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X수학 - 야구로 배우는 재미있는 수학 공부
류선규.홍석만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에 재미있는 야구 관람이 가능하게 한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류선규, 홍석만님의 <야구X수학>이었다. 때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놀랍도록 논리적이고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 그 안에서 야구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 하나의 ‘지적 탐험’으로 확장하는 책인 것 같다. ^.^

야구장의 마운드 위에서 공이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기까지, 그 찰나의 순간에도 수학은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 나는 야구를 사랑한다. 동시에 수학을 흥미롭게 즐긴다. 이 둘은 언뜻 보기엔 거리가 먼 세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야구 경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숨겨진 수학의 언어가 넘실거린다. 그리고 그 언어를 이해하는 순간, 야구는 더 깊이 있는 스포츠로 다가온다. 이 글은 야구의 다양한 장면 속에서 작동하는 수학의 원리를 들여다보며, 그로부터 얻는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우리는 '타율'이라는 통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안타 수를 타수로 나눈 값이라기보다는, 이 수치는 타자의 기량을 정량화한 지표다. 예를 들어, 0.300의 타율은 10번 타석에 서면 3번은 안타를 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수치의 해석은 단순한 평균을 넘는다. 확률과 기대값의 개념이 이 지표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자의 활약을 예측하거나 전략을 세울 때, 이 수치는 근거가 된다. 때론 이 수치를 중심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순간도 온다. 결국 타율은 수학적으로 추론된 미래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도구인 셈이다.

투수의 세밀한 제구력 또한 수학의 영향을 받는다.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 타자의 선호 존, 그리고 투수가 던지는 공의 각도와 속도는 모두 물리학적 궤적과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 가능하다. 공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회전력과 중력, 공기저항을 받아 휘어지고 떨어진다. 커브볼의 궤적이나 슬라이더의 각도는 함수의 곡선처럼 예측할 수 있고, 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학적 시뮬레이션으로 재현된다. 투수는 그 결과물을 몸으로 구현하는 사람이다. 또한, 야구는 끊임없이 확률 게임을 반복하는 스포츠다. 1사 2루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할지, 강공을 할지 결정하는 감독의 선택은 단순한 직감이 아니다. 그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상황에서의 기대득점(Expected Runs)을 분석한다. 여기에는 통계학의 개념이 녹아들어 있다. 기대득점이라는 개념은 각 상황에 따라 평균적으로 몇 점을 낼 수 있는지를 계산한 것이다. 그리고 이 수치를 바탕으로 전략은 세워진다. 수학이 전략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이다.

