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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옆 마음인문학 -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이안백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부터 재미있다. <화장실 옆 마음인문학>.. 첫 번째 주제부터 재미있다. 사람들은 왜 적은 돈을 쓸때 더 고민을 하는 걸까>... 나의 경험을봐도 이런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적은 돈을 쓸 때 더 고민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본능적으로 즉각적이고 처리하기 쉬운 문제를 우선시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큰 구매나 투자는 체계적인 판단 과정이 필요한 중요한 결정이지만,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생존 본능에 따라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즉각적인 해결이 가능한 소액 지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또한 인지적 편향으로 인해 눈에 띄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문제에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어, 논리적 중요성보다는 심리적 접근성이 높은 문제들을 먼저 고민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은 결정 회피 경향과 결정 피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요한 큰 결정은 많은 정신적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를 미루고 대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소액 지출 문제에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이는 즉각적인 보상과 성취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며, 이런 패턴이 습관화되면서 정작 중요한 재정 관리나 장기적 투자 결정은 뒤로 미루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저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책은 작고 사소한 이야기의 모음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하철에서 어떤 음료를 마실지 10분 동안 고민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몇 년 후의 진로에 대해서는 막연한 불안감만 품고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미루고 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역설적인 존재일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눈앞의 작은 문제에 마음을 빼앗기고, 정작 중요한 일들은 나중으로 미루며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인간다운 모습이다. 우리의 뇌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즉각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를 먼저 처리하려 한다. 미래의 불확실한 걱정보다는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우리는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린다. 작은 결정들에 매몰되어 큰 그림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우선순위'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감정적으로 불편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은 대개 당장 해결하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말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험에서 100점을 받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은 완벽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인지,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는지였다. 완벽주의는 단순한 성격적 특성이 아니라, 우리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생존 본능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에게는 실수가 곧 죽음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완벽주의는 때로는 독이 된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결국은 스스로를 지쳐가게 만든다. 나는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완벽한 작업을 위해 밤새워가며 매달렸던 프로젝트들을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얻은 것보다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의 시간, 충분한 휴식,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완벽함' 대신 '충분함'을 추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며,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도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아들러가 "상식적인 내용이 뭐가 나쁜가요?"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종종 '상식적'이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뻔하고 당연한 것, 새로울 것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하지만 상식이야말로 인간의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그런데 상식에는 함정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상식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내가 경험한 것,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한 시대의 상식이 다른 시대에는 편견이 될 수 있다. 심리학은 이런 상식의 한계를 보완한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상식을 검증하고, 때로는 그것이 틀렸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식이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상식은 일상에서 빠른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도구이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상식과 심리학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한다. 상식을 맹신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는 것이다. 내 경험과 직관을 소중히 여기되,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모든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깨달은 것은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인지다. 우리는 합리적이면서도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이며,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인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가 완전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면, 삶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예측 가능하고 계산적인 관계들만 남아있을 것이다. 우리의 불완전함과 모순이 오히려 인간관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작은 것에 매달리는 우리의 성향도,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도, 때로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도 모두 인간다운 면모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성향들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다. 완전히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그것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