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넷 투자자산운용사 이것만 공부하면 80점 합격 (이공팔) - 최소한의 노력으로 43회 시험에 합격하는 방법 | 42~30회 기출문제 AI분석 | 빈출패턴 2회분 + 기출유형 모의고사 3회분 + 42회 시험 다시보기 100문항 + 빈출 개념 O/X문제 + 계산 패턴 46유형
김경진 지음 / 고시넷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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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고시넷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은 금융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는 중요한 자격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바쁜 직장 생활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충분한 학습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험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속에서 '고시넷 투자자산운용사 이것만 공부하면 80점 합격(이공팔)'은 최소한의 시간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체계적인 학습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의 특성상 광범위한 학습 범위와 복잡한 계산 문제들이 수험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42~30회 기출문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매회 시험마다 출제되는 패턴과 유형들이 반복되고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학습한다면 효율적인 합격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공팔 교재의 가장 큰 강점은 42~30회 기출문제 AI분석을 통해 도출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학습 방법론입니다. 과거 문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각 문제의 출제 빈도, 난이도, 유형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수험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내용만을 선별하여 수록함으로써 학습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42~30회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에서는 특정 주제와 개념들이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세제 및 절세전략, 금융상품, 부동산, 대안투자운용, 해외증권 투자 등의 영역에서 출제 빈도가 높게 나타나며, 이러한 영역들에 대한 집중적인 학습이 합격의 핵심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공팔에서 제공하는 빈출 패턴은 철저한 42~30회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도출된 핵심 학습 자료입니다. 빈출 패턴 1회와 2회를 통해 투자분석 기법, 리스크 관리, 직무윤리, 자본시장법, 협회 규정 등 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들을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수험생들로 하여금 방대한 학습 범위 중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제한된 시간 내에서 최대의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주식투자운용, 채권투자운용, 파생상품전략, 투자운용 결과 분석 등의 실무 중심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실제 시험에서의 적용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 시험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의 연습은 합격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이공팔에서 제공하는 기출유형 모의고사 3회분은 실제 시험의 출제 패턴과 난이도를 충실히 반영하여 제작되었습니다. 각 회차별로 서로 다른 유형의 문제들을 수록하여 수험생들이 다양한 문제 유형에 대한 적응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기출유형 모의고사 3회분을 통해 수험생들은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 학습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간 관리 능력 향상과 문제 해결 속도 증진에 큰 도움이 되며, 실제 시험장에서의 긴장감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장 최근에 시행된 42회 시험(7월 시행)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최신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험생들이 변화하는 시험 트렌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42회 시험(7월 시행) 분석을 통해 새롭게 부각되는 출제 영역이나 문제 유형의 변화를 미리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기출유형 모의고사 3회분과 더불어 42회 시험(7월 시행) 다시보기를 통해 자신의 현재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남은 학습 기간 동안의 학습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에서 계산 문제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많게는 15문제까지 출제되는 계산 문제를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공팔에서 제공하는 자주 출제되는 계산 패턴 46유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솔루션입니다. 자주 출제되는 계산 패턴 46유형은 과거 시험에서 반복적으로 출제된 계산 문제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 해결 방법과 핵심 공식을 정리한 것입니다. 부동산 관련 상품, 리스크 관리, 채권 평가, 파생상품, 성과평가, 경제, 분산투자 등 주요 영역별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학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수험생들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자주 출제되는 계산 패턴 46유형은 단계별 해설과 함께 제공됩니다. 복잡해 보이는 계산 문제도 패턴을 이해하고 반복 연습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계산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전체 계산문제의 약 8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주 출제되는 계산 패턴 46유형에서는 각 유형별로 대표 문제와 변형 문제를 함께 제공하여 응용력을 기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시험에서 처음 보는 문제라도 학습한 패턴을 응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은 암기보다는 체계적인 이해와 적용 능력을 요구하는 시험입니다. '고시넷 투자자산운용사 이것만 공부하면 80점 합격(이공팔)'은 이러한 시험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학습 솔루션입니다. 42~30회 기출문제 AI분석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접근법, 기출유형 모의고사 3회분을 통한 실전 대비, 자주 출제되는 계산 패턴 46유형을 활용한 계산 능력 향상, 그리고 42회 시험(7월 시행) 분석을 통한 최신 경향 파악까지, 합격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학습 도구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개별 도구들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학습 시스템을 통해 수험생들은 최소한의 시간 투자로 최대한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투자자산운용사 시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찾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이공팔은 좋은 교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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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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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친구가 울고 있을 때, 나는 언제나 무언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조언이나, 경험담이나, 적어도 "괜찮아질 거야"라는 공허한 위로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정훈 작가의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를 읽으며 깨달았다. 