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025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수상작
희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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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궁극적 귀결점이지만, 현대 사회는 그것을 직면하기보다 은폐하고 미루는 경향이 있다. 장례라는 의례는 죽음을 인정하고 애도하는 공적 과정이며, 그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다. 책은 죽음을 둘러싼 노동의 세계와 현대 사회의 애도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관계와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의 책이다.

​장례는 더 이상 가문의 의례가 아닌 가족 행사로 변모했다. "장례의 성격이 가문의 의례에서 가족 행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주요한 이유일 테다. 사람들은 장법을 잘 아는 호상을 필요로 하기보다 가족 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해줄 '플래너'를 원했다." 이러한 변화는 장례 산업의 전문화와 상품화를 가속화했고, '웨딩 플래너'처럼 '엔딩 플래너'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장례 문화가 더욱 축소되고 간소화되었다. "작은 빈소, 적은 문상객, 간소한 절차는 더는 불효로 상징되거나 초라하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장례식장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고, 가족장에 맞는 작은 빈소와 무빈소 상품이 새롭게 등장했다. 장례업은 점차 산업화되어가며 서비스 노동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 장례지도사들은 특별한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한다. "고객과 눈을 맞출 때는 활짝 웃어서는 안 된다. 무표정도 안 된다. 여기는 슬픈 곳이니 슬픈 표정은 더욱 안 된다. 장례식장과 서비스직, 그 경계에 표정과 몸짓과 눈빛을 놓아야 한다." 이들은 사별의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한다.

장례 노동은 육체적으로도 고된 일이다. 장례지도사들은 시신을 씻기고, 입관하고, 운구하는 과정에서 육체적 노동을 직접 수행한다. 특히 시신을 복원하는 작업은 세심한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 "사라진 눈을 만들고, 부서진 코를 세우고, 눈썹마저 한 올 한 올 새로 그렸다." 시신을 대하는 노동은 또한 죽음의 물리적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시신은 당연하게도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이럴 때 시신을 물로 씻으려고 하면 피부가 다 쓸려나간다. 탈지면으로 온몸을 감싸고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죽음의 육체적 측면을 다루는 전문적 기술이다. 장례 노동의 성별화 역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관을 드는 거리는 입관실에서 장례식장 앞에 세워진 운구 버스까지이다. 그 짧은 거리마저 남성만이 관에 손을 댄다." 이는 우리 사회의 성역할 고정관념이 죽음을 다루는 노동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깨달음은 중요하다. "나는 사람이 시체로 나타났다는 사실보다 늙은 몸으로 등장한 데 더 놀랐다. 나이 듦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벗은 몸. 나는 나이 듦도 모른 채 죽음에 대해 알고자 했던 것이다." 노인들의 몸은 삶을 살아낸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살아내는 데 연료로 써버린 듯 근육과 살이 말라붙어 있었다." 이러한 묘사는 노화가 단순한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담은 기록임을 보여준다. 죽음의 공간은 종종 산 자의 필요에 의해 재구성된다. "묘지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와 갈등을 빚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한국에서 죽은 자의 땅 묘지와 산 자의 땅 도시의 긴장 관계는 산 자의 승리로 귀결된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묘지는 이장되거나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선다. 부산 아미동의 사례는 죽은 자와 산 자의 복잡한 공존을 보여준다. "일본인 무덤 위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화강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무덤은 단단한 벽과 바닥이 되어주었고, 유골함이 자리했던 광중은 아궁이 역할을 했다." 이는 생존의 필요가 죽은 자를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극적인 예시이다.

