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생존의 첫 번째 조건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절실한 것은 거처에 대한 욕구다.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거점이자,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며, 경제적 자산의 핵심이다. 그런데 같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도 각 나라의 주택 시장은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인다. 오스트리아 빈의 경험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후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민들은 폐허가 된 도시 곳곳에 6만 개의 텃밭을 일궜다. 아름다운 석조 건물 사이사이를 모두 농지로 바꿔버린 것이다. 무질서해 보이는 이 과정은 사실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집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협동주택의 건설 방식이다. 조합원들이 직접 삽과 망치를 들고 건설에 참여하되, 개인 주택보다 공공시설을 먼저 완성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내 집'보다 '우리 집'을 우선하는 발상의 전환. 이를 위해 2,000시간 이상의 봉사가 요구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런 노력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개인의 재산 증식에만 몰두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집은 거주의 수단이 아닌 투자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오스트리아의 사례는 주택 문제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 존재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