수학은 야구의 룰을 형성하기도 한다. 야구의 이닝 수, 아웃 카운트, 베이스 숫자 모두 수학적 패턴을 가진다. 3 스트라이크 아웃, 3 아웃 체인지, 9 이닝 경기 등 3의 배수는 야구 규칙의 근간을 이룬다. 왜 하필 '3'일까? 여러 가설이 있지만,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적절한 반복 수이자, 게임의 리듬을 만들기에 적합한 수라고 한다. 이처럼 수학적 수치는 야구의 구조를 형성하며, 그 흐름에 질서를 부여한다. 야구 기록 분석 분야, 흔히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 불리는 이 영역은 수학의 꽃이 피는 공간이다. 타자의 OPS(On-base Plus Slugging), 투수의 WHIP(Walks plus Hits per Inning Pitched), WAR(Wins Above Replacement) 등은 단순한 누적 기록을 넘어 복합적인 수학 계산의 산물이다. 이 지표들은 단순히 잘하고 있는 선수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팀 전력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수 기용과 트레이드를 결정짓는 근거가 된다. 나아가 선수의 미래 성적을 예측하기 위한 회귀분석, 시뮬레이션, 머신러닝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야구의 스코어보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숫자 배열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계산이 응축돼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의 수, 삼진의 비율, 주자의 도루 성공률, 수비수의 범위 등 각각의 수치는 경기를 예측하고 해석하는 열쇠가 된다. 특히 득점권 타율(RISP)은 단순한 타율보다도 경기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클러치 히터를 식별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수학은 '누구를 믿을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경기의 흐름은 통계적 분석을 통해 예측되기도 한다. 어느 이닝에서 점수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가, 어떤 투수가 후반에 약세를 보이는가 등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처럼 반복적 확률 모델을 통해 예측된다. 이는 단순한 팬의 예상을 넘어, 실제 구단 전략에도 반영된다. AI와 빅데이터의 발전은 이러한 분석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결국 미래의 야구는 수학과 과학, 기술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전장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수학이 야구의 재미를 빼앗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은 야구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예측의 즐거움을 준다. 오늘 어떤 선수가 활약할까, 이 투수는 언제 교체될까, 이 상황에서의 승산은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을 수학적 근거로 풀어내는 과정은 나에게 하나의 놀이이자 탐험이다. 야구는 감정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박수치고, 환호하며, 때론 울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감정은 수학이라는 틀 안에서 더욱 뚜렷하게 빛난다. 누구보다 낮은 확률을 뚫고 터진 홈런, 도루 성공률이 낮은 선수가 성공시킨 기습 도루, 모든 확률을 거스른 역전승. 그 순간 우리는 수학이 예외를 허용하는 세계임을 느낀다. 그 예외가 있기에 야구는 더욱 아름답다. 야구는 필드 위에서의 경쟁일 뿐 아니라, 숫자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나는 이 숫자들이 주는 정직함, 그리고 예외를 뚫고 일어나는 드라마를 사랑한다. 수학은 야구의 숨겨진 이야기꾼이다. 그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우리는 더 풍성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여정 속에서 나는 야구를, 그리고 수학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처의 인생 수업 - 살아갈 힘을 주는 불교의 가르침 메이트북스 클래식 22
석가모니 지음, 강현규 엮음, 김익성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질문과 마주한다. 때로는 아주 조용한 밤, 때로는 지치고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삶은 왜 이토록 힘겨운가?”, “행복은 대체 어디에 숨었는가?” 정답이 없는 이 질문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다 썰물처럼 사라지고, 다시 어느 순간 우리를 덮친다. 누군가는 철학으로 이 질문에 답하려 하고, 누군가는 종교의 품 안에서 위로를 찾는다. 또 누군가는 침묵과 체념으로 그 물음에 응답한다. 그러나 약 2,500년 전, 한 사람은 이 삶의 근원적인 고통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다. 그는 귀족으로 태어났으나, 궁궐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진정한 평온을 얻지 못했고,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 앞에 고개를 떨궜다. 병든 자, 늙은 자, 죽은 자를 마주하고 그는 깨달았다. 인간은 살아가는 한 누구도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길을 나섰다. 오랜 고행 끝에 그는 나무 아래에서 마침내 ‘깨달음’에 이르렀다. 그가 바로 붓다, 즉 ‘깨달은 자’, 부처다.

부처의 가르침은 특정 종교의 교리로 이해되기보다,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저한 성찰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지식을 쌓는 공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존적인 수업이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그 가르침 앞에 선다면, 그것은 종교적 믿음을 넘어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깊은 질문과 마주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부처의 인생 수업은 단호한 명령이나 교조적인 진술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조용한 강물이 흘러가듯, 부드럽고 담담한 어조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 말들은 오랜 세월을 건너 오늘 우리 앞에 도달하여, 삶의 소란과 혼란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이 글은 그러한 부처의 인생 수업을 따라, 괴로움의 뿌리와 해탈의 길, 그리고 참된 자유에 이르는 여정을 감성적으로 되짚어보는 시도다. 그것은 우리 내면의 괴로움과 슬픔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속삭이는 이야기다.

부처는 삶의 본질을 단호하게 선언했다. “삶은 괴로움이다.” 이 말은 비관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깊은 연민에서 비롯된 통찰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괴로움은 단지 육체의 고통이나 일시적인 슬픔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느끼는 좌절, 아무리 채워도 허기지는 마음,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갈등, 시간이 모든 것을 앗아가며 남기는 공허함까지를 포함한다. 부처는 이 괴로움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깊이 성찰했다. 그리고 그 뿌리가 ‘무지(無知)’에 있다고 보았다. 무지란 정보 부족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본질에 대한 무지, 무상함과 무아(無我)를 이해하지 못하고, 영원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뜻한다. 이 무지로 인해 우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불을 피우고, 그 불길은 우리 삶을 끊임없이 태운다.

