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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궁금할 땐 뇌과학 -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뇌에 관한 11가지 흥미로운 질문
호르헤 챔.드웨인 고드윈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의 뇌를 1.4킬로그램 정도의 젤라틴 같은 물질 덩어리라고 표현하면 어떤 느낌일까? 이번에 읽을 기회가 있었던 호르헤 참(Jorge Cham)과 드웨인 고드윈(Dwayne Godwin)의 <내가 궁금할 땐 뇌과학>은 바로 이런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책은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대상인 인간의 뇌를, 만화와 카툰을 통해 설명하려는 야심찬 시도이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작동이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 감정, 의식을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와 카툰을 활용한 시각적 접근법이다. 저자들은 신경심리학, 신경과학, 심리학, 유전학이라는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면서도, 세부사항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복잡한 개념을 설명할 때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가진 만화를 활용함으로써, 숲을 보면서도 필요한 나무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과 같은 첨단 뇌 영상 기술을 설명할 때, 저자들은 시각적 도구를 통해 밀도 높은 산문과 복잡한 전문 용어를 피할 수 있었다. 이는 전문가들에게는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복잡한 주제를 이해하기 쉽고 공감 가능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전략인 것 같다.
저자는 일관되게 "사례를 통한 교육"이라는 방법론을 채택한다. 이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인간의 경험으로 전환함으로써 이해를 돕는다. 책은 3,700년 전 이집트의 에드윈 스미스 외과 파피루스에서 시작하여, 특정 머리 부상이 행동 증상을 일으킨다는 최초의 관찰과 뇌에 대한 최초의 묘사를 소개한다. 그 후 철도 노동자 피니어스 게이지의 유명한 사례로 이어진다. 쇠막대가 그의 뇌를 관통한 후 성격이 영구적으로 변화한 극적인 사례는, 뇌의 특정 부위가 우리의 성격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또한 저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어떻게 인간의 기억을 앗아가는지,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등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도 다룬다. 이러한 비극적이지만 교육적인 사례들은 뇌 과학을 실제 인간의 삶과 연결된 절실한 문제로 이해할 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주목한 것은 의식에 관한 장이다. 의식은 과학자와 철학자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며, 수많은 경쟁 이론들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저자들은 이 복잡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세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첫째, 맹시(blindsight) 현상이다. 기능적으로는 맹인이지만 자신에게 던져진 공에 반응할 수 있는 환자들의 사례는, "보는 것"과 "지각하는 것"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둘째,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을 절단한 "분리뇌" 환자들의 사례다. 발작 장애 치료를 위해 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각 뇌 반구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놀라운 현상을 보인다. 셋째, 가장 놀라운 사례는 머리가 연결된 쌍둥이인 호건 자매의 경우다. 뇌 구조와 기능의 일부를 공유하는 이들은 상대방이 보는 것을 볼 수 있고, 상대방의 팔다리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상대방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고 보고한다. 각자 독특한 성격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의식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사례는,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직관을 근본적으로 흔든다. 저자들은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전역 작업공간 이론(Global Workspace Theory)으로 수렴한다. 이 이론은 여러 뇌 영역이 상호작용하여 우리의 경험이 펼쳐지는 영화 스크린과 같은 "전역 작업공간"을 구축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들은 의식을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로, "때로는 혼란스러운 우리 뇌의 내부를 정리하고 해석하는 감각"으로 정의한다.
저자들은 인간 존재의 큰 질문들, 즉 사랑, 증오, 자유의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다룬다. 이 모든 질 문들은 결국 뇌로 귀결되며, 뇌가 정신을 만들어내고, 정신이 당신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인가? 저자들은 “당신의 희망과 꿈, 생각과 기억, 최고와 최악의 자질들의 조합"이라고 답한다. 사랑과 증오는 뇌의 보상 메커니즘과 연결되어 있으며, 유사한 패턴이 물질이나 소셜미디어에 대한 중독에서도 나타난다. 뇌 화학물질이 행복에서 하는 역할과 자유의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편리한 허구인지에 대한 질문도 다룬다. 그러나 저자들은 뇌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인간의 결정이 화학작용에 의해 미리 정해진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환경적, 유전적 변수가 너무 많고, 뉴런 행동의 복잡성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한 시각적 접근법은 참 재미있다. 복잡한 개념들을 그림을 통하여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어려운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과 같은 도구들을 설명할 때 시각적 접근법은 특히 효과적이다. 조밀한 설명과 복잡한 전문용어로 가득할 수 있는 내용을 시각적 요소로 분해함으로써,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하고 시각적인 접근법에 대해 문제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뇌 영역을 설명할 때 저자들은 편도체, 섬엽, 소위 "뇌의 보상 시스템"에 많은 설명을 한다. 이를 통해 이것들이 우리의 고차원적 사고와 감정에 기여하는 유일한 영역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복잡한 인간의 활동을 수행하는 데 뇌의 대부분이 필요하다. 책은 소위 "fMRI 혁명"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방법과 기능적 방법 모두에서 뇌 기능과 구조(뇌 영역의 크기와 두께, 영역 간 연결의 완전성 등)를 행동 측정과 연관시키는 연구가 크게 증가한 MRI 혁명이었다. 저자들은 책의 많은 답변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는 인간 정신에 여전히 큰 신비가 있다는 증거다. "정신은 여전히 큰 개척지로 남아있으며, 우리는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이 우리 머리 속의 당황스러운 우주를 탐험하는데 합류하기를 필요로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러한 겸손한 접근은 과학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과학은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더 깊은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뇌과학 분야에서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인정은 하여금 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고, 더 깊은 탐구를 위한 동기를 주고 있다.
책은 우리의 희망, 꿈, 생각, 두려움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1.4킬로그램의 젤라틴 덩어리를, 말과 만화를 통해 명확하고 매력적으로 이야기 한다. 일반인과 신경학 관련 분야의 관심 있는 전문가 모두에게 널리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동시에 뇌에 대해 배울 것이 여전히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뇌 과학 책 중 정말 흥미롭게 읽은 신간이었다. ^.^