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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식사 혁명 - 먹어서 병을 예방하는 아주 작은 식습관의 힘
하마야 리쿠타 지음, 오시연 옮김, 김민지 감수, 김혜민 감수도움 / 부키 / 2026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나는 잠시 멈칫한다. 어제 사다 놓은 두부, 방치된 채로 시들어가는 대파, 그리고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요거트. 나는 분명히 '건강하게 먹으려고' 산 것들인데, 왜 이렇게 자주 버리게 되는 걸까. 그 질문은 오래된 것이었지만, 나는 늘 같은 결론으로 도망쳤다.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내가 '식사'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의 하루 식사를 솔직하게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장면들이 많다. 아침은 거르거나 커피 한 잔으로 때우고, 점심은 편의점 삼각김밥과 컵라면, 저녁은 퇴근 후 반쯤 지쳐 배달 앱을 뒤적이다 마라탕이나 치킨을 시키는 날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가끔 채소를 잔뜩 넣은 샐러드를 먹거나 현미밥으로 바꿔보려 했다. 이런 노력이 꽤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 시도가 왜 번번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용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해줬다.
책에서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나의 이분법이었다. 나는 음식을 늘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눠서 생각해왔다. 현미는 좋고, 흰쌀밥은 나쁘다. 채소는 좋고, 햄버거는 나쁘다. 술은 나쁘지만, 레드와인은 조금 좋다. 이런 식의 이분법은 건강 정보를 소비하는 나의 기본 언어였다. 그런데 그 판단의 근거가 대부분 흐릿하다는 것, 심지어 어디서 들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직면했다. 예를 들어 나는 달걀을 하루에 하나 이상 먹으면 안 된다고 굳게 믿었다. 콜레스테롤 때문이라는 이유도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 따르면 이 믿음에는 실제로 확립된 과학적 근거가 없다. 더 흥미로운 것은, 어떤 식재료가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를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모든 음식에는 여러 성분이 복잡하게 섞여 있고, 그것이 몸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단 하나의 영양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커피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커피는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많다. 나는 그동안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아 나만의 '건강 교리'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대신 무엇을 먹는가"라는 시각의 중요성. 어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덜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나는 채소 주스를 마시면서 건강해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만약 그 주스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무엇을 마셨을까. 아마 달콤한 아이스 음료나 탄산음료를 집어들었을 것이다. 그 맥락에서는 채소 주스가 나쁜 선택이 아니다. 반대로, 평소에 충분히 채소를 잘 먹는 사람이 채소 주스를 마신다면 그건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음식의 가치는 그 자체만이 아니라, 무엇을 대신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발상은 내 머릿속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다.
그 다음으로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환경'에 관한 이야기였다. 책은 식습관이 개인의 의지보다 환경에 훨씬 더 크게 좌우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 말이 변명처럼 들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 음식을 선택해왔다. 회의가 길어져 점심 시간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편의점으로 향했다. 야근 후에는 배달 앱 외에 다른 선택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 저녁에는 단 것이 당겼다. 이것들이 과연 순수한 '선택'이었을까. 책에서 말하는 '시스템화'라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올바른 지식을 가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 예를 들어 냉장고에 건강한 음식을 먼저 눈에 띄는 곳에 두거나, 사 놓는 식재료의 종류 자체를 바꾸는 일 같은 것들이다. 의지력을 높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의지력이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 발상은 나에게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나는 집에 과자가 있으면 반드시 먹고, 없으면 굳이 사러 나가지 않는다.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면서, 왜 항상 의지 탓만 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은, 내가 '식사 패턴'이 아닌 '식재료'에 집착해왔다는 사실이다. 오늘 뭘 먹었는지, 그 음식이 좋은 음식인지 나쁜 음식인지에 집중하면서, 정작 한 달 동안 내 식사 전체가 어떤 모양인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책은 하루 단위가 아니라 일주일, 혹은 한 달을 단위로 식습관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어느 날 햄버거를 먹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나쁜 식습관이 되는 게 아니다. 그 햄버거 안에 채소가 들어있다면, 그날따라 채소 섭취량이 평소보다 늘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매일 샐러드를 먹더라도, 부족한 열량을 단 빵으로 채운다면 전체적인 균형은 무너진다. 이 관점에서 나의 식사를 다시 보면, 나는 생각보다 형편없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개선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채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나트륨은 과하며, 과일은 거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가끔 먹는 마라탕에 들어있는 다양한 채소들, 편의점 도시락 옆에 끼워 먹는 삶은 계란 하나, 저녁에 무심코 마신 두유 한 팩. 이것들이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것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완벽한 식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흐름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가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냉장고를 다시 열어봤다. 시들어가는 대파가 여전히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죄책감이나 자괴감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걸 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가벼운 궁금증이 생겼다. 냉장고 앞자리에 두거나, 사는 양을 줄이거나, 아예 냉동 채소로 대체하거나.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고 구체적인 변화. 아마도 그게 지속 가능한 첫걸음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식사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알게 됐다. 완벽한 식사를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조금 덜 나쁜 선택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