“더 가지고 싶다”는 갈증,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다”는 비교심, “지금 여기를 견디지 못하는 불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SNS의 타임라인을 넘기며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괜히 허무해진다. 마치 끝없이 물을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사막 속에 놓인 느낌. 부처는 이 마음의 갈증이야말로, 괴로움의 본질이라 했다. 그러나 그는 단지 고통을 말하지 않았다.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팔정도(八正道)를 제시했다. 그 길은 어떤 신비주의나 기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실천적 삶이다.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노력, 바른 집중 등. 이는 우리 삶의 구체적인 태도에 관한 것이며, 철저한 ‘생활의 수행’이다. 부처는 말했다. “노새도, 코끼리도 길들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을 길들이는 자가 가장 훌륭하다.”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은,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며, 분노와 시기의 순간에 스스로를 멈추게 하는 일이다. 그것은 지극히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위대한 훈련이다.

​또한 부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괴로움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보여주었다. 비교, 시기, 분노, 험담, 억울함, 상처. 우리는 타인을 통해 기쁨을 얻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도 타인을 통해 얻는다. 그럴 때 부처는 말한다. “남의 허물을 찾지 말라. 자신의 허물을 먼저 보라.” 이 말은 우리에게 칼날을 거두고 거울을 들라고 조용히 권유한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괴로움 앞에서도, 부처는 고요함을 가르친다. 애통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삶의 덧없음을 되새기며 지금 여기를 더욱 단단히 살아가도록 한다. 그것은 사랑했던 이와의 이별 앞에서 허무에 빠지기보다, 그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함을 깨닫는 감사의 마음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부처의 가르침은 괴로움의 회피가 아니라, 그것을 끌어안고 이해하며, 그 너머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연민의 언어’다.

부처의 인생 수업은 거대한 철학 체계이기보다, 오히려 삶의 매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이다. 그 조언은 결코 무겁거나 엄숙하지 않다. 오히려 담백하고 따뜻하다. 그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고독을 찬미하는 문장이 아니라,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중심을 지닌 삶을 살아가라는 고요한 권유다. 그것은 자유롭고, 의연하며,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가라는 다짐과도 같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괴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그 괴로움은 사랑하는 이의 부재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일 수도 있으며, 혹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상실일 수도 있다. 그때, 부처의 인생 수업은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와 속삭인다. “집착을 내려놓으라. 욕망을 따라가지 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라. 너 자신을 잘 길들여라.” 이것은 결코 과거의 가르침이 아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오늘의 우리에게, 이보다 더 실질적인 조언은 없을 것이다.


삶은 괴로움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을 껴안고, 이해하고,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면, 그 자체로 우리는 부처의 제자가 된다. 부처의 인생 수업은 언제나 말한다. “괴로움을 넘어서려는 당신의 길 위에, 고요한 빛이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내면에 지니고 있었던 가장 깊은 자비와 연민의 빛일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하다요 JLPT N1 한 권 스피드 합격 - 최신경향 종합서 합격까지 30일 완성! 기출단어, 기출문법 완벽 정리 + JLPT N1 D-30일 체크북 + 실전모의고사 수록 + 복습용 무료 MP3 5종 유하다요 JLPT 한 권 스피드 합격
유하다요컨텐츠개발팀 지음 / 유하다요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JLPT N2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N1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N2를 통해 나는 일상 대화와 기본적인 비즈니스 상황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N1은 그보다 더 높은 사고력과 문맥 파악 능력을 요구한다. 실제로 신문 사설, 학술적 글,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는 회화 등 보다 복잡한 정보 구조를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N1은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라, 언어적 성숙함을 향한 하나의 여정이자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그 준비 과정에서 나는 유하다요컨텐츠개발팀의 신간, <유하다요 JLPT N1 한 권 스피드 합격>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문제풀이 위주의 교재가 아니라, 마치 실전 언어 훈련소처럼 언어의 맥락과 구조를 정교하게 짚어주며, N1에 필요한 감각을 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치 거울을 통해 나의 일본어 실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느낌이다. 일본어 학습에 있어 ‘속도’보다는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며, 이 책을 통해 나는 보다 체계적이고 감각적인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JLPT N1을 준비하며 변화해가는 내 내면의 풍경을 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

택배 상자를 뜯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살짝 떨렸어요. 묵직한 그 무게와 두툼한 두께가 말없이 전하는 압박감 때문이었죠. "내가 과연 이걸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그런 불안이 스치듯 지나갔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두꺼운 책을 보면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게 되거든요. 왠지 모르게, 그 안에 빽빽이 채워진 글자들이 나를 압도할 것만 같은 느낌. 특히나 JLPT N1이라는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그 무게감은 더더욱 크게 다가오겠죠. 하지만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그 불안은 놀랍게도 설렘으로 바뀌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마치 누군가 제 옆에 앉아서 조용히, 하지만 친절하게 "괜찮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해낼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그 따뜻한 느낌이, 바로 이 책이 가진 힘이죠.


