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 그는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이라 부르며,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수십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관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대부분의 수입제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둘째, 상호관세법을 통해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동일한 수준의 보복관세로 응답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60%를 상회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과거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자처하던 미국이 철저한 보호무역주의 국가로 변모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왜 세계 최강국이 관세라는 옛날 무기를 다시 꺼내들었을까?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과 정부의 역할, 그리고 관세의 경제학적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관세와 관련한 경제 이론과 현 상황 그리고 역사 사례를 총괄적으로 이야기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관세이야기>.. 이 엄청난 경제적 파고를 잘 해결해 가길 기대하면서..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물건의 가격은 총공급과 총수요에 의해 결정되며, 시장은 가격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이상적인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독점력을 가진 거대 공급업자가 매점매석을 통해 가격을 조작하거나, 유통망을 장악하여 인위적인 공급 부족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시장의 왜곡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결국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해친다. 시장의 불완전한 구조는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시장의 불공정한 행위를 시정하려 한다. 실업자를 구제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세금도 많아진다.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정부는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시장이 담당하던 자원 배분에 직접 개입하려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중국이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보다 평균 341% 높고, 유럽연합도 50% 높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1조 달러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불공정한 국제 무역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관세 정책의 경제적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물가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량이 증가하더라도 통화의 유통속도가 낮다면 물가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케인스의 처방은 1960년대까지 효과를 거두었다. 각국 정부는 사회복지를 늘리고 경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여 안정적 성장을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10%를 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때 밀턴 프리드먼은 피셔의 화폐수량 방정식을 다시 상기시켰다. 화폐의 유통속도가 안정적이라면, 통화량의 증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의 명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화폐적 현상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통화정책의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관세 부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공급주의 경제학을 바탕으로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총공급을 늘리려 했다. 총공급 증가를 통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공급주의 경제학은 보수정부의 기본 철학이 되었다. 하지만 공급주의 정책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감세를 시행하면 정부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커진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워야 하고,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특히 금리가 상승할 때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트럼프는 관세 수입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816년부터 1947년까지 미국이 전체 수입제품의 95%에 관세를 부과했고, 평균 관세율이 37%에 달했다는 역사적 사례를 든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구조는 19-20세기와는 전혀 다르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관세의 파급효과는 훨씬 광범위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개방경제의 이점과 관세의 역설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절대우위 이론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와인에, 독일은 소시지에 우위가 있다면, 서로 교환하면 양국 모두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후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을 통해 자유무역의 이론적 토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개방경제는 소비자에게는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을, 생산자에게는 더 큰 시장을 제공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경제는 상호 개방과 자유무역을 통해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다. 부족한 물건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남는 물건은 수출하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관세는 이러한 자유무역 체제에 걸림돌이 된다. 수입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국내 산업을 보호하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나라들의 보복 관세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각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전 세계 국제교역 규모가 3분의 2나 감소했고, 대공황의 협곡이 더욱 깊어진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현재의 관세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금본위제도의 흥망성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본위제도는 화폐 가치를 금에 고정시켜 안정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각국은 전비 마련을 위해 통화 발행을 늘렸고, 금본위제도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1925년 영국은 파운드화의 국제적 지위를 되찾기 위해 금본위제도로 복귀했다. 하지만 파운드화가 고평가되면서 영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결국 1931년 대공황의 충격으로 영국도 금본위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는 수정된 금본위제도를 도입했다. 달러를 금에 고정하고, 다른 통화를 달러에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달러는 공식적인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했다. 기축통화 지위는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준다. 전 세계 무역에서 달러가 결제통화가 되고, 필요하면 달러를 찍어내어 쓸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1960년 로버트 트리핀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모순을 지적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무역적자를 내야 하는데, 적자가 누적되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트리핀의 딜레마'다. 결국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 태환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주요 교역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어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의 현재 관세 정책은 50여 년 전 닉슨의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