모든 죽음이 동등하게 애도받지 않는다는 현실은 사회적 불평등의 또 다른 표현이다. "누구에게 살아갈 수 있는 자원을 배분할 것인가. 국가적으로는 공적 지원 제도가 작동하는 문제다. 누구를 죽일 것인가도 통치의 기술이고, 누구를 살릴 것인가도 권력이 행하는 일이다." 사회는 애도의 위계를 만든다. "사회가 애도(의 비용)를 감수하지 않는 죽음이 생겨난다. 가난한 이의 죽음, 시설에서 사는 이의 죽음, 사회가 '온전하다'고 보지 않는 몸을 지닌 이들의 죽음, 그리고 연고 없는 자의 죽음." 이러한 불평등은 누구의 삶이 가치 있게 여겨지는지에 대한 사회적 판단을 반영한다. 변희수 하사의 사례는 애도의 정치학을 보여준다. "애도(받을 자)의 자격을 묻는 세상에서,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애도의 위치에 놓은 것은 타인들이 보내는 안부 인사였다고 생각한다." 이는 애도가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인정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죽음과 장례를 둘러싼 노동, 의례,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은 궁극적으로 '애도의 윤리'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구의 죽음이 애도받을 만한가가 아니라, 모든 이의 죽음을 어떻게 존엄하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장례 노동자들은 이 과정의 중요한 매개자이다. 그들은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화장장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뒤편에서 도구와 시설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같이 울어주고 손을 맞잡아주는 것만큼이나 필요한 일이다. 장례 절차가 삐걱거릴수록 사별자들은 더 많은 눈물을 쏟는다." 죽음이라는 보편적 경험 앞에서 우리는 결국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죽음에 관해 아는 유일한 한 가지는, 혼자 죽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 깨달음은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애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죽음과 애도의 문제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은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모든 이의 삶과 죽음이 존중받는 사회, 죽음 앞에서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의 윤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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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란 무엇인가 - 생계형 의사 양성관의 유쾌한 분투기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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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언젠가부터 '의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 편의 전쟁터를 떠올리곤 했다. 칼과 총 대신 청진기와 주사기를 들고,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매 순간 분투하는 이름 없는 전사들. <의사란 무엇인가<를 펼쳤을 때, 내 안에 무겁게 자리 잡은 이 이미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그러나 양성관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더 깊고 복잡하고, 무엇보다 인간적이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알게 되었다. 의사는 병만을 고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환자의 삶을 함께 짊어지고, 때로는 패배를 받아들이게 하는 안내자라는 것을. 의사는 힐러이자 파이터, 설득자이자 경청자, 그리고 무엇보다 끝없이 흔들리는 인간이었다.

'하루에 80명의 환자.' 이 숫자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한 사람당 고작 몇 분. 출생부터 죽음까지 이어지는 인생의 이야기를 듣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양성관 저자는 이상적인 진료를 꿈꿨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치의로서 깊이 살피고, 병명만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진료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은 그런 꿈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속도를 강요했다. 더 많은 환자, 더 빠른 진료, 더 많은 서류. 그리고 그 뒤에 묻혀버린, '사람'이라는 존재. 저자가 토로하는 현실은 뼈아팠다. 나 역시 진료실에 앉아 짧은 대화를 나누고, 처방전을 받아들고 황급히 나오면서 느꼈던 허무함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이건 제대로 된 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책 속 한 장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던 할머니가, 교수님의 한마디와 한 번의 포옹에 눈물짓고 웃던 순간. 그 장면은 마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이 스르르 열리는 기적 같았다. 의사가 다루는 것은 병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의학적 시술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진실. 이 대목에서 나는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종종 의사를, 차가운 전문 지식의 집합체로만 본다. 병명과 치료법을 알려주고, 약을 처방해주는 기능인처럼. 하지만 사람은 단순히 몸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마음을 가진 존재다. 아픔은 신체를 넘어 영혼까지 스며든다. 진정한 의사는, 그 영혼까지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저자는 그 사실을 아프도록 솔직하게 보여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좌절과 고민이 생생히 전해졌다. 실패한 삽관, 환자와의 다툼, 목숨을 구하지 못한 무력감. 의사라고 해서 늘 냉정하고 완벽할 것이라는 환상이 무너졌다. 오히려 저자는, 매일 흔들리며, 때로는 깊이 무너지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이었다. 특히, 실패한 시술 장면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반성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왜 실패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과정.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는 조금씩 더 나은 의사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의 이야기는 더욱 빛났다.

