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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의 문화사 Breakfast -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었을까?
헤더 안트 앤더슨 지음, 이상원 옮김 / 니케북스 / 2025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 식사는 흔히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로 일컬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 가장 중요한 '식사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 형태와 의미가 놀랍도록 다양하게 변모해 왔습니다. 현대 영양학자들이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대충 때우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이번이 아침 식사와 관련한 복합적인 문화적 현상을 알아보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헤더 안트 앤더슨의 저서 <아침 식사의 문화사>는 이러한 아침 식사의 깊고도 다채로운 역사를 이야기하며, 인류의 삶과 함께 진화해 온 아침 식사의 발자취를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오늘날 아침 식사는 건강과 활력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역사 속에서 아침 식사는 항상 보편적인 관습이거나 긍정적으로 인식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중세 유럽에서는 아침 식사가 '폭식'과 '탐욕'의 상징으로 여겨져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금식을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했으며, 하루 두 끼, 즉 가벼운 점심과 든든한 저녁 식사로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아침 식사는 육체적 쾌락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억압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불필요한 과식으로 치부되었던 것입니다. 더욱이 아침 식사가 비판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식사에 의례 곁들여지던 술 때문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맥주나 포도주 같은 알코올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좋지 않게 비쳤던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아침 식사는 특정 계층에게는 예외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바로 힘든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농민이나 빈민층, 그리고 어린이나 노인, 병자처럼 몸이 약해 한낮까지 식사를 기다리기 어려운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아침 식사는 생존과 직결된 에너지원이자, 고된 노동을 견딜 힘을 주는 필수적인 한 끼였습니다. 결국 아침 식사는 한편으로는 비웃음과 비난의 대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이중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의 개념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고대 로마, 그리스, 그리고 콜럼버스 이전 문명에서도 아침 식사와 유사한 형태의 식사가 존재했지만, 그 중요성이나 구성은 현대와는 달랐습니다. 앤더슨은 이러한 아침 식사의 도입과 변화를 이끈 사회적 요인들을 탐구하며, 종교, 차, 커피, 초콜릿의 발견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식사의 형태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설명합니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아침 식사가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집 밖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당시에는 침실에서 가볍게 요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러 대저택에서는 손님을 대접하거나 가족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아침 식사 전용 공간'이 마련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아침 식사가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사교와 소통의 장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20세기에는 미국의 크래프트맨 양식 목조 주택에 부엌 한쪽에 조그만 간이 식사 공간인 아침 식사 공간 (breaktast nook) 이 생겨나면서, 아침 식사가 건축 양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게 됩니다. 기술의 발전과 여성의 역할 변화 또한 아침 식사 풍경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사 노동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아침 식사 준비 방식도 간소화되었고, 이 는 다양한 간편식의 등장을 촉진했습니다. 20세기 후반에는 휴대하며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 대용품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비타민 이 강화된 캔 음료, 시리얼 바, 심지어 튜브형 요구르트까지,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아침 식사는 점점 더 '간편함'을 추구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아침 식사는 각 문화권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앤더슨은 '한 끼 식사로 전 세계를 여행하다‘라며 시리얼, 계란, 베이컨, 페이스트리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아침 식사 메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즐겨 먹는 아침 식사들을 소개하며 그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쌀죽(jook)을 아침 에너지원으로 즐겨왔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쌀죽은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하루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중동 지역에서는 페타 치즈, 올리브, 무화과, 오이 플래 터, 혹은 라브네(labneh)를 곁들인 신선한 플랫브레드가 아침 식탁에 오릅니다. 신선한 재료와 풍부한 맛이 특징인 이 아침 식사는 그 지역의 기후와 식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일본 전통 여관인 료칸의 가이세키식 아침 식사'는 양은 적지만 14가지 코스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요리의 향연으로,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미학이 담겨 있습니다. 반면 이탈리아의 아침 식사는 대개 커피 한 잔과 버터나 잼을 바른 빵이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간소하지만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빵은 이탈리아인들의 여유로운 아침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지역마 다 아침 식사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놀랍게도 세계인의 아침 식탁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매일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 들은 대부분 조리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곡물, 유제품, 단백질 식품을 섭취하며, 여기에 뜨거운 카페인 음료를 곁들입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아침 식사가 에너지 공급과 정신적 각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헤더 안트 앤더슨의 <아침 식사의 문화사>는 하루의 첫 식사에 대한 흥미로운 세부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며, 아침 식사의 명칭, 식사 시간, 주식, 식사 장소부터 대중문화에서의 역할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릅니다. 이 책은 주로 미국과 영국에 초점을 맞추지만, 비서구권 의식습관과 초기 식습관에 대한 조사, 그리고 로마, 그리스, 콜럼버스 이전 문명에 대한 논의도 포함하여 아침 식사의 광범위한 역사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아침 식사가 복합적인 문화적 현상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아침 식사라는 일상적인 주제를 통해 인류의 사회, 문화,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