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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혁명
박철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본 포스티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때 나는 건강에 관한 한 꽤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유산균을 챙겨 먹었고, 물을 하루 2리터씩 마시려 애썼으며, 유행하는 식단이 나올 때마다 한 번쯤은 따라해봤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뭔가를 하고 있는데 몸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어떤 날은 더 무거웠다. 나는 그 이유를 의지력 부족이나 불규칙한 생활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문제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저자는 16년 가까이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마주해온 한의사다. 그가 관찰한 것은 놀랍게도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열심히 건강을 챙겨온 사람들이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검증됐다는 건강법을 따랐는데 여전히 피곤하고 아프다는 사람들. 저자는 그 원인을 한 가지로 짚는다. 엉뚱한 지도를 들고 달려왔기 때문이다.책이 말하는 핵심은 사람마다 오장육부의 강약 배열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장기는 선천적으로 강하고 어떤 장기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태어난다. 이 배열이 곧 체질이고, 체질에 따라 소화력, 면역 반응, 대사 속도, 심지어 성격과 기질까지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알던 사상체질의 네 가지 틀을 더 세분화해 금·토·목·수 각각의 음양으로 여덟 가지로 나눈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체질론이라는 것이 워낙 두루뭉술하게 쓰이다 보니, 어딘가 점술에 가까운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특히 금체질에 관한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금체질 여성에게 자궁근종이나 심한 생리통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로 저자는 간의 약함을 든다. 여성호르몬은 사용된 후 반드시 간에서 분해되어야 하는데, 간이 약한 체질은 이 처리 과정이 지연되고, 다 쓰인 호르몬이 몸속을 떠돌며 자궁 조직을 계속 자극한다는 것이다. 혈액 검사에서는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지만 증상은 엄연히 존재하는 경우, 그 이유가 호르몬의 양이 아니라 호르몬을 처리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설명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같은 원리로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생리 주기가 흔들리는 것도 설명된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간에서 동시에 처리 경쟁을 벌이다 보니 여성호르몬 대사가 밀린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어떤 불편함의 맥락이 비로소 잡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책에서 또 인상 깊었던 것은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보통 건강에 관한 정보를 보편적인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닭가슴살은 다이어트의 정석이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 모두가 특정 체질에는 맞지만 다른 체질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체질에게 닭가슴살 다이어트가 맞지 않는다거나, 수체질에게 차가운 음식과 해산물 샐러드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납득이 갔다. 누군가 따라했더니 효과가 있었다는 방법이 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던 경험, 아마 많은 사람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 실패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체질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꽤 위안이 되기도 했다.물론 이 책이 말하는 체질론을 모두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저자 역시 정확한 체질 판단은 진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 담긴 자가 체크리스트는 어디까지나 입문의 도구이지, 확정적인 진단이 아니다. 이 점을 명확히 짚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준다. 맹목적으로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고 탐색하는 출발점으로 삼으라는 것이 저자의 진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면서 한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건강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나에게 맞는 해답은 반드시 있다. 이것은 단지 건강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보편적인 정답을 찾으려 했다. 남들이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 나도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몸이 다르듯, 사람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평균으로 설계된 기준이 나에게 꼭 맞지 않는 것은 나의 결함이 아니다.책은 건강서라기보다, 나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태도에 관한 책이라고 나는 읽었다. 누구의 방식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몸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부하는지에 귀 기울이는 것. 그 작은 관심이 쌓여 결국 내 몸에 맞는 지도를 그려간다는 것. 오랫동안 엉뚱한 지도를 들고 헤맸다면, 이제는 잠시 멈추고 나만의 지도를 펼쳐볼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