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30분 회계 - 일생에 한 번은 재무제표를 만나라
박순웅 지음 / 라온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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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회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참으로 편향되어 있다. 단순한 숫자 놀음, 세무사나 회계사들만의 전유물, 혹은 필요악 정도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스케일업 30분 회계>를 통해 만난 회계의 세계는 전혀 달랐다. 이 책은 회계가 기업의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예견하는 살아있는 언어임을 깨닫게 해준다. 회계 속의 매출액이라는 숫자 뒤에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부채비율 뒤에는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철학이, 현금흐름 뒤에는 사업 모델의 지속가능성이 숨어 있다.

책에서 회계를 "우리 몸의 건강검진"에 비유한 대목이 특히 인상 깊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우리 몸의 상태를 말해주듯, 유동비율, 부채비율, 영업이익률은 기업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건강검진표'를 들여다보고 있을까? "유동비율 50% 이상, 부채비율 1,000% 이하"같은 정부 지원사업 요건은 행정적 기준만이 아니다. 이는 기업의 재무 건강성을 판단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마치 운전면허 시험에 시력검사가 있는 것처럼, 사업을 영위할 최소한의 재무적 체력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책의 백미는 '스케일업 회계 성장통'이라는 개념이다. 성장통이라는 표현이 절묘한데, 이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회계적 복잡성과 딜레마를 잘 표현한다.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것인가 자산으로 계상할 것인가, 재고자산의 가치 하락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매출을 언제 인식할 것인가 등의 문제들은 단순한 회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전략과 철학이 반영되는 지점들이다. 특히 재고자산 연령분석을 통한 평가손실 산정 부분은 회계의 주관성과 객관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창고에 있는 모든 '지우개'를 13개월, 36개월, 6개월 이상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라는 비유는 추상적인 회계 개념을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지우개가 시간이 지나면서 닳아 없어지거나 유행이 지나듯, 재고자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하락한다는 논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인 "이익은 꿈이고 현금은 현실이다"라는 문장은 회계의 본질을 꿰뚫는다. 손익계산서상의 이익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제 현금이 없다면 기업은 운영될 수 없다. 이는 특히 스타트업들이 자주 착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매출액이 늘어나면 당연히 현금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상매출금이 회수되지 않거나, 재고자산에 자금이 묶여있거나, 투자비용이 과도하게 집행되면 '흑자도산'이라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현금흐름표는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가 말해주지 않는 기업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투자와 경영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이 등장하면서, 일반인도 투자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동시에 스타트업 창업이 일반화되면서 누구나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 사회에서 회계 지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경영자는 투자자에게 자신의 비즈니스를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환사채, 상환전환우선주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들도 이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반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되었다.

회계의 진정한 가치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숫자가 말해주는 스토리에 있다. 매출총이익률의 변화는 시장 경쟁 상황의 변화를, 영업이익률의 추이는 경영 효율성의 개선 또는 악화를, 부채비율의 증가는 성장을 위한 레버리지인지 아니면 위험한 확장인지를 말해준다. 저자가 강조한 "영업이익이 기업 본연의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관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업외수익이나 일회성 수익으로 포장된 실적보다는, 기업의 핵심 사업에서 나오는 지속가능한 수익성이 진정한 기업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회계를 과거의 기록이나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는 도구로만 보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회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투자자와의 소통, 정부 지원사업 신청, 은행 대출 등 모든 것이 결국 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특히 "경영자 스스로가 미리 개념을 숙지하고 세무 대리인과 소통하며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은 현실적이면서도 핵심적이다. 회계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 자신이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의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선다. 디지털 문해력, 데이터 문해력과 함께 재무 문해력도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 되었다. 책은 재무 문해력을 기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관점을 제공한다. 회계는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자신의 삶과 사업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언어이자 도구다. 이 책이 보여준 것처럼, 회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실용적인 지혜다. 책의 제목에 담긴 '30분'이라는 시간은 빠른 학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바쁜 현대인들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시간 안에 회계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그리고 그 30분의 투자가 앞으로 수십 년간의 비즈니스 여정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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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가 말하는, 나는 왜 자꾸 비교하는가
민유하.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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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비교와 열등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다루는 우리의 방식이다. 책은 비교를 없애려 하지 말고, 비교를 성장의 연료로 전환시키는 지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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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가 말하는, 나는 왜 자꾸 비교하는가
민유하.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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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는 순간부터 우리의 하루는 비교로 시작된다. 누군가의 완벽해 보이는 아침 식사, 화려한 휴가 사진, 승진 소식이 연달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묻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할까?" 이것이 바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적 풍경이다. 이번에 읽은 아들러의 개별심리학을 토대로 한 <나는 왜 자꾸 비교하는가>는 이러한 현대인의 심리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룬다. 책은 "비교하지 마라"는 뻔한 조언을 던지지 않는다. 대신 비교와 열등감이라는 인간의 근본적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이를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책의 가장 핵심적인 통찰 중 하나는 "비교는 감정이 아니라 삶의 해석"이라는 관점이다.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어떤 사람은 절망에 빠지고, 다른 사람은 동기를 얻는다. 이러한 차이는 상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바라보는 개인의 해석 방식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동기가 먼저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두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나는 역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야"라는 자기비하적 해석이고, 두 번째는 "나도 더 노력해서 성장해보자"는 성장 지향적 해석이다. 아들러는 이 지점에서 우리가 "상황의 노예가 아니라 선택의 주체"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순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부러움을 단순한 시기심으로 치부하지 말고,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을 발견하는 신호로 읽어보라는 것이 아들러의 제안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열등감은 결코 제거해야 할 부정적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기본적 충동, 즉 '우월성 추구'의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열등감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건강한 열등감은 개인을 성장시키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건설적 노력으로 이어질 때, 열등감은 삶의 발전을 이끄는 긍정적 에너지가 된다. 반면 열등감을 숨기려 하거나 과장된 우월감으로 보상하려 할 때, 그것은 자존감을 갉아먹는 파괴적 힘으로 작용한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상향 비교'의 일상화다. SNS는 과거와 달리 타인의 성공과 행복을 지속적이고 즉각적으로 노출시킨다. 친구의 해외여행, 동료의 취업 성공, 지인의 럭셔리한 소비는 순식간에 내 화면에 펼쳐지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는 왜 저러지 못하지?"라고 자문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귀 기울이는 것이다. "왜 저 장면에 내가 흔들릴까?"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욕망과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다.

