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주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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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부터 쉽게 다가가기는 힘들었다. 파사주... 무슨 뜻일까 생각하게 한다. 한문을 보아야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책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일지 궁금해지게 한다. <파사주>는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탈출한 두 청소년, 유림과 해수의 이야기다. 8살과 12살부터 그곳에 갇혀 지낸 이들이 17살이 되어 마침내 벽돌집을 탈출하며 시작되는 여정을 통해 순례가 되는 과정을 이야히 한다.

보육원은 겉으로는 종교적 신념에 기반한 보호시설이지만, 실상은 군대식 위계질서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감옥과 다름없다. '아버지 선생님'으로 불리는 교주가 신도들과 원생들을 지배하며,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착취가 자행된다. 특히 의심 많고 반항적인 해수는 이런 체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가장 가혹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 두 아이의 탈출 여정은 황천길과 명도로 표현되는 상징적 공간들을 거쳐간다.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해수는 사실 보육원에서 당한 폭력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고, 유림과 함께하는 여행은 애도와 치유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소설을 통해서 드러나는 진실에 있다....

​책의 제목인 파사주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파사주(破四柱)', 즉 주어진 운명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또한 파사주는 사주를 볼 때 쓰는 용어로서 나와 주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운명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소설의 핵심 메시지와 정확히 부합한다. 해수의 "구원이란 누가 해주는 게 아니거든.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 거지"라는 말은 운명론적 체념을 거부하고 자기 결정권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동시에 유림과 해수의 관계는 홀로서는 불가능한 구원이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가능해짐을 보여준다. "둘이 아닌 혼자서는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는 유림의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말하기'와 '침묵'의 대조다. '하나의말씀'이라는 종교 단체명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그곳에서는 오직 교주의 '말씀'만이 허용되고, 아이들은 복창과 침묵만 강요당한다. "하나님은 말을 안 해, 말씀만 하시지"라며 판단을 금지하는 교주의 논리는 사고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전형적인 세뇌 기법이다. 반면 해수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한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나?" "너희도 인간으로 살고 싶어?"와 같은 그의 물음들은 체제의 근본을 흔드는 위험한 말들이다. 그리고 이런 '말하기'야말로 진정한 구원의 시작점이 된다. 소설 속 "이야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것만은 피하기 위해서"라는 문장이 특히 울림을 준다. 침묵 속에서는 삶도 죽음도 아닌 무기력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을 말하고, 기억하고, 증언해야만 진정한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이 소설은 종교를 가장한 권력의 폭력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고, 성폭력을 자행하면서도 종교적 수사로 포장하는 모습은 현실의 여러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소문은 호기심과 비겁함, 그리고 적극적인 침묵 속에서 몸집을 불린다" 이런 폭력이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방관과 침묵이 폭력의 공범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절망적 현실 고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유림과 해수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것은 인간적 연대의 가능성이다.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기억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야말로 가장 강력한 저항의 형태라는 것이다. 해수가 유림과 함께 여행하는 설정은 환상적이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며,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울면서 살 거야"라는 유림의 다짐은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며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소설은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대화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서술, 그리고 복층적 의미를 담은 공간 설정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특히 각 장의 제목들(서, 물, 황천, 길, 명도, 들, 묘지, 뫼, 망산 숲, 신림, 늪, 윤해, 종)이 만들어내는 운율감과 함께 독자들로 하여금 잠시 멈춰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만이 그들의 집이자 길이었다"는 표현처럼, 작가는 관계의 본질을 시적 언어로 풀어낸다. 이런 서정적 문체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힘이 된다.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권력은 언제나 침묵을 강요하고, 피해자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고, 상처를 증언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주는 것 같다. 구원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스스로'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타인과의 연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 속에서만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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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스트를 위한 멘토링 - 당신도 갤러리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나하나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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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흰 벽에 걸린 작품들 사이를 걸으며 작가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전시를 기획하며 예술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일. 많은 이들이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에 막연한 로망을 품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 그 길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갤러리스트를 위한 멘토링》은 바로 이런 고민을 품은 이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실무 가이드북이다.


