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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30분 회계 - 일생에 한 번은 재무제표를 만나라
박순웅 지음 / 라온북 / 2025년 8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회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참으로 편향되어 있다. 단순한 숫자 놀음, 세무사나 회계사들만의 전유물, 혹은 필요악 정도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스케일업 30분 회계>를 통해 만난 회계의 세계는 전혀 달랐다. 이 책은 회계가 기업의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예견하는 살아있는 언어임을 깨닫게 해준다. 회계 속의 매출액이라는 숫자 뒤에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부채비율 뒤에는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철학이, 현금흐름 뒤에는 사업 모델의 지속가능성이 숨어 있다.
책에서 회계를 "우리 몸의 건강검진"에 비유한 대목이 특히 인상 깊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우리 몸의 상태를 말해주듯, 유동비율, 부채비율, 영업이익률은 기업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건강검진표'를 들여다보고 있을까? "유동비율 50% 이상, 부채비율 1,000% 이하"같은 정부 지원사업 요건은 행정적 기준만이 아니다. 이는 기업의 재무 건강성을 판단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마치 운전면허 시험에 시력검사가 있는 것처럼, 사업을 영위할 최소한의 재무적 체력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책의 백미는 '스케일업 회계 성장통'이라는 개념이다. 성장통이라는 표현이 절묘한데, 이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회계적 복잡성과 딜레마를 잘 표현한다.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것인가 자산으로 계상할 것인가, 재고자산의 가치 하락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매출을 언제 인식할 것인가 등의 문제들은 단순한 회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전략과 철학이 반영되는 지점들이다. 특히 재고자산 연령분석을 통한 평가손실 산정 부분은 회계의 주관성과 객관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창고에 있는 모든 '지우개'를 13개월, 36개월, 6개월 이상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라는 비유는 추상적인 회계 개념을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지우개가 시간이 지나면서 닳아 없어지거나 유행이 지나듯, 재고자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하락한다는 논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인 "이익은 꿈이고 현금은 현실이다"라는 문장은 회계의 본질을 꿰뚫는다. 손익계산서상의 이익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제 현금이 없다면 기업은 운영될 수 없다. 이는 특히 스타트업들이 자주 착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매출액이 늘어나면 당연히 현금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상매출금이 회수되지 않거나, 재고자산에 자금이 묶여있거나, 투자비용이 과도하게 집행되면 '흑자도산'이라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현금흐름표는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가 말해주지 않는 기업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투자와 경영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이 등장하면서, 일반인도 투자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동시에 스타트업 창업이 일반화되면서 누구나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 사회에서 회계 지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경영자는 투자자에게 자신의 비즈니스를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환사채, 상환전환우선주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들도 이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반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되었다.
회계의 진정한 가치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숫자가 말해주는 스토리에 있다. 매출총이익률의 변화는 시장 경쟁 상황의 변화를, 영업이익률의 추이는 경영 효율성의 개선 또는 악화를, 부채비율의 증가는 성장을 위한 레버리지인지 아니면 위험한 확장인지를 말해준다. 저자가 강조한 "영업이익이 기업 본연의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관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업외수익이나 일회성 수익으로 포장된 실적보다는, 기업의 핵심 사업에서 나오는 지속가능한 수익성이 진정한 기업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회계를 과거의 기록이나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는 도구로만 보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회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투자자와의 소통, 정부 지원사업 신청, 은행 대출 등 모든 것이 결국 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특히 "경영자 스스로가 미리 개념을 숙지하고 세무 대리인과 소통하며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은 현실적이면서도 핵심적이다. 회계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 자신이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의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선다. 디지털 문해력, 데이터 문해력과 함께 재무 문해력도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 되었다. 책은 재무 문해력을 기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관점을 제공한다. 회계는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자신의 삶과 사업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언어이자 도구다. 이 책이 보여준 것처럼, 회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실용적인 지혜다. 책의 제목에 담긴 '30분'이라는 시간은 빠른 학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바쁜 현대인들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시간 안에 회계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그리고 그 30분의 투자가 앞으로 수십 년간의 비즈니스 여정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