『JLPT N1 한 권 스피드 합격』은 정보만를 모아둔 수험서가 아니에요. 이 책은 누군가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직접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합격을 위한 로드맵'이에요. 저는 그 로드맵 위에 제 작은 발걸음을 올려놓는 순간,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어요. 혼자 공부한다고 해서, 혼자 고민하고 외로워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알려주어요.

사실, 일본어 능력시험 N1을 준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휘도, 문법도, 독해와 청해도 모두 고난도이고, 요구되는 일본어 실력은 '학습자'라기보다는 '준전문가' 수준에 가까워요. 그래서 저처럼 독학으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N1이라는 목표가 현실보다 이상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이 책을 펼치면서 저는 처음으로 "이걸 진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단지 책의 구성이 체계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배려와 의도가 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이 책을 만든 사람은 분명 저처럼 불안한 수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도움을 한 권에 담아주려 애쓴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죠.


처음 유하다요 『JLPT N1 한 권 스피드 합격』 교재를 마주했을 때, ‘과연 이 책 한 권으로 N1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JLPT N1은 일본어 능력 시험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만큼 요구되는 어휘 수준, 문법 이해도, 독해 능력, 청해 능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단어장은 따로, 문법서는 따로, 독해 문제집과 청해용 교재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눈길을 끌었다. 교재를 펼쳐보자마자 놀란 건, 나열식의 구성이 아닌 체계적인 분류와 학습자의 동선을 고려한 흐름이다. 마치 경험 많은 선생님이 “자, 오늘은 여기부터 시작해볼까요?” 하고 친절하게 이끌어주는 기분이 들어요. 특히 첫 장에 제시된 30일과 60일의 학습 플랜은 공부의 전반적인 흐름을 한눈에 보여줘 막막함을 없애준다. 저는 그중에서도 60일 플랜을 택했어요. 직장 생활과 병행해야 했기에 하루에 할 수 있는 분량이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꾸준함을 유지하고 싶거든요.


매일의 학습 계획은 어휘와 문법, 짧은 독해 연습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하루치 분량이 과하지 않게 조절되어 있어 부담 없이 꾸준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작은 성취감'을 매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학습 분량을 마칠 때마다 체크할 수 있는 란과 복습 코너가 있어, 공부가 점점 습관이 되어가는 걸 스스로도 느낄 수 있다. 문법 파트는 특히 인상적이다. N1에서 자주 출제되는 고난도 문법 항목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헷갈리는 표현을 유사한 문법과 비교해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かのようだ」와 「〜かと思うほど」처럼 비슷하지만 용법이 다른 표현들이 나란히 제시되고, 각각의 미묘한 뉘앙스를 명쾌하게 짚어주어 머릿속에서 개념이 착착 정리되는 경험을 한다.


어휘 파트 역시 최신 기출 경향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2024년까지의 출제 경향을 기반으로 한 연도별 단어 정리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이 단어, 진짜 시험에 나올 수도 있겠다'는 실전 감각을 자극해준다. 자주 출제되는 단어는 따로 강조되어 있고, 관련 단어군도 함께 정리되어 있어 어휘력이 넓고 깊게 확장된다. 단어를 그냥 외우는 것이 아니라 문맥 속에서 이해하고 쓰임을 체화할 수 있도록 예문과 함께 제공된 점도 좋다.

독해 파트는 실제 시험과 유사한 난이도의 지문들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유형의 문제가 골고루 실려 있어 실전 감각을 기르기에 적절하다. 특히 긴 지문을 읽고 핵심 내용을 요약하거나, 함축적 표현을 파악하는 문제들은 독해력을 넘어서 사고력까지 요구하는데, 이 교재는 그에 맞는 충분한 연습 기회를 제공해준다.