이 책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지점은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다. 흔히 갤러리스트를 단순히 '그림을 파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합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저자는 갤러리스트를 작가와 관객을 잇는 문화적 중개자이자, 예술의 사회적 순환을 책임지는 전문가로 정의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갤러리스트가 수행해야 하는 네 가지 핵심 역할에 대한 설명이다. 먼저 '발굴자'로서 잠재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는 안목을 길러야 하고, '기획자'로서 작품이 가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시 구성 능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판매자'로서 작품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고 고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비즈니스 감각을 갖춰야 하며, '커뮤니티 빌더'로서 예술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역량도 요구된다. 이러한 다면적 역할 정의는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이 단순한 상업적 활동이 아니라, 문화 생태계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전문직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작가의 창작 세계와 대중의 일상 사이에서 의미 있는 만남을 연출하는 문화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다루는 전시 공간에 대한 분석도 매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각각이 추구하는 가치와 운영 방식의 차이를 설명한다. 미술관이 공공성과 교육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역할을 한다면, 갤러리는 상업성을 기반으로 하되 예술의 현재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호텔 갤러리, 백화점 아트스페이스 등 다양한 형태의 전시 공간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이들 공간은 순수한 상업 갤러리와 공공 미술관 사이의 중간 지대에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 향유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공간 생태계의 이해는 예비 갤러리스트들이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특히 공간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갤러리스트의 역량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막연하게 '갤러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갤러리 운영의 실제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전시 기획부터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면서, 각 단계에서 필요한 업무와 주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작가 섭외 과정에서는 좋은 작품을 가진 작가를 찾는 것을 넘어, 갤러리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작가를 발굴하는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작가와의 첫 만남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작품을 어떤 관점에서 평가해야 하는지, 계약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들이 풍부하다. 전시 설치 과정에서는 작품의 배치, 조명 설계, 동선 계획 등 관객의 경험을 좌우하는 물리적 요소들의 중요성을 다룬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설치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와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판매 과정에서는 작품의 가격 책정 원리부터 고객 응대 방법, 판매 후 관리까지 상업 갤러리의 핵심 업무를 상세히 다룬다. 특히 '작품이 팔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세계와 컬렉터의 삶이 만나는 의미 있는 연결고리라는 관점은, 갤러리스트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책의 중간 부분에서는 갤러리스트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기존 갤러리에 취업하는 방법과 직접 갤러리를 창업하는 방법으로 크게 나누어, 각각의 장단점과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취업 준비생을 위한 섹션에서는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 이력서 작성 요령, 면접 대비 전략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미술계 특성상 학력이나 스펙보다는 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열정, 그리고 실무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턴십이나 자원봉사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의 중요성도 언급하며, 구체적인 기회를 찾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초기 자본 확보, 공간 선택, 법적 절차, 초기 운영 전략 등 실무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소규모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장하는 방법론을 제시하여, 무리한 투자로 인한 실패 위험을 줄이는 현실적 접근법을 강조한다.

갤러리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명확한 수익 모델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책에서는 작품 판매뿐만 아니라 전시 대관, 작품 대여, 컨설팅, 아트페어 참가 등 다양한 수익원을 소개하며, 각각의 특성과 수익성을 분석한다. 특히 아트페어 참가에 대한 부분은 매우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아트페어 선택 기준, 부스 구성 방법, 참가비 대비 수익성 계산, 네트워킹 활용법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어, 아트페어를 통한 갤러리 확장 전략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과 SNS 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갤러리 홍보 전략과 온라인 판매 시스템 구축 방법을 소개하여, 전통적인 오프라인 공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점을 확대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NFT와 디지털 아트의 등장, 메타버스 전시, AI 아트 등 급변하는 미술계 환경에 대응하는 갤러리스트의 역할을 전망한다. 기술의 발전이 예술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지만, 예술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에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와 함께, 변하지 않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물리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감상 경험의 고유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전략적 접근을 제안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예술 향유 패턴 변화에 주목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체험형 전시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관객이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능력이 미래의 갤러리스트에게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깊이 있는 질문은 '예술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갤러리스트가 예술이 사회와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가는 문화 창조자라고 정의한다. "미술은 감성의 일이지만 감정으로 일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조언은 예술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다.