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에 들어서자 실레의 그림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낯설고 불편한 풍경이었다. 비틀린 몸통, 각이 진 팔꿈치, 살갗 아래에서 불거져 나올 것 같은 뼈의 윤곽, 그는 인간의 신체를 아름답게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감추고 싶은 것들을 날카롭게 꺼내놓았다. 나는 <나무 네 그루, 1917 년> 앞에 오래 서 있었다. 가을의 나무들이다. 그러나 화려하거나 풍요롭지 않다. 나무들은 저마다 뒤틀린 몸으로 서 있고, 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 있지만 가지 끝은 허공을 향해 어딘가 부러질 듯 뻗어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무가 아니라 인간처럼 보인다. 고통을 흡수하면서도 어떻게든 서 있으려는, 조용하고 필사적인 존재들처럼. 그 앞에서 나는 카프카의 요제프 K를 떠올렸다. 그는 아침에 일어났고, 아무 이유 없이 체포되었다. 그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법원은 지하 어딘가에 있었고, 판사는 보이지 않았으며,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 죄가 있기 때문에 재판받는 것이 아니었다. 재판을 받기 때문에 죄인이 되었다. 실레의 나무들도 그랬다. 무언가 를 잘못해서 저렇게 뒤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냥 저 모양으로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은 그것을 불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