가장 좋은 위로는 때로 말을 삼키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작가가 친구에게 보내려다 말았던 문자 메시지처럼.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는 라디오 속 누군가의 말을 전하려다가,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았던 그 순간처럼. 그 망설임 속에 진짜 사랑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너무 쉽게 말한다. "다 괜찮아질 거야",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이것도 지나갈 거야." 하지만 그 말들은 때로 아픈 사람을 더욱 고립시킨다. 마치 당신의 아픔은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당신이 지금 느끼는 이 절망은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침묵을 나이테에 비유한 작가의 표현이 가슴 깊이 박혔다. 나이를 먹으며 깨닫게 되는 것은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아는 것이라고 했던가. 침묵에도 온도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침묵은 차가웠다. 무관심처럼 느껴졌고, 소통의 단절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나도 누군가의 아버지가, 누군가의 어른이 되어 보니 안다. 침묵은 때로 가장 따뜻한 배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지켜지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할 때, 성급한 조언보다는 그냥 곁에 있어 주는 것. 해답을 제시하려 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아픔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이것이 진정한 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슬픔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첫 번째 조건이 자신을 지우는 일이라고. 그 문장 앞에서 나는 한참을 멈춰 섰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슬픔을 안고 산다. 그런데 때로는 그 슬픔을 뒤로 밀어둬야 할 때가 있다.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이 있을 때, 나보다 더 절실한 사람이 있을 때. 그것은 내 슬픔이 작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슬픔에 자리를 내어줄 때라는 것이다. 이런 양보는 때로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내 아픔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동시에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자주 자신을 지우다 보면 정말로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냉장고 속 찬밥 있잖아… 맛있어. 라면에 말아 먹으면." 작가가 친구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 말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찬밥. 어제의 밥, 식은 밥, 남은 밥. 그것도 맛있다고, 라면에 말아 먹으면 괜찮다고.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식었어도, 남은 것이라도. 조리법만 바꾸면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삼십 대에는 완벽하게 살려고 애썼다면, 사십 대에는 주어진 현실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산다는 작가의 고백이 와닿는다. 이것은 체념이 아니라 지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

"누군가를 견딘다는 것은 참는 것만이 아니다. 그 사람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과연 나는 그들을 믿고 기다려 주었을까? 아니면 내 기준에 맞추려고 재촉하기만 했을까? 진정한 사랑은 기다림이다. 상대방이 완벽해질 때까지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채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기에 가능한 삶의 기적이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십을 앞둔 작가는 말한다. 인생에서 무엇보다 큰 행운은 '함께 걸어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지혜로움을 갖는 것이라고.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었던가. 매일 보는 가족, 늘 그 자리에 있는 친구,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동료들. 그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길을 걷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가장 좋은 위로는 완벽하지 않다. 어설프고, 어색하고, 때로는 어긋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서툰 위로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화려한 말솜씨로 포장된 위로보다는, 어색하게나마 곁에 있어 주는 것. 완벽한 조언을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냥 들어주는 것. 답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함께 모르겠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는 말은 사실 현재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겠다는 말이다. 진정한 사랑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함께함에 있다. 지금 곁에 있어 주는 것, 지금 들어주는 것, 지금 함께 웃고 울어주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무엇을 말할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헤아리는 것.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불완전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는 내 안의 성급함을 돌아본다. 빨리 답을 찾으려 하는 조급함, 누군가를 내 기준에 맞추려는 오만함, 완벽하지 못한 것에 대한 조바심. 이 모든 것들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 그것이 나이듦의 품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 완벽하지 않아도 받아주는 사람, 서로의 서툼을 너그럽게 품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의 소중함을 말이다.


인생은 계속해서 마주하는 과정이다. 두려움을, 타자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 마주함의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조금씩 더 온전한 존재가 되어간다. 복싱을 통해 배운 교훈처럼, 힘든 티 내지 말고, 등 돌리지 말고, 끝까지 마주하는 것. 그렇게 사는 사람만이 "내일은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서툰 위로의 힘은 여기에 있다. 완벽한 답을 주지 못해도, 함께 마주해 주는 것.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해도, 그 문제와 함께 서 있어 주는 것. 길을 제시해 주지 못해도, 같이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위로, 완벽하지 않지만 따뜻한 동행,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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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주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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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부터 쉽게 다가가기는 힘들었다. 파사주... 무슨 뜻일까 생각하게 한다. 한문을 보아야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책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일지 궁금해지게 한다. <파사주>는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탈출한 두 청소년, 유림과 해수의 이야기다. 8살과 12살부터 그곳에 갇혀 지낸 이들이 17살이 되어 마침내 벽돌집을 탈출하며 시작되는 여정을 통해 순례가 되는 과정을 이야히 한다.