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현실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갤러리스트의 숙명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또한 번아웃 없이 지속가능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과도한 이상주의나 지나친 상업주의 모두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현실적인 운영 감각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멘토링'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미리 알려주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의 대처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10년 넘는 갤러리 운영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조언들은, 이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생함과 실용성을 갖고 있다. 실패 사례와 성공 경험을 균형 있게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개인적 보람에 대한 성찰이 깊이 있게 다뤄진다.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개인적 성장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서 갤러리스트의 길을 조망한다. 예술계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 갤러리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 그리고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같다. 갤러리스트라는 꿈이 더 이상 막연한 동경이 아닌,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도전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가 되도록 돕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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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미술사 -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박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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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나는 당황했다. 고흐가 생전에 그림을 하나도 팔지 못했다는 것이 거짓이라니.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이야기가 사실 요한나라는 여성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박재연 교수님의 《두 번째 미술사》는 내가 당연하게 믿어왔던 미술사의 신화들을 하나씩 해체하며, 그 너머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들을 펼쳐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였다.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서면서, 도록을 읽으면서, 심지어 미술사 강의를 들으면서도 나는 표면만을 훑고 있었던 것 같았다. 거장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수많은 조수들의 손길, 여성 예술가들의 지워진 이름들, 그리고 작품이 명작이 되기까지의 복잡한 정치적·경제적 메커니즘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루벤스가 혼자서 모든 작품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지만, 동시에 흥미로웠다. 그의 공방은 하나의 예술 기업이었고, 그는 CEO였다. 조수와 제자들이 밑그림을 그리고 세부를 채우면, 루벤스가 마지막에 터치를 가해 완성도를 높이는 시스템. 이것이 오늘날 제프 쿤스나 다미안 허스트 같은 작가들이 운영하는 대규모 스튜디오의 원형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처음에는 이것이 일종의 '속임수'처럼 느껴졌다. 내가 루벤스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감탄했던 것들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손길이었다니. 하지만 책을 더 읽어가면서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예술이란 언제나 개인의 천재적 영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현대 미술계의 NFT 아트나 AI를 활용한 창작 논란을 보면서도 이런 관점이 도움이 되었다. 기술과 인간, 개인과 집단, 원본성과 복제가능성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루벤스의 공방 시스템은 예술 창작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중요한 사례였다.

베르트 모리조의 이야기는 가슴 아팠다. 인상주의 미학을 정립한 핵심 인물이면서도 사망진단서에 '무직'으로 기재된 그녀의 현실. '에두아르 마네의 제수씨'라는 타이틀로만 기억되며, 독립적인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 가려진 채 오랫동안 잊혔다는 사실에서 나는 미술사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이었는지 깨달았다. 힐마 아프 클린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칸딘스키보다 수년 앞서 완전한 추상 그림을 그려냈지만, 스웨덴이라는 변방에서 활동했고 스스로 작품 발표를 미뤘기 때문에 주류 미술사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최초'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정치적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현재 우리 주변에도 모리조나 클린트 같은 예술가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류 담론에서 밀려나 있지만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 지역이나 장르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예술가들. 미술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는 그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작품의 제목과 해석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앵그르의 <터키탕>이 실제로는 터키와 아무 관련이 없다거나,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것들 말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마들렌의 초상>이 원래는 "한 흑인 여성"으로 불렸다가 200년 후에야 모델의 실명을 찾아 제목이 바뀐 이야기였다. 이는 단순한 제목 변경이 아니라, 익명화되고 타자화되었던 존재가 개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작품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였다. 뒤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코뿔소를 그린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전해 들은 이야기와 상상력만으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실제 코뿔소보다 더 오래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는 사실. 이는 예술이 사실의 재현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눈을 뜨게 하는 내용이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이 모네의 <수련 연작>을 위해 전시실 자체를 대대적으로 개조한 이야기, 루브르 박물관이 전쟁 중 주요 작품들을 암호로 표시하고 외딴 시골로 대피시킨 노력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미술관이 작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명작을 명작으로 '완성'시키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술관의 벽이 원래는 붉은색이었다가 나중에 하얀색으로 바뀐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실제로는 작품을 보는 우리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사실. 중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하얀 벽도 사실은 특정한 미학적 선택의 결과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미술관을 가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보게 되었다.