<의사란 무엇인가>는 단지 한 개인의 성장 이야기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한국 의료 시스템의 맨얼굴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낮은 수가, 짧은 진료시간, 필수과 붕괴, 응급실 뺑뺑이, 그리고 골든아워를 놓치는 수많은 환자들. 저자는 개인의 노력이 제도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잔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담담히 기록했다. 특히, 지혈 튜브를 건드리는 것조차 위험부담이 되어버린 현실, 환자를 살피는 것이 오히려 의사의 리스크가 되어버리는 모순된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누가 헐값에 자기 목숨을 걸겠는가?'라는 절규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한 사람을 살리려는 의지마저 꺾이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면, 그 시스템 자체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 장면은 조용하고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 의사는 때로는 생명을 구하는 싸움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할 시간을 벌기 위해 싸운다. 생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이들의 마음을 위해서. '나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겠지.'라는 저자의 고백은 무척 인간적이었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생과 사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 싸우고, 때로는 비극을 함께 받아들이는 동행자일 뿐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다. 세상에는 완벽한 답이 없는 싸움도 있다는 것을, 어떤 싸움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의사는 뭘까?'라는 질문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 실력, 친절, 공감, 사회적 시야. 저자는 여러 가지 조건을 말했지만, 결국 그는 솔직히 고백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중이다'라고. 나는 그 겸손함에 깊이 감동했다. 완벽한 의사란 없다. 매일 흔들리고, 실수하고, 다시 다짐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 이것은 단지 의사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나는 다짐했다.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나도 매일 흔들리면서, 끝내 사람을 선택하는 삶을 살겠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누군가의 편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이 책은 내게 용기를 주었다.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 그리고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란 걸, 가만히 속삭여 주었다. 책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인간을, 그리고 내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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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천문학자들 - 천문학에 한 획을 그은 여성 과학자들
쇼히니 고스 지음, 박성래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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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제 과학 역사에서 뛰어날 실력을 가진 여성 과학자는 많았다. 이번에 이렇게 뛰어난 결과와 업적을 남겼으나, 사회적 편견과 관습으로 알려지지 낳은 여성들의 활약상을 알아볼 수 있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쇼히니 고스의 <지워진 천문학자들>이었다. 천문학 역사 뿐만아니라 원자력 분야 들에서 활약한 여성들의 인생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별과 원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여성 과학자들의 고독하고 찬란한 여정을 알 수 있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끝없이 펼쳐진 광대한 우주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서도 규칙을 찾아내고, 이름을 붙이고, 경계를 세워 별들을 이해해왔다. 인간은 무한한 것에 이름을 붙이며 이해를 시도하는 존재다. 그 노력의 한복판에는 자주 조명받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천문학과 물리학, 방사선 연구에 깊은 흔적을 남겼지만, 긴 시간 동안 잊혀져야 했던 여성 과학자들. 그들은 캄캄한 시대를 뚫고 별처럼 빛났다.

애니 점프 캐넌(Annie Jump Cannon) – 별들에게 질서를 부여한 여성이다. 천문학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익히 들었을 것이다. 애니 점프 캐넌은 1863년 미국 델라웨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청각을 점점 잃어가는 불편 속에서도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별 분류 체계를 완성한 천문학자였다. 19세기 말, 천문학계는 별의 스펙트럼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필요를 절감하고 있었다. 그때까지의 관측 자료는 방대했지만, 이를 통합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애니는 하버드 천문대장 에드워드 찰스 피커링 아래서 '하버드 컴퓨터'라 불리던 여성 보조요원 팀에 합류한다. 그녀의 동료로는 윌리어미나 플레밍, 안토니아 모리 등이 있었지만, 캐넌은 그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존재였다. 캐넌은 수십만 장에 달하는 사진 건판 속 별들의 스펙트럼을 하나하나 분류하며, O, B, A, F, G, K, M이라는 별의 분류 체계를 만들어냈다. O형 별이 가장 뜨겁고 푸르며, M형 별은 가장 차갑고 붉다. 이 체계는 “Oh, Be A Fine Girl, Kiss Me”라는 문구로 외우는 것이 전통이 될 정도로, 오늘날까지 천문학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그녀는 단순히 분류만 한 것이 아니다. 캐넌은 별빛을 통해 별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 그녀는 오만 건이 넘는 별을 손수 분류했고, 300,000개가 넘는 별들의 스펙트럼을 기록했다. 그 노력은 결국 "헨리 드레이퍼 목록(Henry Draper Catalogue)"이라는, 천문학계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업적으로 완성되었다