​책에서 특히 주목할 개념 중 하나는 '타존감'이다. 이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의존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자존감이 내적 기준에 의한 자기 평가라면, 타존감은 외적 기준에 의한 타자 평가에 의존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종종 이 타존감의 덫에 빠진다. '좋아요' 개수로 자신의 가치를 측정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포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 지향적 삶은 결코 진정한 만족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불안과 공허함으로 이어질 뿐이다. 아들러는 이 지점에서 "과제 분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타인의 평가와 반응은 그들의 과제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행동하는 것뿐이며, 그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타인의 몫이라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책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또 다른 현상은 '불행한 안도감'이다. 이는 타인의 실패나 불행을 보며 상대적으로 자신이 나아 보인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통해 일시적 위안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도감은 본질적으로 건강하지 않다. 나 자신은 변한 것이 없으면서도 타인의 불행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은 진정한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이런 감정은 곧 죄책감이나 공허함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삶의 중심을 잃게 만든다. 진정한 안정감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성장과 발전에서 온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고, 내가 세운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살피는 것이 건강한 자기 평가의 방식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실용적 지혜 중 하나는 '반응하기보다 이해하기'라는 태도다. 자극이 들어왔을 때 즉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그 사이에 멈춤과 해석의 공간을 두는 것이다. 이 짧은 멈춤은 때로 몇 초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강력한 간격이 된다. SNS에서 타인의 성공 소식을 접했을 때, 즉석에서 "나는 정말 못났다"고 반응하는 대신, 잠시 멈추어 "이 감정이 내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책은 또한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현대 사회에서 나이는 종종 쇠퇴와 뒤처짐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아들러적 관점에서 나이 듦은 성숙과 재설계의 기회다. 젊은 시절의 조급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는 지혜의 시간인 것이다.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것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분별력과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대한 통찰이다.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용기,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는 담대함이 바로 성숙의 징표다. 아들러 심리학의 독특함 중 하나는 개인의 성장을 공동체적 맥락에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진정한 자기실현은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는 이기적 성공이 아니라 공동체에 기여하면서도 자신다운 삶을 사는 균형잡힌 성장을 의미한다. 비교와 경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타인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비교와 열등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다루는 우리의 방식이다. 이 책은 비교를 없애려 하지 말고, 비교를 성장의 연료로 전환시키는 지혜를 제공한다. 아들러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모두 '미완성된 존재'이며, 바로 그 미완성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 열등감은 이 성장 과정의 자연스러운 동반자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건설적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SNS 시대의 끝없는 비교 문화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만의 기준과 속도를 찾을 수 있다. 타인의 성취가 내 실패를 의미하지 않으며, 나의 성공이 타인의 패배를 전제로 하지도 않는다. 각자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축복할 수 있는 성숙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아들러 심리학이 제시하는 궁극적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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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이론 - 그림으로 쉽게 배우는 수학
신조 레이코.다나카 코코로 지음, 권기태 옮김 / 성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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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듭이론(Knot theory)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끈의 매듭을 수학적으로 탐구하는 저차원 위상기하학의 한 분야이다. 신발끈을 묶을 때 나비매듭이 될지 세로매듭이 될지의 미묘한 차이부터, DNA와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 분석까지, 결매듭이론은 우리 일상과 최첨단 과학 연구를 연결하는 흥미로운 수학 분야이다.이번에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은 <그림으로 쉽게 배우는 수학 매듭 이론>은 이러한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주제를 시각적 접근법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려는 야심찬 시도인 것 같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그림으로 배우는' 접근법이다. 매듭이론은 본질적으로 3차원 공간의 구조를 다루는 분야로, 추상적인 수식만으로는 직관적 이해가 어려운 영역이다. 저자들은 이 점을 잘 파악하여 풍부한 도식과 그림을 통해 복잡한 개념들을 시각화한다. 특히 삼엽매듭, 8자매듭, 홉 연결매듭 등의 기본적인 매듭 구조들을 2차원 투영도로 표현하는 방법은 독자들이 3차원적 사고로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매듭의 정칙표시부터 라이데마이스터 이동(Reidemeister moves)까지의 시각적 설명은 이 분야의 입문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학습 도구가 될 것같다.

