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이야기 - 부의 흐름을 바꾸는 관세경제학, 2025년 국회도서관 올해의 책
김성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 그는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이라 부르며,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수십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관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대부분의 수입제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둘째, 상호관세법을 통해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동일한 수준의 보복관세로 응답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60%를 상회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과거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자처하던 미국이 철저한 보호무역주의 국가로 변모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왜 세계 최강국이 관세라는 옛날 무기를 다시 꺼내들었을까?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과 정부의 역할, 그리고 관세의 경제학적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관세와 관련한 경제 이론과 현 상황 그리고 역사 사례를 총괄적으로 이야기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관세이야기>.. 이 엄청난 경제적 파고를 잘 해결해 가길 기대하면서..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물건의 가격은 총공급과 총수요에 의해 결정되며, 시장은 가격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이상적인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독점력을 가진 거대 공급업자가 매점매석을 통해 가격을 조작하거나, 유통망을 장악하여 인위적인 공급 부족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시장의 왜곡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결국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해친다. 시장의 불완전한 구조는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시장의 불공정한 행위를 시정하려 한다. 실업자를 구제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세금도 많아진다.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정부는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시장이 담당하던 자원 배분에 직접 개입하려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중국이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보다 평균 341% 높고, 유럽연합도 50% 높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1조 달러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불공정한 국제 무역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관세 정책의 경제적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물가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량이 증가하더라도 통화의 유통속도가 낮다면 물가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케인스의 처방은 1960년대까지 효과를 거두었다. 각국 정부는 사회복지를 늘리고 경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여 안정적 성장을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10%를 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때 밀턴 프리드먼은 피셔의 화폐수량 방정식을 다시 상기시켰다. 화폐의 유통속도가 안정적이라면, 통화량의 증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의 명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화폐적 현상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통화정책의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관세 부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공급주의 경제학을 바탕으로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총공급을 늘리려 했다. 총공급 증가를 통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공급주의 경제학은 보수정부의 기본 철학이 되었다. 하지만 공급주의 정책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감세를 시행하면 정부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커진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워야 하고,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특히 금리가 상승할 때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트럼프는 관세 수입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816년부터 1947년까지 미국이 전체 수입제품의 95%에 관세를 부과했고, 평균 관세율이 37%에 달했다는 역사적 사례를 든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구조는 19-20세기와는 전혀 다르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관세의 파급효과는 훨씬 광범위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개방경제의 이점과 관세의 역설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절대우위 이론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와인에, 독일은 소시지에 우위가 있다면, 서로 교환하면 양국 모두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후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을 통해 자유무역의 이론적 토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개방경제는 소비자에게는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을, 생산자에게는 더 큰 시장을 제공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경제는 상호 개방과 자유무역을 통해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다. 부족한 물건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남는 물건은 수출하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관세는 이러한 자유무역 체제에 걸림돌이 된다. 수입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국내 산업을 보호하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나라들의 보복 관세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각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전 세계 국제교역 규모가 3분의 2나 감소했고, 대공황의 협곡이 더욱 깊어진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현재의 관세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금본위제도의 흥망성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본위제도는 화폐 가치를 금에 고정시켜 안정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각국은 전비 마련을 위해 통화 발행을 늘렸고, 금본위제도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1925년 영국은 파운드화의 국제적 지위를 되찾기 위해 금본위제도로 복귀했다. 하지만 파운드화가 고평가되면서 영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결국 1931년 대공황의 충격으로 영국도 금본위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는 수정된 금본위제도를 도입했다. 달러를 금에 고정하고, 다른 통화를 달러에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달러는 공식적인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했다. 기축통화 지위는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준다. 전 세계 무역에서 달러가 결제통화가 되고, 필요하면 달러를 찍어내어 쓸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1960년 로버트 트리핀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모순을 지적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무역적자를 내야 하는데, 적자가 누적되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트리핀의 딜레마'다. 결국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 태환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주요 교역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어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의 현재 관세 정책은 50여 년 전 닉슨의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트럼프가 약속한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광범위할 것이다. 우선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수입품 가격이 관세만큼 오르면,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주택 모기지를 포함한 모든 대출 금리가 따라 오른다. 현재 미국 증시는 사상 최대의 거품 상태다. S&P 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8배에 이르고, 로버트 실러 교수의 계절조정PER도 33배로 장기 평균치 17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는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확대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그리고 AI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관세로 인한 금리 상승은 이 모든 기대감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다. 관세 부과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직격한다. 가계 지출이 줄어들면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고,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치명타를 가한다. 수익성이 더 이상 성장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주가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기업 투자도 위축된다. 관세는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제조업체의 부품과 원재료 수입 가격도 높인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에서 미국 기업들도 관세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의 충동적이고 예측불가능한 관세 부과는 기업들의 장기 투자 계획을 마비시킨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2.0 시대에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USDT)나 USDC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오히려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발행량만큼 미국 국채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높인다. 더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유통속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피셔의 화폐수량방정식에서 MV=PY(M은 통화량, V는 유통속도, P는 물가, Y는 실질GDP)인데,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으로 V가 상승하면 관세 부과로 인한 통화량(M)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스테이블코인을 동시에 활용하여 달러 패권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 간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역사를 보면, 관세는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였음을 알 수 있다. 1789년 조지 워싱턴이 5% 수준의 관세로 시작한 이후, 관세율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19세기 내내 관세는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었다. 북부의 공업지역은 높은 관세를 선호했지만, 남부의 농업지역은 자유무역을 원했다. 1828년 '가증스러운 관세'라 불린 50% 관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폐기조례를 불러왔고, 연방 분열의 위기까지 몰고 갔다. 링컨 대통령 시절 관세는 더욱 높아졌다. 남북전쟁이 격화되면서 평균 관세율은 47%까지 상승했다. 흥미롭게도 남부 7개 주가 연방에서 탈퇴한 직접적 계기 중 하나가 링컨의 관세 인상 방침이었다. 관세가 국가 분열까지 초래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무기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 들어서도 관세의 정치적 속성은 변하지 않았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평균 관세율이 59.1%까지 치솟았을 때, 세계는 대공황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상호무역협정법을 통해 관세를 점진적으로 낮춰갔고, 1947년 GATT 체결로 자유무역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미국과 기타 시장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생산 현지화를 통해 관세를 회피하고, 미국 외 시장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생산기지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전기차 공장을 미국에 지었다. LG화학과 포스코도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관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추진하는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 정책에 부응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생산 현지화에는 높은 비용이 따른다. 임금이 비싸고 숙련 인력이 부족한 미국에서 생산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다자간 무역협정을 활용한 우회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자유무역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한-EU FTA,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기존 협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관리가 중요하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미국 편에만 서면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고, 중국에만 의존하면 미국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경제적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 골디락스 경제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경제 상태를 의미한다. 물가는 안정되고 성장은 지속되는 이상적인 경제다. 미국은 1950-60년대, 1990년대 후반, 2010년대 후반에 이런 상태를 경험했다. 공통점은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든 보수든 과도하게 이데올로기에 치우친 정책에 매달릴 때마다 경제는 골디락스에서 멀어졌다. 트럼프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보호와 정치적 지지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해치고 글로벌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지만,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의 교훈을 되새기되, 현재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과 디지털 경제,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변수들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관세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전 세계가 공멸할 수 있다. 협력과 상생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트럼프 2.0 시대, 우리는 다시 한번 역사의 교훈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