보육원은 겉으로는 종교적 신념에 기반한 보호시설이지만, 실상은 군대식 위계질서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감옥과 다름없다. '아버지 선생님'으로 불리는 교주가 신도들과 원생들을 지배하며,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착취가 자행된다. 특히 의심 많고 반항적인 해수는 이런 체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가장 가혹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 두 아이의 탈출 여정은 황천길과 명도로 표현되는 상징적 공간들을 거쳐간다.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해수는 사실 보육원에서 당한 폭력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고, 유림과 함께하는 여행은 애도와 치유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소설을 통해서 드러나는 진실에 있다....

​책의 제목인 파사주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파사주(破四柱)', 즉 주어진 운명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또한 파사주는 사주를 볼 때 쓰는 용어로서 나와 주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운명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소설의 핵심 메시지와 정확히 부합한다. 해수의 "구원이란 누가 해주는 게 아니거든.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 거지"라는 말은 운명론적 체념을 거부하고 자기 결정권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동시에 유림과 해수의 관계는 홀로서는 불가능한 구원이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가능해짐을 보여준다. "둘이 아닌 혼자서는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는 유림의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말하기'와 '침묵'의 대조다. '하나의말씀'이라는 종교 단체명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그곳에서는 오직 교주의 '말씀'만이 허용되고, 아이들은 복창과 침묵만 강요당한다. "하나님은 말을 안 해, 말씀만 하시지"라며 판단을 금지하는 교주의 논리는 사고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전형적인 세뇌 기법이다. 반면 해수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한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나?" "너희도 인간으로 살고 싶어?"와 같은 그의 물음들은 체제의 근본을 흔드는 위험한 말들이다. 그리고 이런 '말하기'야말로 진정한 구원의 시작점이 된다. 소설 속 "이야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것만은 피하기 위해서"라는 문장이 특히 울림을 준다. 침묵 속에서는 삶도 죽음도 아닌 무기력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을 말하고, 기억하고, 증언해야만 진정한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이 소설은 종교를 가장한 권력의 폭력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고, 성폭력을 자행하면서도 종교적 수사로 포장하는 모습은 현실의 여러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소문은 호기심과 비겁함, 그리고 적극적인 침묵 속에서 몸집을 불린다" 이런 폭력이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방관과 침묵이 폭력의 공범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절망적 현실 고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유림과 해수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것은 인간적 연대의 가능성이다.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기억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야말로 가장 강력한 저항의 형태라는 것이다. 해수가 유림과 함께 여행하는 설정은 환상적이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며,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울면서 살 거야"라는 유림의 다짐은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며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소설은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대화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서술, 그리고 복층적 의미를 담은 공간 설정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특히 각 장의 제목들(서, 물, 황천, 길, 명도, 들, 묘지, 뫼, 망산 숲, 신림, 늪, 윤해, 종)이 만들어내는 운율감과 함께 독자들로 하여금 잠시 멈춰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만이 그들의 집이자 길이었다"는 표현처럼, 작가는 관계의 본질을 시적 언어로 풀어낸다. 이런 서정적 문체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힘이 된다.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권력은 언제나 침묵을 강요하고, 피해자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고, 상처를 증언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주는 것 같다. 구원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스스로'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타인과의 연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 속에서만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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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스트를 위한 멘토링 - 당신도 갤러리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나하나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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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흰 벽에 걸린 작품들 사이를 걸으며 작가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전시를 기획하며 예술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일. 많은 이들이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에 막연한 로망을 품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 그 길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갤러리스트를 위한 멘토링》은 바로 이런 고민을 품은 이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실무 가이드북이다.