리에타 스완 레빗(Henrietta Swan Leavitt) – 우주의 거리 자를 만들어낸 여성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천문학자이기도 하다. 헨리에타 레빗은 어려서부터 학구열이 뛰어났던 그녀는 라드클리프 칼리지에서 천문학을 공부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이다. 레빗은 수백 개의 변광성을 관측하면서 놀라운 패턴을 발견한다. 바로, 변광성의 밝기가 클수록 그 밝고 어두운 변동 주기가 길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이 '주기-광도 관계'는 천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우리는 별빛만 보고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없었지만, 세페이드 변광성 덕분에 처음으로 "표준 촉광(standard candle)"을 얻게 되었다. 거리 모를 외부 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하면, 그 주기만 측정해 실제 밝기를 알 수 있고, 그로부터 거리를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발견은 에드윈 허블에게 결정적 도구를 제공했다. 허블은 이 방법을 이용해 안드로메다 은하가 우리 은하와는 별개의 독립된 은하임을 증명해냈고, 결국 '우주는 팽창한다'는 대발견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그 발견의 출발점은 바로 레빗의 조용하고 집요한 관찰 덕분이었다.

마리 퀴리(Marie Curie) – 보이지 않는 세계를 파헤친 과학의 성녀다. 마리 퀴리, 원래 이름은 마리아 스쿼도프스카(Maria Sklodowska). 그녀는 우라늄 광석에서 미지의 방사성 원소를 발견하고, 그 이름을 폴로늄(Polonium), 그리고 또 다른 원소를 라듐(Radium)이라 명명했다. 이는 당시 원자 구조에 대한 모든 개념을 뒤흔드는 발견이었다. 그녀는 1903년, 남편 피에르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과학의 역사에는 늘 이름이 남는다.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허블. 하지만 수많은 여성 과학자들의 이름은 그 뒤편에 묻혀 있었다. 그들은 천문학을 정리했고, 우주의 크기를 잴 수 있게 했고,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밝혔고, 생명의 설계도를 새롭게 썼지만, 역사는 그들의 공로를 지우거나, 축소하거나, 다른 이들의 그림자에 가리게 했다. 왜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되찾아야 하는가? 정의 구현을 위해서가 아니다. 과학은 진리의 탐구다. 그리고 진리에는 이름이 있어야 한다. 애니 캐넌이 별의 노래를 정리했을 때, 헨리에타 레빗이 변광성에 숨겨진 수학적 규칙을 풀어냈을 때, 마리 퀴리가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측정했을 때, 커털린 커리코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mRNA 메시지를 해독했을 때, 비브하 초우두리가 입자 우주의 새로운 지도를 그렸을 때 —그들은 모두 인류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과학은 단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수한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손길, 집요한 관찰, 견뎌낸 고독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가, 세상이 기억하기를 거부했던 여성들이었다. 별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 그 빛을 보려면, 우리는 더 이상 눈을 감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그들의 업적을, 그들의 고독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과학이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고, 더 공정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강연 마무리가 생각난다. (Occasionally, Brillant Astronomers Fuel Growing Kid's Minds)