청해 파트는 복습용 MP3 파일이 제공되어 학습 효율을 높여준다. 음원은 상황별,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고, 일본 원어민의 발음을 기반으로 녹음되어 있어 실제 시험장에서 들리는 청해 음성과 매우 유사하다. 저는 출퇴근 시간에 이 음원을 반복 청취하며 자연스럽게 청해 감각을 익힐 수 예정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탄했던 부분은 ‘D-30 체크북’이라는 부록이다. 시험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밀려올 때, 이 체크북은 핵심 포인트만을 간결하게 정리한 요약본처럼 유용할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표이자 마지막 점검표”라고 생각하면 딱 맞는 설명일 거예요.

책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유하다요의 인강과 연계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적인 강점이다. 책에서 잘 이해되지 않았던 문법 표현이나 독해 지문을 인강을 통해 다시 들으니, 눈으로만 공부할 때보다 훨씬 명확하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원어민 선생님의 설명은 일본어 문장 속 뉘앙스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문법 포인트가 또렷하게 정리된다. 인강은 설명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학습 미션 수행을 통해 수강료를 환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어요. 이런 제도는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스스로 책임지고 끝까지 해보자’는 각오를 다지게 해줄거예요. 공부를 하다 보면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교재 곳곳에 배치된 응원의 문구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며 느껴지는 성취감은 무너지지 않게 저를 붙잡아줄 것이다. 책은 저에게는 도전의 여정에서 가장 든든한 동반자고, 끝없이 반복되는 암기와 연습 속에서도 ‘의미’를 잃지 않도록 이끌어준 조용한 친구다. 문장을 이해하고, 문법을 정리하며, 단어를 외우는 시간들이 어느새 즐겁고 의미 있는 ‘여정’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찾아보니 유하다요의 내용 중에서 많은 내용 들이 적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노력을 들인 만큼, 실전 문제를 적중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JLPT N1에 합격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내가 시험볼때도 많은 문제가 적중했으면 좋겠다. ^.^

JLPT N1을 준비하는 여정은 마치 산 하나를 오르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저 멀리 봉우리가 보이지도 않고, 중간중간 헛디뎌 넘어지기도 하며, 때로는 제자리에 멈춰버리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것은, 단단히 쥔 『JLPT N1 한 권 스피드 합격』이라는 지도 한 장일 것이다. 공부는 원래 혼자 하는 것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치고 하루하루 함께하다 보면, 그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괜찮아, 네가 가는 길이 맞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따뜻한 설계, 잘 짜인 학습 플랜 속에서 혼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들이 때문이다.


60일, 어쩌면 인생의 긴 흐름 속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이겠지요. 하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일본어 실력뿐만 아니라,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힘, 지치지 않고 천천히 가는 법, 그리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배울 것이다. 책은 말이 없었만, 그 안에는 ‘괜찮아,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응원이 있다. 무수히 많은 예문과 해설 속에는 시험이라는 벽을 넘기 위한 설계자의 섬세한 배려가 담겨 있고, 반복되는 복습과 확인 문제는 ‘포기하지 마,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무언의 격려가 되어준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JLPT N1이라는 높은 산을 앞두고 있다. 저는 조용히 이 책 한 권을 건네고 싶네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니에요. 이 책과 함께라면, 끝까지 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는 자신은, 지금보다 훨씬 단단하고 빛나는 사람일 것이에요 ^.^

#유하다요 #JLPT_N1 #일본어능력시험 #한권스피드합격 #유하다요컨텐츠개발팀 #전유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릴적에 본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많은 이들에게 모험과 탐험의 낭만을 선사하며, 고고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는 고대 유물을 찾아 나서는 모험가로 등장하며, 고고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현대 사회에서 고고학의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많은 화두를 남긴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고대 유물을 찾아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다양한 위험과 모험을 겪는데, 영화는 이를 통해 고고학을 매우 흥미롭고 스릴 넘치는 분야로 묘사하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전설적인 유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예를 들어, 성배, 언약궤 등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유물들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여, 많은 이들에게 고고학 유물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며, 이를 보호하고 지키려는 인디아나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영화에서는 가상의 외국의 유물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유구한 역사와 유물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나라 유물 내지는 고고학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삼국시대 전 고대 가야에 대한 역사와 유적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 것이 아쉬웠었다. 이번에 우리나라 대가야의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그 유물과 의미를 알아 볼 수 있게 여행을 안내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황윤님의 <일상이 고고학 : 나혼자 대가야 여행>이었다. 우리나라 고대 대가야 문명과 유적지 그리고 역사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그동안 영화나 소설로만 알고 있었던 대가야의 실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책 한 권이 내 안의 풍경을 바꾸었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이라는 다소 조용한 제목의 책은 처음엔 지역 역사 가이드북처럼 보였다. 그러나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나는 이내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지 유적을 나열하거나 과거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 책은 ‘시간’이라는 낡은 숲에 직접 들어가, ‘흙’이라는 고요한 언어를 통해 ‘기억’을 걷는 여정이다. 가야. 그중에서도 대가야. 우리는 보통 한반도 고대사를 ‘삼국시대’로 배웠다. 고구려, 백제, 신라.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는 ‘사국시대’라는 또 다른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대가야는 결코 주변부가 아니었다. 고분군과 무덤 속 유물, 금세공품과 순장의 기록을 통해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우리 또한 이 땅의 주체였노라고. 내가 대가야의 흙을 직접 밟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그 흙의 온도와 냄새, 침묵 속 기억을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이제 이 책이 들려준 유적의 이야기, 사라진 듯하지만 강하게 남은 제국의 흔적들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려 한다.