이 책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지점은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다. 흔히 갤러리스트를 단순히 '그림을 파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합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저자는 갤러리스트를 작가와 관객을 잇는 문화적 중개자이자, 예술의 사회적 순환을 책임지는 전문가로 정의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갤러리스트가 수행해야 하는 네 가지 핵심 역할에 대한 설명이다. 먼저 '발굴자'로서 잠재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는 안목을 길러야 하고, '기획자'로서 작품이 가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시 구성 능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판매자'로서 작품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고 고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비즈니스 감각을 갖춰야 하며, '커뮤니티 빌더'로서 예술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역량도 요구된다. 이러한 다면적 역할 정의는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이 단순한 상업적 활동이 아니라, 문화 생태계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전문직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작가의 창작 세계와 대중의 일상 사이에서 의미 있는 만남을 연출하는 문화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다루는 전시 공간에 대한 분석도 매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각각이 추구하는 가치와 운영 방식의 차이를 설명한다. 미술관이 공공성과 교육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역할을 한다면, 갤러리는 상업성을 기반으로 하되 예술의 현재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호텔 갤러리, 백화점 아트스페이스 등 다양한 형태의 전시 공간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이들 공간은 순수한 상업 갤러리와 공공 미술관 사이의 중간 지대에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 향유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공간 생태계의 이해는 예비 갤러리스트들이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특히 공간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갤러리스트의 역량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막연하게 '갤러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갤러리 운영의 실제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전시 기획부터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면서, 각 단계에서 필요한 업무와 주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작가 섭외 과정에서는 좋은 작품을 가진 작가를 찾는 것을 넘어, 갤러리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작가를 발굴하는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작가와의 첫 만남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작품을 어떤 관점에서 평가해야 하는지, 계약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들이 풍부하다. 전시 설치 과정에서는 작품의 배치, 조명 설계, 동선 계획 등 관객의 경험을 좌우하는 물리적 요소들의 중요성을 다룬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설치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와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판매 과정에서는 작품의 가격 책정 원리부터 고객 응대 방법, 판매 후 관리까지 상업 갤러리의 핵심 업무를 상세히 다룬다. 특히 '작품이 팔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세계와 컬렉터의 삶이 만나는 의미 있는 연결고리라는 관점은, 갤러리스트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책의 중간 부분에서는 갤러리스트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기존 갤러리에 취업하는 방법과 직접 갤러리를 창업하는 방법으로 크게 나누어, 각각의 장단점과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취업 준비생을 위한 섹션에서는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 이력서 작성 요령, 면접 대비 전략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미술계 특성상 학력이나 스펙보다는 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열정, 그리고 실무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턴십이나 자원봉사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의 중요성도 언급하며, 구체적인 기회를 찾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초기 자본 확보, 공간 선택, 법적 절차, 초기 운영 전략 등 실무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소규모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장하는 방법론을 제시하여, 무리한 투자로 인한 실패 위험을 줄이는 현실적 접근법을 강조한다.

갤러리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명확한 수익 모델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책에서는 작품 판매뿐만 아니라 전시 대관, 작품 대여, 컨설팅, 아트페어 참가 등 다양한 수익원을 소개하며, 각각의 특성과 수익성을 분석한다. 특히 아트페어 참가에 대한 부분은 매우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아트페어 선택 기준, 부스 구성 방법, 참가비 대비 수익성 계산, 네트워킹 활용법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어, 아트페어를 통한 갤러리 확장 전략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과 SNS 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갤러리 홍보 전략과 온라인 판매 시스템 구축 방법을 소개하여, 전통적인 오프라인 공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점을 확대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NFT와 디지털 아트의 등장, 메타버스 전시, AI 아트 등 급변하는 미술계 환경에 대응하는 갤러리스트의 역할을 전망한다. 기술의 발전이 예술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지만, 예술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에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와 함께, 변하지 않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물리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감상 경험의 고유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전략적 접근을 제안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예술 향유 패턴 변화에 주목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체험형 전시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관객이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능력이 미래의 갤러리스트에게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깊이 있는 질문은 '예술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갤러리스트가 예술이 사회와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가는 문화 창조자라고 정의한다. "미술은 감성의 일이지만 감정으로 일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조언은 예술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다.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현실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갤러리스트의 숙명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또한 번아웃 없이 지속가능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과도한 이상주의나 지나친 상업주의 모두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현실적인 운영 감각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멘토링'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미리 알려주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의 대처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10년 넘는 갤러리 운영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조언들은, 이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생함과 실용성을 갖고 있다. 