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이 놓인 맥락, 그것을 둘러싼 담론, 그리고 그것이 명작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들을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AI가 생성한 이미지들이 예술계에 던지는 질문들도 이 책의 관점에서 보면 새롭게 이해된다. '렌브란트라면 그렸을 법한 새로운 작품'을 AI가 창조한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는 작가의 정체성이나 작품의 진정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든다. 하지만 루벤스의 공방 시스템이나 렘브란트 작품의 진위 논란을 생각해보면, 이런 질문들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술사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번째 미술사》를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미술사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이야기들도 언제든 재검토될 수 있고, 지금은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이나 작가도 미래에는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믿고 있는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예술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놓치고 있는 목소리들은 무엇인가?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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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 벤츠에서 테슬라까지, 150년 역사에 담긴 흥미진진 자동차 문화사전
루카 데 메오 지음, 유상희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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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루카 드 메오(Luca de Meo)의 <자동차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는 자동차 애호가들을 위한 사전 형식의 에세이집이다. 현재 르노 그룹의 CEO로 재직 중인 저자는 30년 이상 자동차 업계에서 활동하며 피아트, 폴크스바겐, 세아트 등 유럽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를 거쳐온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독일, 스페인, 그리고 현재 프랑스까지 유럽 전역의 자동차 문화를 체험한 저자만이 쓸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사전 형식을 취하고 있다. 'ㄱ'부터 시작해 'ㅎ'로 끝나는 이 책은 자동차 백과사전만이 아니라, 자동차를 둘러싼 인간의 이야기, 문화,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는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할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에 있다. 전설적인 자동차 모델들(2CV, DS, R5 등)과 유명 브랜드들에 대한 이야기를 예상하지만, 저자는 'R comme robots(로봇)', 'S comme Sans permis(무면허)'와 같은 현대적이고 때로는 의외의 주제들도 이야기 한다. 이러한 접근은 자동차 산업이 과거의 향수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역동적인 영역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각 항목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업계 내부자로서의 통찰을 절묘하게 조합한다. 예를 들어, 특정 모델의 기술적 혁신을 설명할 때는 그 뒤에 숨겨진 인간적 드라마나 경영진의 결정 과정까지 포함시켜, 자동차가 인간의 창조물임을 강조한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위치를 경험한 저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이다.

드 메오의 접근법에서 주목할 점은 자동차를 교통수단만이 아닌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는 자동차가 지난 150년간 우리 사회의 기둥 역할을 해온 과정을 추적하면서, 각 시대의 사회적 변화와 자동차의 진화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특히 유럽의 서로 다른 자동차 문화를 경험한 저자의 독특한 위치에서 나오는 통찰이다.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초상화들은 자동차 산업을 만들어온 인간의 이야기로 읽힌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경영자들의 개인적 동기와 창조적 과정을 통해 자동차 역사 뒤에 숨겨진 인간적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사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는 현대적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저자는 자동차와 관련된 언어, 은유, 사회적 의미들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자동차가 개인의 정체성, 사회적 지위, 라이프스타일의 표현 수단이 되어온 과정을 추적하면서, 현대인의 자동차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오랜 업계 경험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자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피아트에서 폴크스바겐, 세아트, 그리고 르노까지 거쳐온 경험은 유럽 자동차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내부자적 관점을 제공한다. 공식 발표나 언론 보도에서는 알 수 없는 의사결정 과정, 브랜드 전략의 배경, 그리고 업계의 숨겨진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업계 내부자적 시각은 때로는 비판적 거리감의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의 환경적 영향, 도시화 문제,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현대적 쟁점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접근을 보인다. 이는 현직 CEO로서의 입장과 개인적 자동차 애호가로서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유럽 중심적 시각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시아나 미국의 자동차 문화, 특히 현재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이나 테슬라 같은 신생 기업들에 대한 다룸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는 저자의 경험 범위와 관련이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다루는 책으로서는 균형감의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는 자동차 산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다.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그리고 모빌리티 서비스의 부상 등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드 메오는 'Génération Z'나 'robots' 같은 항목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자동차 문화에 대한 애착도 강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양가적 태도는 오히려 현재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적 요구사항에 대응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자동차가 가진 문화적, 감정적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자의 관점에서 이는 단순한 기술적 전환이 아니라 인간과 자동차의 관계 자체에 대한 재정의를 의미한다. 특히 전기차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흥미롭다. 기술적 혁신을 인정하면서도,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가 가진 감성적, 문화적 요소들이 상실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다. 이는 기술 발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 과정에서 보존되어야 할 가치들에 대한 성찰로 읽힌다.