책은 매듭의 기본 정의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복잡한 개념들을 도입한다. 1차원 구면 S¹에서 3차원 유클리드 공간 R³ 또는 3차원 구면 S³으로의 단사연속사상으로서의 매듭 정의는 수학적 엄밀성을 유지하면서도 직관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명되어 있다. 일상어의 '매듭'과 수학적 정의의 '매듭' 사이의 차이점과 연결점을 명확히 설명한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끈의 양 끝을 연결하여 고리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왜 수학에서 매듭을 폐곡선으로 정의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매듭이론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두 매듭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책은 이 문제에 대한 접근법으로 매듭 불변량(knot invariant)의 개념을 소개한다. 알렉산더 다항식과 같은 다항식 불변량부터 매듭해소수(unknotting number)까지, 다양한 불변량들의 의미와 활용법이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매듭의 동치성을 다루는 부분에서 라이데마이스터 이동의 세 가지 유형(Type I, II, III)에 대한 설명은 본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다. 이 국소변형들이 어떻게 매듭의 본질적 성질을 보존하면서 형태를 변화시키는지를 시각적으로 명확히 보여준다. 두 동치 매듭이 유한번의 라이데마이스터 이동으로 서로 변환될 수 있다는 사실은 결매듭이론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정리이며, 이를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은 큰 성과이다. 단일 매듭에서 나아가 여러 매듭이 서로 얽힌 연결매듭(絡み目)의 개념을 도입한 부분도 흥미롭다. 화이트헤드 연결매듭, 보로미안 환 등의 구체적 예시들은 이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분리가능성(splittable)과 완전분리가능성의 개념을 통해 연결매듭의 복잡도를 분류하는 방법은 체계적이고 명확하다.