실패 사례와 성공 경험을 균형 있게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개인적 보람에 대한 성찰이 깊이 있게 다뤄진다.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개인적 성장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서 갤러리스트의 길을 조망한다. 예술계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 갤러리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 그리고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같다. 갤러리스트라는 꿈이 더 이상 막연한 동경이 아닌,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도전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가 되도록 돕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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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미술사 -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박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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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나는 당황했다. 고흐가 생전에 그림을 하나도 팔지 못했다는 것이 거짓이라니.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이야기가 사실 요한나라는 여성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박재연 교수님의 《두 번째 미술사》는 내가 당연하게 믿어왔던 미술사의 신화들을 하나씩 해체하며, 그 너머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들을 펼쳐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였다.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서면서, 도록을 읽으면서, 심지어 미술사 강의를 들으면서도 나는 표면만을 훑고 있었던 것 같았다. 거장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수많은 조수들의 손길, 여성 예술가들의 지워진 이름들, 그리고 작품이 명작이 되기까지의 복잡한 정치적·경제적 메커니즘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루벤스가 혼자서 모든 작품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지만, 동시에 흥미로웠다. 그의 공방은 하나의 예술 기업이었고, 그는 CEO였다. 조수와 제자들이 밑그림을 그리고 세부를 채우면, 루벤스가 마지막에 터치를 가해 완성도를 높이는 시스템. 이것이 오늘날 제프 쿤스나 다미안 허스트 같은 작가들이 운영하는 대규모 스튜디오의 원형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처음에는 이것이 일종의 '속임수'처럼 느껴졌다. 내가 루벤스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감탄했던 것들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손길이었다니. 하지만 책을 더 읽어가면서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예술이란 언제나 개인의 천재적 영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현대 미술계의 NFT 아트나 AI를 활용한 창작 논란을 보면서도 이런 관점이 도움이 되었다. 기술과 인간, 개인과 집단, 원본성과 복제가능성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루벤스의 공방 시스템은 예술 창작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중요한 사례였다.

베르트 모리조의 이야기는 가슴 아팠다. 인상주의 미학을 정립한 핵심 인물이면서도 사망진단서에 '무직'으로 기재된 그녀의 현실. '에두아르 마네의 제수씨'라는 타이틀로만 기억되며, 독립적인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 가려진 채 오랫동안 잊혔다는 사실에서 나는 미술사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이었는지 깨달았다. 힐마 아프 클린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칸딘스키보다 수년 앞서 완전한 추상 그림을 그려냈지만, 스웨덴이라는 변방에서 활동했고 스스로 작품 발표를 미뤘기 때문에 주류 미술사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최초'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정치적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현재 우리 주변에도 모리조나 클린트 같은 예술가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류 담론에서 밀려나 있지만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 지역이나 장르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예술가들. 미술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는 그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작품의 제목과 해석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앵그르의 <터키탕>이 실제로는 터키와 아무 관련이 없다거나,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것들 말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마들렌의 초상>이 원래는 "한 흑인 여성"으로 불렸다가 200년 후에야 모델의 실명을 찾아 제목이 바뀐 이야기였다. 이는 단순한 제목 변경이 아니라, 익명화되고 타자화되었던 존재가 개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작품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였다. 뒤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코뿔소를 그린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전해 들은 이야기와 상상력만으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실제 코뿔소보다 더 오래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는 사실. 이는 예술이 사실의 재현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눈을 뜨게 하는 내용이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이 모네의 <수련 연작>을 위해 전시실 자체를 대대적으로 개조한 이야기, 루브르 박물관이 전쟁 중 주요 작품들을 암호로 표시하고 외딴 시골로 대피시킨 노력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미술관이 작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명작을 명작으로 '완성'시키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술관의 벽이 원래는 붉은색이었다가 나중에 하얀색으로 바뀐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실제로는 작품을 보는 우리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사실. 중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하얀 벽도 사실은 특정한 미학적 선택의 결과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미술관을 가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보게 되었다.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이 놓인 맥락, 그것을 둘러싼 담론, 그리고 그것이 명작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들을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AI가 생성한 이미지들이 예술계에 던지는 질문들도 이 책의 관점에서 보면 새롭게 이해된다. '렌브란트라면 그렸을 법한 새로운 작품'을 AI가 창조한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는 작가의 정체성이나 작품의 진정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든다. 하지만 루벤스의 공방 시스템이나 렘브란트 작품의 진위 논란을 생각해보면, 이런 질문들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술사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번째 미술사》를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미술사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이야기들도 언제든 재검토될 수 있고, 지금은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이나 작가도 미래에는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믿고 있는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예술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놓치고 있는 목소리들은 무엇인가?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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