#지워진천문학자들 #천문학에한획을그은여성과학자들 #쇼히니고스 #VORA #교보문고 #보라서평단 #4월보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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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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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빌딩들, 우리가 다니는 도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은 누군가의 손으로 지어졌다. 그 손은 이름 없는 건설 노동자들의 것이다. '노가다'라는 비하적 표현으로 불리며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러 온 이들의 삶과 투쟁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세상의 기반을 닦는 이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노가다'라는 말은 건설 노동자를 뜻하는 일본어에서 비롯되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비하의 의미가 크게 자리 잡았다. 이 용어는 '인생 막장'이나 '거칠고 험한 일'이라는 부정적 선입견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건설 노동자들의 전문성과 기술을 평가절하하고, 그들의 노동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건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노가다'가 아닌 '건설 노동'으로 불러주길 바란다. 이는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과 인정의 문제다. 그들의 노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향한 경멸적 시선을 당연시했다. 이러한 인식의 왜곡은 건설 노동자들의 권리 투쟁을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건설 산업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착취적이다. 원청사에서 시공사로, 다시 크고 작은 건설업체들로, 그 밑에 각 공정별 팀장들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는 결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갉아먹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갈등하고 싸우며, 불법 재하도급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건설 현장은 위험의 연속이다.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 바로 건설업이다. 노동자들은 "현장이 안전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개인의 부주의 탓이 아니라 공사비가 올라가다 보니 안전 관리비에 들이는 돈이 줄었고, 공기 단축으로 이익을 남기려고 서두르다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임금 체불 문제는 수십 년 동안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건설업계 임금 체불 규모는 약 1조 5850억 원, 임금 체불 피해자는 40만 2584명에 이른다. 한 노동자는 "이 일 하면서 한 번도 체불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건설 노동자들은 값싼 노임에도 감지덕지해야 했고,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견디며 주말도 없이 일해야 했다. 일이 있다면 어디든 집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고, 체불된 임금의 반쪽이라도 받으면 오히려 감사해야 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2007년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탄생했다. 건설노조는 정부도 바꾸지 못한 부당한 노동 여건과 현장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임금 체불과 단가 후려치기 등을 단결된 투쟁으로 막아내고,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임금 착취 구조 속에서도 단체 교섭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얻고자 노력했다. 한 노동자는 "무엇보다 근무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며 "8시간 외에 추가로 일하는 부분은 수당으로 받을 수 있고, 노조는 일자리 창출도 많이 했으며, 건설사 갑질도 줄었다"고 증언한다. 노조의 활동은 현장의 안전도 향상시켰다. 3~4톤 되는 호퍼 작업은 매우 위험한데, CPB(콘크리트 펌프카)를 도입하면 이 위험한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노조의 요구로 22곳의 현장에서 CPB 도입이 이루어졌다. 복지 측면에서도 "50분 일하면 10분은 쉴 수 있고, 점심시간이랑 간식 시간도 생겼다"는 증언처럼 노동 환경이 개선되었다. 건설 노동자에게 노조 활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투쟁이었고, 노동조합은 스스로 인간임을 선언한 건설 노동자의 자부심이었다. 한 노조원은 "임금 체불 줄이고 유급 휴일수당까지 만들면서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사랑하는 이 일을 누군가 이어서 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조 활동을 했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과 친지들 걱정이 앞섰다. 한 노동자는 소환장을 받은 후 아내와 자녀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아파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자신과 아들이 같은 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된 상황을 말하며 "한 방에서는 아비가, 옆방에서 아들이 조사받는 게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했다. 가족들의 시선 또한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가족들은 제 노조 활동을 안 좋게 생각했거든요. 형들이 빨갱이 아니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3년 정도 인연을 끊고 살기도 했어요." 그러나 구속된 후 면회를 온 형이 "너만 당당하면 됐다"며 위로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줬다. 여성 건설 노동자들은 이중적인 차별에 맞서야 했다. "초보라 속도를 못 따라가니 사장한테도 많이 혼났죠.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 하러 왔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노래방 도우미나 하지 이런 거 왜 하냐고 말하는 사장도 있었죠." 이주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한국말이 익숙지 않다 보니까 많이 당해요."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로 인해 정작 이주 노동자들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했다.

건설 노동자들이 짓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그들은 피와 땀과 눈물로 삶의 희망을 이어간다. 이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들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노가다'라는 비하적인 용어로 부르며 그들의 존엄을 훼손해 왔다. 건설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떻게 '공갈'과 '협박'이 될 수 있는가? 그들의 요구가 '폭력'이 될 수 있는가? 이 땅의 건설 노동자들은 여전히 투쟁 중이다. 그들은 자신의 노동이 인정받고, 노동의 대가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지극히 당연한 소망을 품고 있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지만 사회의 일원으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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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후쿠오카 (2025~26 최신 개정판) - 쉬운 여행 : 스마트 QR 가이드북 Close up (에디터)
유재우.손미경 지음 / 에디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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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3년 세계 각국은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이후, 다시 열린 세계 여행으로 인하여 여행 인구의 급증으로 엄청난 홍역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엔화의 폭락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지역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팬데믹 전의 여행객 숫자를 넘어섰고, 주요 관광지의 호텔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해외 토픽을 접하곤 하였다. 팬데믹으로 꽉 막혀있었던 사람들의 관광 수요가 심리가 한꺼번에 폭발 한 것이 하나의 원인일 터이다.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가깝고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 특히 일본 여행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긴다. 좋은 기회에 일본 후쿠오카 소도시 여행 정보를 깔끔하게 소개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유재우, 손미경님의 <클로즈업 후쿠오카(2025~2026)>였다. 일본은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5박6일로 도쿄를 비롯해서 나고야, 오사카, 오키나와 등을 휴가 차 다녀온 경험은 있다. 일본의 대도시 지역의 관광은 어느정도 해보니, 나만의 여행스타일을 찾아서 이제는 소도시 여행이나 여행 지역에서의 한달 살기 등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참 흥미가 끌렸다.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햇살은 더욱 투명해지고, 바람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속삭인다. “어디든 좋아, 지금 떠나자"고. 하지만 떠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상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조금의 용기와, 조금의 계획과, 그리고 아주 좋은 ‘동반자’가 필요하다. 올해, 그 동반자는 한 권의 여행서가 있다. 『클로즈업 후쿠오카』.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부터 나는 알았다. 이 책은 ‘장소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책 안에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했다. 손끝으로 느끼는 종이의 질감과, 스마트폰 화면 너머 펼쳐지는 생생한 현재. 아날로그의 따스함과 디지털의 편리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계. 『클로즈업 후쿠오카』는 그런 방식으로 나를 초대했다. 후쿠오카. 언제나 가까웠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 이번 여름, 나는 그곳을 깊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번화한 거리를 스치는 바람도, 골목길을 따라 숨 쉬는 작은 소도시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내 안에 담아보기로. 그리고, 이 여행의 첫 페이지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