​책의 첫 여정은 합천 해인사에서 시작된다. 불교의 깊은 숨결이 서린 해인사에서 시작해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으로 이어지는 길. 나는 그 길을 상상했다. 팔만대장경이 담고 있는 정신의 무게와, 그 곁에 흐르고 있는 대가야의 묻힌 기억. 이 둘은 결코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었다. 지산동 고분 그것은 ‘대가야’라는 이름을 흙으로 새긴 거대한 언어였다. 높은 언덕을 따라 길게 뻗은 능선 위, 크고 작은 봉토들이 줄지어 있는 그 풍경을 책 속에서 보며 나는 문득 압도당했다. 이곳에 묻힌 사람들은 단지 왕족이 아니라, ‘국가’를 이끈 존재들이었다. 각 고분은 죽음의 기념물이 아니라, 한 시기의 정치와 문화, 사람의 욕망과 애도의 방식이 새겨진 역사서였다. 무엇보다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순장’의 흔적이었다. 수십 명의 순장자가 함께 묻힌 고분. 과장이나 허구가 아닌, 실제 발굴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라는 점에서 나는 역사와 인간의 잔혹한 동시에 경건한 이중성을 떠올렸다. 한 사람이 죽으면 함께 생을 마감한 수많은 이들. 이 얼마나 절대적인 권력이며, 또한 절대적인 믿음인가.

고령의 대가야박물관과 옥전 고분군, 진주와 함안, 말이산 고분을 따라 책은 나를 이끌었다. 각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과거의 물건’이 아니라, 대가야 사람들의 생활과 예술, 외교와 정신을 담은 조각들이었다. 나는 책장을 넘길수록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흙과 뼈가 이야기하는 말 없는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과의 관계였다. 근대 일본인 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을 증명하고자 가야 고분을 탐사하였지만, 정작 그 안에서는 일본 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가야 고유의 유물들이 쏟아졌다는 아이러니. 심지어 일본에서 대가야 금세공품이 출토된 사실은, 오히려 ‘가야에서 일본으로’ 흐른 문화적 역전의 흔적이었다. 단군 신화와 대가야 신화가 일본 천황가의 신화와 유사하다는 부분은 흥미로움을 넘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반도의 문화적 파급력’을 떠올리게 했다.

...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나는 마음속에서 고분들을 거닐고 있었다. 해인사의 아침 안개 속을 걷고, 고령의 박물관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순장자의 무덤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책은 흙의 기록을 읽는 하나의 감각이고, 사라진 역사를 복원하려는 조심스러운 시도였으며, 한 개인이 역사와 마주하는 순간의 진실한 감정이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강자’의 서사로만 읽는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약해 보였던 존재도 한 시대를 이끌 수 있고, 지워졌던 기억도 다시 불릴 수 있다고. 나는 이제 ‘대가야’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그 이름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부르고 싶어진다. 나는 책을 다 읽은 뒤 조용히 지도를 펴보았다. 합천에서 고령, 함안, 창녕, 진주까지. 그 고분의 궤적을 따라 언젠가는 걸어보고 싶다. 이 책이 그 길 위에 놓은 등불처럼 나를 이끌어 줄 것이다. 그러니 다음엔 책장이 아닌 발걸음으로 대가야를 읽고 싶다. 어쩌면, 그 흙 위에 선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진은 대지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경고와 같다.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이 자연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분출되며 세상을 흔들어 놓는다. 우리는 이를 재난이라 부르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가 살아 움직인다는 증거이자, 인간이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자연의 복잡성과 역동성이 숨어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많은 이들이 지진에 대한 공포와 동시에 과학적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어디서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가?’, ‘한반도는 안전한가?’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고, 이는 재난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사회적·윤리적 질문을 동반하는 통합적 문제임을 보여주었다. 이번에 대학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지진의 과학에 대해 총 정리하여 깊이있게 설명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홍태경님의 <지진의 과학>이었다. 저자는 지진의 과학적 원리에서부터 인간 활동이 지진에 미치는 영향, 한반도와 일본 지역의 지진 특성, 그리고 미래의 지진 예측과 대응까지, 지진을 둘러싼 다층적 구조를 다각도로 이야기 하고 있다. ^.^

