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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관측소 - 유동하는 도시에서 '나'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김세훈 지음 / 책사람집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32년 9월 20일,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한 사진 <마천루 꼭대기의 점심>은 노동자들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으로, 그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사진은 당시 뉴욕이 어떻게 미국의 강대국으로 발전해 나가는 지를 보여주는 한 예로, 특히 유럽의 건축가들이 이런 뉴욕의 모습을 어떻게 느꼈을지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뉴욕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마천루 건축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 시기는 미국이 경제적, 정치적 강대국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점으로, 고층 건물은 그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마천루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힘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마천루 꼭대기의 점심> 사진 속 노동자들은 고층 빌딩의 철골 구조물 위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그들의 태연한 모습은 극한의 고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상과 정신을 잘 나타낸다. 이 사진은 노동자들이 겪는 위험과 불안 속에서도 일터에서의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천루 꼭대기의 점심>은 하나의 사진이지만, 유럽의 건축가들은 뉴욕의 마천루 건축 을 바라보며 경외감과 동시에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미국의 건축을 현대적이며 혁신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고층 건물이 도시 환경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런 도시와는 땔 수 없는 환경 속에 있다 할 것이다. 이번에서 도시와 그 의미를 설명해 주는 흥미로운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도시 관측소>였다. 도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카이 스크래퍼, 영어로 마천루는 Skyscaper라고 한다. 높은 구조물이 하늘을 긁어내는 듯한 이미지는 도시를 상징한다. 이 단어는 19세기 후반에 등장하였으며, 처음에는 매우 높은 건물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특히, 1880년대와 189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철강과 유리로 건축된 고층 건물들이 생겨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도시 관측소에 대해서 알아본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 익숙한 듯 낯선 거리의 풍경 속에서 문득 도시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있다. 마치 오랜 친구의 뒷모습을 보듯, 도시의 실루엣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겹쳐 보인다. 거대한 구조물과 섬세한 흔적들 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도시의 얼굴은, 사실 우리 삶의 가장 솔직한 거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거울 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혼잡함에 지치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시의 리듬에 동화되어 살아 가고 있다. 우리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처럼,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간다. 겉으로는 단단한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노력이 녹아들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숨 쉬고 있다. 앨빈토플러가 일찍이 정보화 혁명을 예견하며 '전자 오두막'의 삶을 전망했지만,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롭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물리적 공간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우리는 인터넷과 스 마트폰을 손에 쥐고 오히려 도시와 더 깊이 결속되었다. 도시는 그래서 '인류 문명의 베이스캠프'라는 말이 그토록 와닿는다. 우리의 삶의 본진을 도시에 두면서, 때로는 잠시 도시를 벗어나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도시 온 앤 오프(City On-and-off)'의 삶이 보편화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러한 도시의 역동성 속에서, 공간의 의미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집과 직장을 벗어나 우리가 진정한 '나'를 만나는 공간, 즉 '제3의 공간'에 대한 레이 올덴버그의 통찰은 현대인의 삶에 깊은 위로를 전해준다. 동네 카페에서 나누는 소박한 대화, 단골 술집에서 푸는 하루의 피로가 우리를 단절된 사회에서 구원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그의 주장은 도시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제4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주목해야 한다. 이곳은 타인과의 교류를 넘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몰입하며, 내면의 생기를 되찾는 공간이다. 어쩌면 집이 개인의 휴식과 가족의 보금자리, 직장이 생산성과 효율의 공간이라면, 제3의 공간이 사회적 관계의 장이고, 제4의 공간은 '영혼의 충전소'와도 같을 것 같다. 뉴욕의 플랫아이언 지구에서 제주의 탑동까지, 이러한 공간들이 물리적으로는 타인과 공유되면서도 그 본질적인 목적은 오롯이 자기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작지 않다. 과도한 사회적 기대와 관계의 압박 속에서, 우리는 이 제4의 공간을 통해 내면의 진정한 욕구에 귀기울이며 육체적, 정신적 단단함을 다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시는 확장하고 발전하는 길만을 택하지 않는다. 때로는 '축소 성장'이라는 새운 지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인구 감소와 복합적인 위기 앞에서 런던 외곽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아크나 보스턴의 혁신 지구가 보여주듯, 도시는 밀집된 물리적 확장이 아닌, '연결'과 '전략적 설계'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아 나간다.
도시는 끊임없이 '유동화'하고 있다. 애플과 무신사가 보여주는 공통점처럼, 유형의 제품이든 무형의 콘텐츠든 이제 도시는 고정된 실체가 아닌 유동하는 흐름 위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도시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일자리의 개념 또한 변모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집중되던 일자리가 이제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초범주적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물류 혁명은 도시의 속도와 규모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제 도시는 '얼마나 빨리 무엇을 배송받을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기능하다. 초연결의 시대에 도시는 더 이상 고립된 섬이 아니라, 글로벌 물류와 정보의 흐름 속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초범주성'은 새로움이 세상과 만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영역이 융합되면서, 도시는 예상치 못한 시너지와 혁신이 일어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양상 속에서, 우리는 도시를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와 관점을 필요로 하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흐름과 관계망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바로 '도시 관측력'의 핵심일 것이다. 물론 도시의 발전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승자독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슈퍼스타 도시는 막대한 부를 창출하지만, 동시에 높은 물가, 주거 부족,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저주'를 함께 안고 간다.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슈퍼스타 도시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시가 성공할수록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필터아웃' 현상은, 그곳에 서 소외되는 이들의 삶에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이나 인도네시아의 누산타라처럼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하려는 시도들은, 기존 도시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도시는 부를 창출하고 삶을 영위하는 기능적인 공간을 넘어, 이제는 우리의 내면과 긴밀하게 연결된 몰입의 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제4의 공간'은 이러한 몰입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곳은 외부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대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마음의 평화와 육체의 활력을 되찾는 성역과도 같다. 우리는 이곳에서 명상하고, 책을 읽고, 좋아 하는 취미에 깊이 빠져들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몰입의 시간은 바쁘고 피로한 현대인의 삶에 필수적인 활력소가 된다. 도시는 이러한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4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인다. 나아가 '로컬리티'의 개념은 도시 속에서 '동네'라는 실촌적인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 한다. 대도시의 번화가나 랜드마크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동네'는 삶의 안정감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심리적 지지대 역할을 한다. 소박한 골목길, 단골 가게, 동네 사람들과의 우연한 마주침 속에서 우리는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도시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뿌리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인 것이다. 개인의 정 체성과 문화를 담아내는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이러한 인간적인 연결의 힘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도시는 '관계와 공간'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도시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고, 이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물리적인 공간은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무대가 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고립감은 많은 이들이 겪는 아픔이지만, 도시는 오히려 수많은 관계의 가능성을 제공하며 우리를 고립에서 건져낸다. 공원에서의 만남, 카페에서의 우연한 대 화, 문화 행사에서의 공동 경험은 도시가 제공하는 따뜻한 연결의 순간들이다. 도시는 이제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다. 나를 이해하고, 성장하며,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곳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신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