책에서 언급된 DNA와 단백질 연구에의 응용은 결매듭이론의 실용적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DNA의 나선 구조나 단백질 접힘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상학적 제약들을 이해하는 데 결매듭이론의 개념들이 직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이 분야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한다. 통계역학과 양자장론과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은 결매듭이론이 순수수학을 넘어 물리학의 다양한 분야와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수학의 추상적 개념들이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4차원 결매듭이론과 곡면결매듭이론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3차원에서는 1차원 매듭이 쉽게 풀리지만, 4차원에서는 2차원 곡면을 이용한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설명은 차원의 증가가 가져오는 질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추상적인 위상수학의 개념들을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전달한다. 특히 수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도 결매듭이론의 기본 아이디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서술 방식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한 일상생활의 경험(신발끈 매듭)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수학적 추상화 단계를 거치는 구성 방식은 학습자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매듭이론이라는 고도로 추상적인 수학 분야를 일반 독자들에게 접근 가능하게 만든 의미 있는 책이다. 시각적 학습법을 통한 직관적 이해의 촉진, 체계적인 개념 전개, 그리고 현실적 응용 사례들의 제시는 이 책의 주요 강점들이다.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면서도 이 분야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매듭이론에 처음 입문하는 학생들, 수학의 실용적 응용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 그리고 위상수학의 구체적 예시를 찾는 교육자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단순해 보이는 끈의 매듭이 어떻게 현대 수학과 과학의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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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 -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보는 초예측 지정학
최준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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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지도를 보며 단순하게 국경선과 도시 이름만 확인하는 사람과, 그 너머에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내는 사람. 이번에 읽은 최준영 박사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는 후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안내서다. 그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지리'란 지명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 품고 있는 생존의 비밀을 해독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리는 운명론적이면서도 역동적이다. 한국이 반도국가로서 대륙과 해양 세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것처럼, 모든 국가는 자신이 점유한 땅의 특성에 따라 고유한 생존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지리적 조건이 절대적 제약은 아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춥고 척박한 북유럽의 땅에서 태어난 이 나라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저임금도, 퇴직금도, 심지어 상속세도 없는 복지국가. 언뜻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는 지리적 제약을 오히려 혁신의 동력으로 전환한 결과다. 개인의 복리후생을 기업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기업은 순수하게 생산성에만 집중하도록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동질적인 인구 구성과 높은 사회적 신뢰라는 지리-문화적 조건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주택, 생존의 첫 번째 조건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절실한 것은 거처에 대한 욕구다.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거점이자,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며, 경제적 자산의 핵심이다. 그런데 같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도 각 나라의 주택 시장은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인다. 오스트리아 빈의 경험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후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민들은 폐허가 된 도시 곳곳에 6만 개의 텃밭을 일궜다. 아름다운 석조 건물 사이사이를 모두 농지로 바꿔버린 것이다. 무질서해 보이는 이 과정은 사실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집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협동주택의 건설 방식이다. 조합원들이 직접 삽과 망치를 들고 건설에 참여하되, 개인 주택보다 공공시설을 먼저 완성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내 집'보다 '우리 집'을 우선하는 발상의 전환. 이를 위해 2,000시간 이상의 봉사가 요구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런 노력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개인의 재산 증식에만 몰두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집은 거주의 수단이 아닌 투자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오스트리아의 사례는 주택 문제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에너지는 현대 문명의 혈액이다. 21세기 지정학의 핵심은 에너지다. 석유 시대에서 탈석유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원의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원들도 결국 지리적 조건에 의해 좌우된다. 말리에서 발견된 백색수소는 아프리카 대륙의 지정학적 위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황무지 같던 땅에서 갑자기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셰일 혁명은 기술과 지리의 결합이 만들어낸 성공 사례다. 평지에 위치하고 단순한 지질 구조를 가진 미국의 셰일 개발지는 중국 쓰촨성의 복잡한 경사지와는 전혀 다른 조건이다. 같은 자원이라도 개발 난이도가 천양지차인 셈이다. 쿠바의 니켈 보유량은 이 작은 섬나라가 전기차 시대에 다시 주목받게 되는 이유다. 설탕과 시가로만 유명했던 나라가 2차 전지 혁명의 핵심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으면서 전 세계가 주목한 것도 단순히 영토 분쟁 때문이 아니다. 희토류를 비롯한 각종 전략 광물이 매장된 땅을 두고 벌어지는 자원 전쟁의 성격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빈곤국인 한국의 전략은 무엇일까? 다양한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 그리고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리적 조건을 기술력으로 극복하는 길만이 생존의 열쇠다.


인구는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 중 하나다. 특히 현재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저출생 현상은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인구수 세계 1위라는 타이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다. 피라미드형 인구 구조에서 항아리형 구조로의 전환은 이 나라에게 역사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육아와 교육에만 매달렸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생산 가능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인구 배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내수 경제 활성화, 소비 수준 향상, 고등 교육 투자 등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반대로 카자흐스탄은 광활한 땅에 적은 인구라는 조건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을 소수가 나누어 가질 수 있고, 1인당 자원 보유량에서는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구가 적다고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플로리다의 경험도 흥미롭다. 은퇴자들의 도시로 각광받으면서 고령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버 이코노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장인 셈이다.


기후는 인류 공동의 도전이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의 핵심 이슈이자, 경제 시스템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변수다. 중국의 물 부족 문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곡물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그 여파는 전 지구적으로 확산된다. 2022년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생산량이 33% 감소했을 때의 충격을 생각해보면, 중국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의 파급 효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호주의 산불은 또 다른 차원의 경고다. 한국처럼 부주의로 인한 실화가 아닌, 기후 변화에 의한 자연 발생적 재해다. 장기간의 가뭄으로 메마른 나무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자연 발화하고, 쌓인 마른 잎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이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자연의 반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국가는 기후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기후 조건에 맞는 새로운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최준영 박사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지리'는 결국 지리적 사고법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현상을 공간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지역 간의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며, 지리적 조건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급변하는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지리적 사고는 또한 겸손함을 가르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자본을 가져도 지리적 제약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조건과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동시에 창의적 해결책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같은 조건에서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리학은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통합적 학문이다. 땅이 말하는 언어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생존을 넘어 번영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최준영 박사가 말하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의 진정한 의미이자, 현대인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소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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