『클로즈업 후쿠오카』는 기존의 어떤 여행 가이드북과도 달랐다. 그 차이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분명했다. 우선, 이 책은 장소 나열이 아니었다. 30년 넘게 후쿠오카 곳곳을 누빈 두 명의 여행 고수가 수천 곳 중에서 오직 진짜 좋은 곳만을 엄선했다. 구체적으로, 핫플레이스 192곳, 맛집 149곳, 온천 44곳, 쇼핑 명소 86곳. 400년 전통의 노포 맛집부터, 지금 막 문을 연 따끈한 트렌디 스폿까지. 시간을 초월하는 매력과 순간의 생동감을 동시에 품은 리스트였다. 특히 맛집은 남달랐다. "별이 쏟아지는 맛집"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저자들이 30년 넘게 단골로 다닌, 검증된 베스트 맛집 149곳이 정리돼 있다. 이 리스트에는 단순히 이름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춘 "찾아가기 쉬운 곳", “이용이 편한 곳" 만 골라 담았다. 또한, 각 맛집마다 초강추 메뉴가 적혀 있어 메뉴판 앞에서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본고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 음식, 세월을 품은 노포 요리, 일본 커피 명가, 디저트 카페까지.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을 말끔히 지워주는 것이다. 게다가 『클로즈업 후쿠오카』는 "선택"을 극단적으로 간결하게 만들어준다.

짧은 여행 동안 수백 개 중에 골라야 하는 스트레스 대신, "무조건 성공하는 베스트"만, 아이템별로 5개 미만으로 딱 추려서 소개하고 있다. 꼭 가야 할 곳, 꼭 먹어야 할 것, 꼭 사야 할 것.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긴 리스트 덕분에 나는 매 순간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별점 시스템이다. 일본에서 맛집을 검색할 때 가장 많이 보는 두 사이트, 외국인 중심의 구글맵 별점, 현지인 중심의 타베로그 별점, 이 둘을 모두 함께 수록하고 있다. 덕분에, 외국인 인기 맛집과 일본인 추천 맛집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 "실패 없는 식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길 찾기 또한 탁월하다. 책 하단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구글맵 내비게이션이 실행된다. 일본어를 몰라도 자동으로 지명과 주소가 입력돼, 택시나 우버 앱 이용도 자유롭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는 ‘죽은 데이터’가 아니다. 변경사항이 생기면 QR로 바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맛집 휴업, 입장료 변경, 이벤트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책 한 권과 맵북 한 권만 챙기면 된다는 것이다. 호텔을 나설 때, 두툼한 가이드북을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가벼운 휴대용 맵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필요한 정보를 꺼내 쓸 수 있다. 맵북에는 지역별 명소와 맛집, 쇼핑 스팟의 순위와 위치가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QR 코드를 찍으면 관련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는 시스템 덕분에 초행길도 어렵지 않다.

책을 가지고 후쿠오카를 둘러보기 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현지인처럼 체험하고 싶다. 책은 후쿠오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를 방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특정 코스를 따라가기보다는,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게 경험을 조합하는 것이다. 책 속에 담긴 추천 장소들은 하나의 루트가 아니라, 여행자가 자신만의 리듬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따라서 계획 없이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후쿠오카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도시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여행이란 한 장소에서의 경험을 통해 삶의 일부를 채워가는 과정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혹은 여행을 마친 후에도 이 책을 다시 펼쳐보면, 후쿠오카에서의 순간들이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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