멋진 계획보다 작은 실천이 더 멀리 간다. 삶은 일종의 습관이다. 내가 반복해서 하는 것이 결국 나를 만든다. 그러니 오늘 하루가 중요하고,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도, 나에게는 삶의 태도가 될 수 있다. 의미는 크기에 있지 않고, 마음의 무게에 있다. 그리고 그 무게는 내가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책상에 앉듯 하루를 마주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진심을 다해 살아낸 하루. 그 하루가 쌓여 내가 된다. 실수해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 우리는 모두 배우는 중이니까. 인생은 끝없는 수업이다. 그리고 그 수업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답게 자라고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고, 조금 더 남을 배려하고, 조금 더 삶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