지진은 지구 내부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갑작스럽게 방출되면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의 내부 구조와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는 크게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각은 여러 개의 거대한 암석판, 즉 ‘판(plate)’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판들은 지각과 상부 맨틀로 이루어진 암석권(lithosphere)을 구성하며, 그 아래의 점성 있는 연약권(asthenosphere) 위를 매우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판의 이동은 맨틀 대류, 중력, 해령에서의 신생 지각 생성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판과 판이 서로 충돌하거나, 멀어지거나, 서로 엇갈리며 마찰을 일으킨다. 판들이 이러한 경계에서 축적한 응력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마침내 갑작스러운 단층 운동으로 방출되며 지진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에너지는 지진파(seismic wave)의 형태로 지각을 따라 퍼지며, 우리가 흔들림으로 인식하는 진동을 만든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내용들도 있어 반가웠다. ^.^

지진의 감지와 분석은 매우 정교한 관측 기술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대에는 사람들의 체감이나 물체의 흔들림으로 지진을 인지했지만, 현대에는 고감도 지진계(seismometer)와 지진관측소망이 전 세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어 실시간으로 지진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지진계는 지반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지반이 흔들릴 때, 고정된 질량이 관성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남게 되고, 이에 따라 프레임이 움직이면서 상대적인 이동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 운동은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어 진폭, 주기, 도달 시간 등의 정보를 기록한다. 고성능 디지털 지진계는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빠르게 분석할 수 있어, 지진의 진원지, 발생 시간, 규모 등을 수 분 내로 추정할 수 있다. 관측 네트워크는 각국의 기상청이나 지진연구소에 의해 운영된다. 일본의 경우, 전국에 4,000개 이상의 지진계가 설치되어 있으며, 정밀한 진도 측정과 조기경보 시스템을 가능케 한다. 한국 역시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지진 관측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민간 및 학술기관과 협력하여 지진 감지 센서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스마트폰 앱은 지진파의 도달을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알리기도 한다.

지진은 지각의 흔들림을 넘어선, 거대한 자연 재난이다. 강진이 발생하면 도심의 빌딩이 무너지고, 교통망이 마비되며, 화재와 쓰나미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2011년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하며 쓰나미로 이어졌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일으켰다. 이는 지진이 단지 ‘흔들리는 땅’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넘어, 수많은 생명과 환경, 국가의 시스템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인프라가 붕괴되고,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와 이재민의 생활 재건 문제가 장기화되며, 경제 전반이 큰 충격을 받는다. 특히 도시화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지진 대응은 단순한 구조 작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문제로 확장된다.

한반도는 지진 발생이 일본이나 태평양 화산대(‘불의 고리’) 지역에 비해 적지만, 결코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은 국내에서도 인명 피해와 함께 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특히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며 ‘촉발 지진(induced earthquake)’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로, 판의 경계가 여러 개 중첩되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로 인해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은 세계 최고의 지진 연구 및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조기경보 시스템, 지진 대응 교육, 내진 설계 기준 등이 생활 깊숙이 적용되어 있다. 한반도와 일본의 차이는 지진 발생 빈도와 강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대응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지진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과학적 데이터 축적과 시민 교육, 내진 설계 확산 등의 분야에서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얼마전 미얀마에서 엄청난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은 인류 문명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거대한 시험대인 것이다.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지속적인 관측과 연구를 통해 위험 지역을 파악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교육과 훈련, 정책과 기술을 통합해 나간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