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천문학자들 - 천문학에 한 획을 그은 여성 과학자들
쇼히니 고스 지음, 박성래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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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제 과학 역사에서 뛰어날 실력을 가진 여성 과학자는 많았다. 이번에 이렇게 뛰어난 결과와 업적을 남겼으나, 사회적 편견과 관습으로 알려지지 낳은 여성들의 활약상을 알아볼 수 있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쇼히니 고스의 <지워진 천문학자들>이었다. 천문학 역사 뿐만아니라 원자력 분야 들에서 활약한 여성들의 인생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별과 원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여성 과학자들의 고독하고 찬란한 여정을 알 수 있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끝없이 펼쳐진 광대한 우주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서도 규칙을 찾아내고, 이름을 붙이고, 경계를 세워 별들을 이해해왔다. 인간은 무한한 것에 이름을 붙이며 이해를 시도하는 존재다. 그 노력의 한복판에는 자주 조명받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천문학과 물리학, 방사선 연구에 깊은 흔적을 남겼지만, 긴 시간 동안 잊혀져야 했던 여성 과학자들. 그들은 캄캄한 시대를 뚫고 별처럼 빛났다.

애니 점프 캐넌(Annie Jump Cannon) – 별들에게 질서를 부여한 여성이다. 천문학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익히 들었을 것이다. 애니 점프 캐넌은 1863년 미국 델라웨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청각을 점점 잃어가는 불편 속에서도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별 분류 체계를 완성한 천문학자였다. 19세기 말, 천문학계는 별의 스펙트럼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필요를 절감하고 있었다. 그때까지의 관측 자료는 방대했지만, 이를 통합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애니는 하버드 천문대장 에드워드 찰스 피커링 아래서 '하버드 컴퓨터'라 불리던 여성 보조요원 팀에 합류한다. 그녀의 동료로는 윌리어미나 플레밍, 안토니아 모리 등이 있었지만, 캐넌은 그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존재였다. 캐넌은 수십만 장에 달하는 사진 건판 속 별들의 스펙트럼을 하나하나 분류하며, O, B, A, F, G, K, M이라는 별의 분류 체계를 만들어냈다. O형 별이 가장 뜨겁고 푸르며, M형 별은 가장 차갑고 붉다. 이 체계는 “Oh, Be A Fine Girl, Kiss Me”라는 문구로 외우는 것이 전통이 될 정도로, 오늘날까지 천문학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그녀는 단순히 분류만 한 것이 아니다. 캐넌은 별빛을 통해 별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 그녀는 오만 건이 넘는 별을 손수 분류했고, 300,000개가 넘는 별들의 스펙트럼을 기록했다. 그 노력은 결국 "헨리 드레이퍼 목록(Henry Draper Catalogue)"이라는, 천문학계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업적으로 완성되었다

리에타 스완 레빗(Henrietta Swan Leavitt) – 우주의 거리 자를 만들어낸 여성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천문학자이기도 하다. 헨리에타 레빗은 어려서부터 학구열이 뛰어났던 그녀는 라드클리프 칼리지에서 천문학을 공부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이다. 레빗은 수백 개의 변광성을 관측하면서 놀라운 패턴을 발견한다. 바로, 변광성의 밝기가 클수록 그 밝고 어두운 변동 주기가 길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이 '주기-광도 관계'는 천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우리는 별빛만 보고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없었지만, 세페이드 변광성 덕분에 처음으로 "표준 촉광(standard candle)"을 얻게 되었다. 거리 모를 외부 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하면, 그 주기만 측정해 실제 밝기를 알 수 있고, 그로부터 거리를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발견은 에드윈 허블에게 결정적 도구를 제공했다. 허블은 이 방법을 이용해 안드로메다 은하가 우리 은하와는 별개의 독립된 은하임을 증명해냈고, 결국 '우주는 팽창한다'는 대발견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그 발견의 출발점은 바로 레빗의 조용하고 집요한 관찰 덕분이었다.

마리 퀴리(Marie Curie) – 보이지 않는 세계를 파헤친 과학의 성녀다. 마리 퀴리, 원래 이름은 마리아 스쿼도프스카(Maria Sklodowska). 그녀는 우라늄 광석에서 미지의 방사성 원소를 발견하고, 그 이름을 폴로늄(Polonium), 그리고 또 다른 원소를 라듐(Radium)이라 명명했다. 이는 당시 원자 구조에 대한 모든 개념을 뒤흔드는 발견이었다. 그녀는 1903년, 남편 피에르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과학의 역사에는 늘 이름이 남는다.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허블. 하지만 수많은 여성 과학자들의 이름은 그 뒤편에 묻혀 있었다. 그들은 천문학을 정리했고, 우주의 크기를 잴 수 있게 했고,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밝혔고, 생명의 설계도를 새롭게 썼지만, 역사는 그들의 공로를 지우거나, 축소하거나, 다른 이들의 그림자에 가리게 했다. 왜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되찾아야 하는가? 정의 구현을 위해서가 아니다. 과학은 진리의 탐구다. 그리고 진리에는 이름이 있어야 한다. 애니 캐넌이 별의 노래를 정리했을 때, 헨리에타 레빗이 변광성에 숨겨진 수학적 규칙을 풀어냈을 때, 마리 퀴리가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측정했을 때, 커털린 커리코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mRNA 메시지를 해독했을 때, 비브하 초우두리가 입자 우주의 새로운 지도를 그렸을 때 —그들은 모두 인류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과학은 단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수한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손길, 집요한 관찰, 견뎌낸 고독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가, 세상이 기억하기를 거부했던 여성들이었다. 별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 그 빛을 보려면, 우리는 더 이상 눈을 감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그들의 업적을, 그들의 고독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과학이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고, 더 공정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강연 마무리가 생각난다. (Occasionally, Brillant Astronomers Fuel Growing Kid's M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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