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은 '장소가 힘을 갖는다'는 생각이다. 풍수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와는 별개로, 특정한 장소가 특정한 감정과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으로 안다. 산속 계곡에 있을 때와 도심 빌딩 숲에 있을 때 느껴지는 기분은 분명히 다르다. 어떤 집은 들어서는 순간 편안함을 주고, 어떤 공간은 이유 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현대 건축과 도시계획도 이런 장소의 힘을 인정한다. 채광, 통풍, 조망권, 녹지율 같은 개념들은 결국 사람이 특정 환경에서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풍수가 말하는 '배산임수'는 이런 환경심리학적 원리를 수천 년 전에 이미 직관적으로 파악한 것일 수 있다. 등 뒤에 산이 있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앞에 물이 있으면 시야가 트여 개방감을 준다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관찰이다. 문제는 이를 개인의 운명이나 국가의 흥망과 직결시킬 때 발생한다. 청와대 터가 명당이 아니어서 대통령들이 불행했다는 주장, 삼성 창업주 묘의 위치가 그룹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분석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정치적 판단, 시대적 상황, 우연한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재벌의 흥망도 경영 전략, 기술 혁신,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수가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쩌면 좋은 환경이 심리적 안정을 주고, 그것이 더 나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성공 확률을 높이는 간접적 영향은 있을 수 있다. 명당에 묻혔다는 믿음이 후손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그것이 실제로 더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이어진다면, 이것도 일종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