책의 사전 형식은 선형적 읽기보다는 관심 있는 항목을 골라 읽는 방식을 권한다. 이는 바쁜 현대인들의 독서 패턴에도 적합하며, 각 항목이 독립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체를 통독할 경우, 저자의 자동차에 대한 총체적 시각과 철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전문적이면서도 접근하기 쉽게 쓰여있어, 자동차 업계 종사자부터 일반적인 자동차 애호가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아우를 수 있다. 기술적 세부사항보다는 이야기와 맥락에 중점을 둔 서술 방식은 자동차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독자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각국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는 저자의 통찰을 더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루카 드 메오의 책은 자동차 애호서의 범주를 넘어서는 문화사적 의미를 가진다. 자동차 산업의 내부자이자 동시에 진정한 애호가로서의 저자의 시각은, 기술과 인간, 산업과 문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한다. 책의 강점은 저자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생생한 통찰과 자동차를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인문학적 접근에 있다. 각 항목에서 드러나는 개인적 경험과 전문적 지식의 조합은 독자들에게 자동차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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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스몰 토크 이렇게나 쉬웠다니
김영욱 지음 / 모티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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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화상영어 수업을 받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영어 강사가 있었다. 짧고 명확한 설명으로 "이럴 땐 이런 영어를", "이건 이렇게 해야 해"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구독 버튼을 눌렀다. 그것이 바로 달변가 영쌤과의 첫 만남이었다. 매일 찾아보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영상이 추천될 때마다 빠짐없이 시청하며 조금씩 영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영어로 스몰 토크 이렇게나 쉬웠다니>라는 제목부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상영어를 하면서 항상 같은 표현만 반복하는 나 자신을 보며 답답해했던 터라, 이 책이 나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해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이 책은 총 80일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파트 'Day 1-30'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한국어 표현 30가지를 자연스러운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다룬다. 두 번째 파트 역시 'Day 1-30'으로, 원어민들이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패턴들을 일상 대화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 파트는 'Day 1-20'으로 조동사 패턴에 집중한다. 각 단원의 구성 또한 체계적이다. 먼저 '표현 고민하기'로 시작해서 '3가지 표현 함께 익히기', '각 표현의 뉘앙스 바로 알기', '표현 활용예문', '대화문', '실력 5배 상승 표현', 그리고 마지막에 '영쌤의 마지막 한 마디'로 마무리된다. 이런 단계적 접근 방식이 학습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표현을 체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책을 펼쳐 첫 번째 표현을 살펴보았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넌 왜 이렇게 눈치가 없니?"라는 표현이었는데, 평소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Why can't you take a hint?"라고 당당하게 영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하나의 표현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같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실제 대화문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이 다른 영어 학습서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에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한국의 영어 교육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외국인 앞에서 벙어리가 되는 한국인들의 현실을 직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으로 스몰 토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문법이나 어휘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각 표현은 충분한 맥락을 제공하는 대화문과 함께 제시되어,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45만 명의 검증된 후기와 "영어로 대화하는 게 이렇게 쉽고 재밌는 건지 처음 알았다"는 평가를 보며,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이 책으로 체계적인 학습 루틴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먼저 하루에 한 표현씩 천천히 소화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단순히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 표현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고, 대화문을 소리 내어 읽으며 자연스러운 발음과 억양까지 익히려 한다. 특히 '영쌤의 마지막 한 마디'는 꼼꼼히 읽으며 각 표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할 계획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 다루는 패턴 학습은 영어 실력 향상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다. "There is/are", "I want to", "I feel like" 같은 기본 패턴부터 시작해서 "No wonder", "I can't help" 등의 고급 표현까지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패턴들은 단순 암기가 아닌 다양한 예문과 상황별 활용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빈도수 1위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정된 패턴들이라는 점에서 신뢰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파트인 조동사 패턴 학습은 영어의 뉘앙스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Can I", "Should I", "Must have", "Could have" 등의 조동사 패턴들은 같은 의미라도 화자의 의도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각 조동사 패턴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뉘앙스로 사용되는지를 명확히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어, 그동안 헷갈렸던 부분들을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살펴보면서 느낀 작은 아쉬움이 하나 있다면, QR 코드를 통한 음성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화문을 네이티브 발음으로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완벽한 학습이 가능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의 체계적인 구성과 실용적인 내용, 그리고 달변가 영쌤의 친근한 설명이 주는 학습 동기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매일매일 영어 실력을 120% 상승시킬 수 있는 확실한 예시와 추가적인 실전 문장들이 제공된다는 약속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 한권으로 영어로 할 수 있는 90% 이상의 대화는 가능하게 만들자"는 저자의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는 단어와 아는 표현을 더 잘 쓰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져서, 나 역시 영어 울렁증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앞으로 80일간의 여정을 통해 "아, 그 표현 뭐더라?"라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자연스럽게 영어가 입에서 나오는 그날을 만들어보려 한다. 달변가 영쌤이 제시한 로드맵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진정한 영어 소통의 즐거움을 경험해보고 싶다. 이 책과의 만남이 단순히 또 하나의 영어 학습서를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어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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